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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04. 2022

당신의 고양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나요?

정상입니다


고양이는 원래 야행성 동물이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게 되었을 때, 세상이라고는 집사밖에 모르는 이 쪼그만 생물이랑 잘 지내보고 싶어서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이것저것 주문해서 읽어보았다. 이때 읽었던 책들 덕분에 고양이를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강아지든 고양이든 동물을 반려할 생각이라면, 심지어 나처럼 난생처음이라면 책이라도 한두권 읽어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귀엽고 복슬복슬한 생명체를 책임진다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꼬리펑! 신난 치치
집사 심장을 뿌시는구나



귀여워서 덜컥 입양해놓고 환경이 낯설어서 우는 동물이 시끄러워서, 집을 어지럽혀서, 내 생활 패턴과 맞지 않아서, 크니까 더 이상 귀엽지 않아서, 돈이 많이 들어서, 새로운 가족이 생겨서 기타 등등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파양하고 길이나 보호소에 버리는 사람들을 진짜 많이 보았다. 일단 한 생명을 책임 지기로 했다면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맞고 길게는 15년에서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없다면 처음부터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리 치치 애기애기하던 시절
이 때만해도 개냥이인 줄 알았건만..


고양이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친정 아빠나 회사 동료 집사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양이들이 밤에 우다다 뛰어다니고 새벽 3-4시쯤 놀아달라고 방문 앞에서 울면서 깨우는 일이 많아 잠을 자지 못해 괴롭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치치만 키울 때는 이 녀석이 엄청 얌전한 고양이라(잘 울지 않는다) 주변 집사들의 고충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집사 바라기 + 관종인 모모가 같이 살게 되면서 요 녀석이 새벽만 되면 놀아달라고 깨우는 바람에 집사들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지간하면 무시하고 계속 잘 수 있는데 남편은 이렇게 잠에서 깨버리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체질이라 새벽마다 고생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프랑스에 와서 더 심해진 걸로 봐서는 아직 새집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기 바빠서 고양이들이랑 한동안 제대로 못 놀아 준 것이었다.



모모가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 이렇게 작았는데
누나한테 대드는걸 보면, 이미 대장감



우리의 해결 방법

10시에서 11시쯤 집사들이 잠이 들기 전에 고양이들과 낚싯대로 충분히 놀아준다. 우리 기준에서 '충분히'란 고양이들이 실컷 뛰어놀고 숨이 차서 장난감에 더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는 지점을 말한다.  



떡실신 티구


놀이가 끝나면 보상으로 간식을 준다. 고양이가 사냥이 끝나고 사냥감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예전에 고양이 행동 분석을 하는 채널을 보니 고양이의 문제 행동 중 대다수는 놀이시간 부족과 간식 보상이 이어지지 않아서 고양이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사냥놀이중! 씐나!


방문을 열어놓고 같이 잔다. 집집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룰이 있을 텐데 우리 집은 사실 집사들의 생활이 고양이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고양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둔다. 저녁에 이렇게 우다다 뛰어놀고 우리가 자러 들어가면 고양이들도 아 자는 시간이구나 하고 따라 들어와서 각자 지정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우리 위를 걸어 다니거나 꾹꾹이를 하거나 골골 송을 부르는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실컷 놀아준 날 저녁에는 놀아달라고 새벽에 울면서 우리를 깨우지는 않는다.




치치, 모모, 그리고 티그랑 함께 놀이시간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로  녀석의 사이도 부쩍 좋아졌다. 치치는 심기가 불편하면 가만히 지나가는 모모의 뺨을 때리는 고약한 습관이 있었는데 낚싯대로 같이 놀아주기 시작한 이후로는 나란히 앉아서 밥도 먹고 누워서 자기도 하고 여하튼 관계가 많이 좋아진 것이 눈에 보인다. 심지어 집사들이 만지는 것도 예전에는 질색하던 녀석이 요즘에는 쓰다듬어주면 머리를 손에 문지르기 까지! 장족의 발전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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