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die Higgins Trio -autumn leaves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책 제목 같은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가을 햇살이 색색으로 물든 산간 수목의 잎사귀들을 아름답게 비추었다. 가슴털이 하얀 작은 새들이 가지에서 가지로 날아다니며 요령 좋게 붉은 과실을 쪼아 먹었다’고 가을 풍경을 그렸다. 풍요로움에 행복이 여무는 계절이지만, 그리움이 여무는 계절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면 우수에 젖어 그리움이 깊어진다. 그래서 김남조 시인은 ‘가을 햇볕에’에서 ‘보고 싶은 너 가을 햇볕에 이 마음 익어서 음악이 되네’라고 ‘그리운 너’를 하나씩 그려본다.
고은 시인은 ‘가을편지’에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라고 했다. 가을은 편지를 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낙엽 쌓인 공원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누구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마음을 적어 편지를 쓰고 싶어 졌다. 누구에게 쓸까? 고향을 떠나와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 녀석에게 써볼까? 여름 내내 에어컨도 제대로 틀지 못하는 식당에서 고생하셨을 어머니께 편지를 써볼까?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우리 귀여운 딸아이에게 써볼까?
오늘은 빨리 일 마치고 편지 한 장을 써야겠다.
Eddie Higgins Trio의 autumn leaves를 들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