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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25. 2022

행복한 삶

너희는 우리랑 살아서 행복하니?



지나가는 새를 보는 티구
선베드를 차지하고 누운 티구


반려동물 입양 경로
(2021년 동물보호국민의식조사)

친척/지인으로부터 입양 53%, 펫숍에서 구입 22.5%, 길고양이 등을 데려다 키움 6.5%,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 5.1%, 브리더로부터 입양 5%


우리 집 고양이 두 녀석이 품종묘라 대부분 눈치챘겠지만 첫째 치치와 둘째 모모는 사 왔다. 노르웨이 숲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했지만 애초 고양이를 반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동물보호센터에서 반려동물을 데려온다는 옵션은 사실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거묘 노르웨이 숲 치치와 모모


내가 생각했던 동물보호센터는 상처받고 버림받은 동물들을 보호하는 곳이지 입양을 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치치와 모모를 반려하면서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그러면서 동물보호센터의 현실이라던지 여러 민간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 개인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보호소등 다양한 보호소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동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수의 품종묘/품종견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시 보호소에서는 반려동물을 보호하다가 일정 기간이 되면 안락사시킬 수 있다. 이것도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는 것이 보호소에서 돌볼 수 있는 적정두수는 정해져 있는데 버려지는 동물의 수는 많고 입양되는 수는 적어서 항상 케이지가 포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꽉 찬 케이지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면 약한 개체들은 다른 녀석들에게 치이거나 못 먹고 병들어서 자연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성화하지 않은 고양이/강아지를 풀어서 키우거나 길에 버리는 경우 - 임신/출산을 하면서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 보호소는 미어터짐의 악순환.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음에 동물을 반려하게 된다면 꼭 보호소에서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 티구는 프랑스의 동물 보호소 SPA에서 데려오게 되었다.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는 티구


티구를 데려온 이후에도 SPA 웹사이트를 자주 둘러보는 편인데 프랑스의 동물보호소는 확실히 한국보다 회전(?)이 빠르다. 일주일 전에 봤던 아이가 공고에서 내려가는 경우도 부지기수. 아무래도 펫샵이 거의 없는 환경과 반려동물 입양은 보호소에서 한다는 인식 덕분인 것 같다.  


엄마 뭐해


어렸을 때 방학 시즌이 되면 대구 할머니 댁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린애가 혼자 할머니 댁에 내려와 있는 것이 영 심심해 보였는지 어느 날 할아버지가 황구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오셨는데 우린 그 녀석을 메리라고 불렀고 동네에 놀러 다닐 때마다 그 강아지를 안고 다녔다.


이듬해 여름 다시 대구에 내려왔을 때 내가 안고 다닐 정도로 작았던 메리는 나만큼 커져있었다. 부천에서 사는 동안 큰 개를 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큰 개가 그냥 무서워졌는지. 어린 마음에 덩치가 커진 메리가 무서웠고 자연스레 메리랑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메리가 할머니 댁 옥상에서 사라졌다.


이젠 3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들던 메리의 기억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게 된 이후로 버림받은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메리가 떠오른다. 사실 메리는 좋은 곳에 가서 이뻐해 주는 새 주인과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쩐지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6살짜리 꼬맹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냐마는)


남편과 나는 아직도 강아지를 반려하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고양이 셋을 키우느라 등골이 휠 지경이지만 언젠가는 꼭! 우리가 강아지를 반려하게 된다면 보호소에서 데려오리라.


왼) 릴리 , 오) 라라


사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은 쉽지 않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지도 못하고, 쪼꼬만 녀석들이 어디라도 아프면 병원비에 수십, 수백만 원이 깨지기도 한다. 온 발바닥에 모래를 묻히고 나오고 털을 뿜어대는 통에 먼지 한 톨 없는 집과도 거리가 멀고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다 보니 미니멀한 인테리어도 쉽지 않다. 팍팍한 일상에 많은 기쁨을 주지만 그만큼 반려동물을 돌보는데 시간도 돈도 많이 들어가다보니 이젠 지인들에게 쉽게 고양이나 강아지를 입양하라고 추천하지도 못하겠다.


동물에 별 관심 없던 우리 부모님은 내가 반강제로 떠맡긴 라라와 릴리 덕에 텅 빈 집에 활기가 돈다고 좋아하신다. 특히 우리 아빠는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입원했다가도 외출해서 고양이들 돌보는 찐 집사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빠도 엄마도 산책길에 길고양이들과 마주치면 예전과 달리 보인다고 하신다.



동물 싫어하던 우리 아빠의 무릎은 라라 차지


무미건조하던 우리 가족이 이렇게 열렬한 고양이 추종자가 될 줄이야.



@sangju_dogs

https://instagram.com/sangju_dogs


여러 동물보호센터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더 마음이 가는 곳이 있다. 상주가 아빠의 고향이라 처음 상주에 보호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반가운 마음에 팔로우를 했는데,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곳이라 흥하길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곳이다.


담당 공무원이 입양문화 개선에도 힘쓰고 있고 입양 홍보도 열심히 하는 곳인데 적정두수가 초과된 지 오래라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보고자 브런치의 힘을 빌어 계정 홍보를 해봄.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반려동물을 생각하신다면,
근처 시 보호소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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