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book 그리고 우정
영화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1962년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난 이 영화를 이태리 출신 백인 하층민의 거친 사나이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와 유명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우정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는 짧은 가방끈과 맨주먹과 막무가내 정신의 거친 이태리 이민자와 원칙과 기품 그리고 교양이 몸에 밴 박사학위 엘리트 흑인 간의 로드무비이자, 버디무비이다. 서로 다른 두 남자가 로드매니저와 아티스트의 관계로 묶여 투어를 돌며 서로를 이해한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영화는 살아온 배경과 인종, 성격과 취향도 판이하게 다른 두 남자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비고 모텐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매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돈 셜리 역의 마허샬라 알리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시대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편견의 극복’이다. 두 주연 배우는 내내 편견으로 다투는 듯 보인다. 사실은, 두 사람이 아닌 시대적 상황과 인종적 차별이 그 편견을 몰아세운 거다. 또 그 편견은 배우가 아닌 오히려 관객의 고정화된 편견이기도 하다. 사실, 두 사람은 편견이 아닌 자신의 주관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자신의 고집을 꺾고 어느 정도 상대를 배려했다면, 결코 진실한 친구 사이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이 백인남성이 아닌 ‘토니 발레롱가’ 임을, 흑인남성이 아닌 ‘돈 셜리’ 임을 서로에게 어필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었다. 편견이 아닌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호감과 유대가 바로 이 둘을 ‘우정’으로 묶어냈던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직접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정도로 해두고 싶다.
아래 내용들은 보고 나서 다시 한번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잡다한 정보들이기에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보고 나서 읽길 당부드린다.
뭐 보기 전에 보고 또 보더라도 크게 지장은 없겠지만.....
1. 그린북
: 영화의 제목인 그린북은 미국 '짐 크로법' 인종 분리 차별 시대에 흑인 자동차 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호텔, 주유소 등을 소개한 실제 안내 책자다. 그린북 1936년 초판 서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가이드북이 필요 없는 날이 올 것이다. 미국의 모든 인종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날이 그날일 것이다."
책은 1966년까지 31년간 매년 1만 5,000부씩, 내용을 수정해 가며 출판됐다. 미국 연방의회가 시민권법을 제정한 건 1964년이었다. 이 책의 발행인 빅터 휴고 그린(Victor Hugo Green, 1892.11.9~ 1960.10.16)은 뉴욕 출신 흑인 우편배달부였다. 남부 흑인과 이민자들이 미국 동부로 몰려들던 시절, 그는 그들의 편의를 위해 뉴욕판 그린북을 처음 제작했다. 원제는 '니그로 운전자를 위한 그린북(The Negro Motorist's Green Book)'이었다. 버지니아 출신 아내(Alma S. Duke, 1889~1978)의 조언과 조력도 받았다. 그는 힘겹게 대상지를 확장해 갔고, 1947년 은퇴 후엔 출판사를 차렸다. 책은 흑인 인권운동에도 기여했다. 가령 흑인에게도 일찌감치 주유소 운영권을 준 'Esso'는 다른 업체들보다 큰 매출을 올렸다. 식당,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적으나마 백인 업주들도 동요했을 것이다. 흑인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나는 만큼 그린북도 점점 두꺼워져 갔다.
2. 짐 크로법
: 미국의 인종차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법이다. 영화에 직접적 언급은 없으나 알아두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짐 크로 법은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안이다. 미국 남부 11주에서 1876년에서 1965년까지 시행했다. 영화는 62년 배경이니 아직 유효한 법 집행 시간이었다. 미국 남북전쟁(1861년~1865년)에서 연방군(북군)은 노예 해방을 내걸었다. 남부 주는 노예 해방에 반대했다. 남북전쟁에서 연방군이 승기를 잡자 흑인을 계속 차별하기 위해 남부 연맹에서 만든 법이다. 짐 크로 법은 '공공시설에서 백인과 유색 인종 분리'가 핵심이다. 법 이름은 1830년대 미국 코미디 뮤지컬에서 백인 배우가 연기해 유명세를 탄 바보 흑인 캐릭터 이름 짐 크로(Jim Crow)에서 따왔다. 당시 캐릭터는 흑인을 경멸하는 의미로 쓰였다. 짐 크로법 탓에 흑인들은 식당·화장실·극장·버스 등 공공시설을 백인과 함께 쓸 수 없었다.
짐 크로 법은 1896년 미국 연방법원이 법안에 대해 ‘분리되었지만 평등하다’며 합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1954년 5월 17일 미국연방 대법원의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재판은 '공립학교에서 불평등한 인종 분리 교육은 위헌'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때부터 짐 크로 법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955년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의 로자 파크스 사건이 흑인 민권 운동에 불을 붙였다. 로자 파크스 사건은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가 백인 승객에게 좌석을 양보하라는 버스 기사의 요구를 거부한 사건이다. 사건 이후 미국은 버스 흑백인 좌석 분리제를 폐지했다. 곧이어 짐 크로 법은 효력을 잃었다. 1964년엔 인종·민족·국가·여성의 차별을 금지한 연방 민권법이 생겼다. 1965년 투표에 관한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투표권 법이 생기면서 짐 크로 법은 사라졌다.
3. "모든 흑인이 댄스와 소울 음악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당대 최고 히트곡들을 하나도 모르는 돈에게 토니는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당신네 노래를 이렇게 모를 수 있지?"라고 말이다. 그러자 돈이 위와 같이 답한 것이다. 흑인이면 재즈를 좋아한다는 토니의 편견이 낳은 재미난 오해인 셈이다. 돈 셜리 박사가 생소해하는 뮤지션들의 이름은 리틀 리처드, 처비 체커, 샘 쿡, 아레사 프랭클린이다. 초기 로큰롤 스타이자 소울 음악의 전설로 기억되는 이들은 1960년대 당시에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상주하며 대중의 인기를 누린 스타들이었다. 동시에 인기 피아니스트지만 백인 자본과 관객의 눈치를 봐야 했던 돈 셜리처럼, 이들 역시 사회 전반에 깔린 인종차별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나 저항과 변화의 메시지를 목소리로 노래하며 민권운동의 상징으로 남은 인물들이다. 실제로도 돈 셜리와 다른 아티스트들은 인권운동은 하였으나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1) 영화 속 라디오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리틀 리처드다. 초기 로큰롤의 슈퍼스타인 그는 피아노 위에 발을 올리고 격정적인 연주와 보컬을 선보이며 당대 대중에게 로큰롤 장르의 이미지를 정립했다. 1956년 대표곡 '투티 프루티'로 널리 알려진 그는 영화 속 등장하는 'Lucile' 뿐 아니라 'Long tall sally', 'Rip it up' 등 숱한 히트곡을 남겼지만, 1959년 돌연 가스펠 가수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2) 처비 체커는 1960년대 초 트위스트 춤을 유행시켰다. 그의 히트곡 'The twist'와 'Let's twist again'은 반세기가 난 지금까지도 트위스트가 등장할 때마다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로큰롤 시대 상징과 같은 TV 쇼 진행자 딕 클락(Dick Clark)과 그의 프로그램 <아메리칸 밴드스탠드>에서 춤을 추는 처비 체커는 그 시대를 정의하는 하나의 장면으로 남아있다.
3) 백인 가수로 프랭크 시나트라가 있다면 흑인 가수로 냇 킹 콜이 있다. 1940년대 냇 킹 콜 트리오의 훌륭한 피아니스트였던 그는 1945년부터 솔로 가수로 명성을 누린다. 'This christmas song'과 'Nature boy', 'Unforgettable' 등의 히트 싱글로 1960년대까지 인기 가수로 군림한 그는 영화 속 돈 셜리와 유사한 점이 있다. 위대한 대중 가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백인의 취향에 맞춰 '재즈를 팔아먹은' 가수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영화에서는 구타를 당했던 냇 킹 콜의 일화도 들을 수 있다.
(영화 마지막 크리스마스 장면에서 들렸던 캐럴은 시나트라의 목소리다. 잘 아시다시피 그 또한 이태리 이민자 출신이다.)
4) 샘 쿡은 소울 음악의 제왕이다. 놀라운 호소력의 보컬과 능숙한 라이브 퍼포먼스로 인기를 끈 그는 1950년대부터 'Only sixteen', 'For a sentimental reasons' 등을 히트시킨 스타였다. 여기에 샘 쿡은 흑인 민권 운동의 송가인 'A change is gonna come'의 주인이다. 밥 딜런의 저항 의식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권 행진에 발맞춘 이 한 곡만으로도 그는 위대한 반열에 오른다. 안타깝게도 그는 1964년 한 모텔에서 모텔 매니저의 총탄에 쓰러졌다.
5) 아레사 프랭클린은 소울의 여왕이자 20세기 최고의 가수로 꼽힌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음악계는 그의 목소리를 뛰어넘는 목소리를 찾지 못했다. 천부적인 힘과 감성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인종과 성별의 벽을 허문 아레사 프랭클린의 위대함은 시대가 지날수록 그 힘을 더해간다. 그의 파워풀한 보컬은 1960년대 인종 차별에 주눅 든 흑인 사회에 '블랙 프라이드'를 일깨우는 고고한 외침이었다. 대표곡 '존경(Respect)'을 통해 아레사 프랭클린은 소외된 흑인 사회의 자부심과 여성의 힘을 계몽했다. 샘 쿡과 아레사 프랭클린은 어려서부터 친구사이이기도했다.
4. 스타인웨이 피아노
: 영화 내내 돈이 공연에서 항상 준비하라 시켰던 고급 피아노. 이니애나 주에 두대가 있을까 말까 한 피아노. 그 명맥은 지금까지고 이어져 오고 있다. 이 피아노의 정식 명칭은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1853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헨리 E 스타인웨이가 네 명의 아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피아노 제조회사다.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1860년 뉴욕 필하모닉 공연에 놓이더니, 1867년에는 파리 엑스포에서 상도 받았다. 그 후로 ‘최고의 피아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스타인웨이가 피아니스트보다 더 훌륭하게 연주할 때도 있다”
(아르헨티나가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스타인웨이 덕분에 음악적 느낌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
(거장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는 극찬을 받았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피아노 제조 관련 특허는 100개가 넘는다. 강한 타 건도 너끈히 견뎌내도록 피아노 줄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장력을 끌어올리는 등 현대 피아노의 원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들어가는 부품만 1만 2000개에 달한다. 부품이 기준보다 0.1㎜ 이상 크거나 작으면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스타인웨이 한 대를 만드는 데 1년 넘게 걸린다. 현재 미국 뉴욕과 독일 함부르크 등 두 곳에서 생산한다.
피아노는 최고로 인정받지만 회사의 돈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1970년대 미국 방송사 CBS가 인수했다가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한때 삼익악기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적도 있다. 지금은 미국 투자회사 폴슨앤드코가 갖고 있는데, 중국 수요가 대폭 늘어난 데 힘입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5. 커티삭 위스키
: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함께 돈이 항상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이 바로 커티삭 위스키 한 병이다. 실제 영화에도 구형 보틀이 등장을 하는데 당시 아주 인기 있었던 위스키이자 현재도 가성비로는 나쁘지 않은 위스키이다. 미국에서 최초로 100만 케이스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영미권에는 'Real McCoy'라는 표현이 있다. '진품' '진정한 가치를 지닌 것' 등의 의미를 가진 이 표현은 영화 제목이나 밴드 이름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 '리얼 맥코이'의 어원 중 하나로 '윌리엄 맥코이'라는 스코틀랜드계 미국인 선장이 뽑힌다. 온갖 밀주와 싸구려 술이 성행하던 미국 금주법 시대, 맥코이 선장은 미국 영해 바깥에 형성된 밀수 지대 럼 로우 Rum Row에서 오직 진품 술만을 취급하던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맥코이 선장의 이름을 널리 알려 '리얼 맥코이'라는 표현을 퍼트리는 데에 크게 기여한 위스키가 바로 '커티삭 Cutty Sark'이라고 한다. 사실 '리얼 맥코이'의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탓에 이 이야기는 마케팅을 위해 과장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커티삭'은 짧은 잠옷 Nightshirt'이라는 뜻이다. 이는 한 스코틀랜드 시에 등장하는 재빠른 마녀의 별명으로, 훗날 유명한 쾌속 범선의 이름이 됐다. 증기선 시대에도 무역선으로 꿋꿋이 활약했던 이 배가 1922년 퇴역하자 그 이듬해에는 이를 기리듯 노란 라벨에 커티삭 범선이 그려진 '커티삭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가 탄생했다.
6.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
: 그린북은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블랙팬서', '보헤미안 랩소디', '로마' 등을 누르고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그린북'은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 각본상에 작품상까지 추가하며 3관왕에 올랐다. 이 같은 쾌거는 지난해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을 비롯해 47개 영화제에서 30여 개의 상을 휩쓸면서 일찌감치 예견되어 왔다. 영화 ‘덤 앤 더머’로 데뷔와 동시에 코미디 장르계의 거장으로 급부상한 피터 패럴리 감독은 첫 드라마 장르 연출작인 ‘그린 북’으로 생애 처음 골든 글로브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개봉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실존 인물인 셜리 박사의 유가족이 "셜리와 토니는 친구 관계가 아니었다."라고 영화의 왜곡을 주장하고 나선 것.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가 각본을 써 화제를 모았기에 이 논란은 영화의 진정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닉 발레롱가와 피터 패럴리 감독은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 "영화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실"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친구 사이였다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조차 나오지 않아 의혹은 증폭됐다. 그러나 논란을 딛고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 등 3관왕에 올랐다. 특히 각본상까지 받아 이야기의 가치까지 인정받았다. 작품상 트로피를 거머쥔 피터 패럴리 감독은 제작진과 배우 그리고 실존 인물과 유가족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 영화는 우리가 서로 다르지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라며 영화의 메시지와 진정성을 강조했다.
7. 덤 앤 더머의 감독??
: 영화는 '덤 앤 더머'를 연출한 피터 패럴리 감독의 작품이다. 그래서 패럴리 감독 특유의 과하지 않으면서도 소소한 유머들을 영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두 주인공이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들이 많은데, 일상 대화 속에서도 소소한 웃음들이 많이 터진다. 일례로 토니가 치킨을 먹고 남은 뼈를 창밖으로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돈 셜리도 토니 발레롱가를 따라 치킨 뼈를 창밖으로 던지면서 서로 웃는다. 하지만 토니 발레롱가가 다시 음료수를 창밖으로 던지자 정색하며 주워 오라고 시킨다.
이 장면은 원칙적인 삶과 고상한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온 돈 셜리를 잘 보여준다. 캐릭터들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관객들이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처럼 캐릭터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스토리 전개와 소소한 유머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패럴리 감독의 힘이다.
8. 주인공,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
: 영화는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토니 발레롱가의 역할을 맡은 비고 모텐슨은 30파운드를 체중 증량을 할 만큼 캐릭터를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그들이 살았던 브롱스 지역을 방문해 몇 시간씩 보내며 그의 말투, 걸음걸이까지 체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이라고 말하면 몰라봤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폭력의 역사(2005년)’, ‘이스턴 프라미스(2007년)’이 두 작품을 추천한다. 둘 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다.
돈 셜리 역할을 맡은 마허샬라 얄리는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배우이다. 이전 작품 '문라이트'에서 후안 역할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마허샬라 얄리는 피아니스트 역할을 위해 실제 피아니스트인 크리스 보워스와 만나는 등 노력을 했다고 한다. 특히 실제 돈 셜리가 연주한 음악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끊임없이 듣고 보는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영화 중에 문라이트라는 영화가 있다. 마허샬라 알리는 주인공인 ‘샤이론’의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인 ‘후안’ 역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게 된다. 그는 마약상이지만 따뜻한 사랑으로 샤이론을 이끌어 주는 역할을 맡아 관객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마허샬라 알리는 이 영화를 통해 전미비평가 협회상, 미국배우조합상을 비롯하여 무려 35개의 남우조연상 및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강력 추천하는 작품이다.
9. "happy talk"
: 마트에서 자주 들려오던 멜로디가 영화에 흐른다. 엘라 피츠제랄드의 목소리로 들은 적은 있지만, 피아노로 들으니 색달랐다. 이마트의 선곡 센스에 상을 줘야 할 것 같다. 이 멜로디가 들리면 왠지 쇼핑을 해야 할 것 같다. kris bowers의 영화에 음악에 참여했는데, 알고 보니 영화 빌리 홀리데이와 드라마 브리저튼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브리저튼에서 strange라는 곡을 듣고 찾아봤던 기억이 나는데 동일인물이었다.
아래는 아레사 프랭클린의 생전 인터뷰 내용이다.
Q 특히 프랭클린의 Respect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어요. 많은 인권 운동에서 불리다 보니 그 의미가 더욱 다양해지는 것 같은데요. 하나는 연인 관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존중. 다른 하나는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서 사회적으로 존중받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얘기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음…. 말씀하신 것처럼 인권 운동 때 제 노래가 그들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것처럼 많이 불리긴 했죠.
하지만 녹음했을 때는 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미가 많았어요. 하지만 더욱 포괄적인 의미에서 “나는 당신을 존중하며, 당신도 나를 존중해 주세요.”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나 존중받길 원하잖아요?
Q 좋은 이야기네요! 모두가 자신이 존중받길 원하지만 그만큼 타인을 존중해 주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저와 제 노래를 사랑해 주는 많은 팬분들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제 노래 메시지처럼 남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신다면 조금 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 옆에 있는 가족과 이웃 안에서 존중이 이루어지다 보면 어느새 그 마음이 커지고 커져서 모두를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오겠죠.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정말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요.
출처 : 레전드매거진(https://www.legend-lounge.com)
영화는 흑백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고, 편견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한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감독 또한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자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만든 영화라고 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고 모든 것들을 아우룰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