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투모로우 클라스 '미래교육'1부 : 기술결정주의 미래교육의 위험
JTBC 투모로우 클라스 ‘미래 교육’.
“장미빛 미래, 미래를 꿈꾼다, 내 미래는 말이야.” 미래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이기 보다, 앞으로 벌어질 무언가 희망찬 것들과 결부된다. 미래 교육을 말할 때도 비슷한 뉘앙스가 2가지 차원에서 발생한다. 하나는 미래의 교육은 뭔가 희망차고 밝고 좋은 것이는 것과, 그래서 지금의 교육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좀 더 예리하게 파고 들어가야 할 문제는, ‘ 그 좋은 무언가’이다. 미래라는 말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교육이란 단어까지 결부되었으니 무언가 지금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라는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JTBC 교육특집 투모로우 클라스 ’미래교육‘(이하 투클)“은 아쉬운 점이 많다. `그 무엇`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투클에서는 미래 교육의 핵심이자 원동력으로 교육테크를 지목하고 교육테크 중에서도 AI, 빅데이터 기반의 기술을 소개한다. 그리고 미래 교육의 핵심 키워드로 ’학습 형태의 변화, 교사 역할의 변화,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 강조‘를 말한다. 여기에서 `교사 역할의 변화`와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 강화’는 교육계의 오랜 화두이다. 굳이 초학습시대, 미래 교육이란 프레임을 쓰지 않아도 말이다. 꽤 오래 전부터 교사의 역할은 학습코치(coach), 촉진자(faciliator), 지원자(supporter), 디자이너 등으로 이야기되었고, 학습자 주체성 또한 자기주도적 학습, 내적 동기, 내적 갈망, 주도성(agency) 등으로 계속 등장하는 개념이다. 명칭만 바뀌었지 동일한 개념이란 이유로 `교사의 역할 변화`와 ‘학생 주도성’의 중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용어를 바꾸어 재강조될 만큼 두 개념은 중요하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미래 교육`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미래 교육`, 정확히는 `데이터 및 증강/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교육`이 교사의 역할 변화와 학생의 자기주도적 향상에 어떤 유의미한 효과를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JTBC 투마로우 클래스에서는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여 학습에 활용한다. 학생은 평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한 교사는 업무에서 벗어나, 수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아침부터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찾고, 비판하고 이야기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교사는 업무없이 온전히 학생들의 동기를 북돋아주고, 학습 계획을 체크하고, 학생이 제기한 질문에 답을 해준다. 하지만, 정말 과연 그럴까? 기술의 변화가 교육을 장밋빛 미래로 데려갈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다. 두클에서 아쉬웠던 점은 진정한 교육의 실현이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는 것에 초점을 두는 부분이다. 기술의 변화에 따라 수업이, 교육이 온전히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기술 중심적 관점을 흔히 기술결정주의(Techno-determinism)라 한다. 기술결정주의는 새로운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시각이며, 기술을 가능성으로 보지 않고 당위적인 것, 반드시 실현되는 그 무엇으로 바라본다. 새로운 기술은 인간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함과 동시에, 상상한 장면이 곧 구체화될 것 같은 희망을 안겨준다. 이러한 부푼 희망은 교육의 다양한 요소들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하게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한 들, 학습은 여전히 인지적으로 힘든 일이다. 인지과학자 윌링햄(Willingham)은 인간은 호기심은 많으나 생각하는 재주는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인지적 조건이 필요함을 강조한다[1]. 그렇다면 과연 기술이 학생이 인지할 수 있는 조건, 환경을 얼마나 조성해 줄 수 있을까? 또한 미래 교육에서 강조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또한 에듀테크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말을 강가로 안내할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처럼, 학습자의 내적 동기,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는 단순히 기술보다는 교사의 수업 디자인 능력, 학생에 대한 이해력, 학생 문화에 대한 이해, 결과가 아닌 과정중심의 평가, 수업 내용의 적정화 등 수업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들이 결합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결코, 기술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내가 기술 활용 교육이 무효하다고 읽힐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에듀테크는 학생들에게 보다 실제적인 컨텐츠를 제공하여 학생의 경험의 질과 폭을 넓힐 수 있다. 또한, 학생에게 풍부한 상호작용 및 표현의 방법 및 기회를 제공하며, 무엇보다 빅데이터 기반 평가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을 되돌아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것이, 그냥 기술하나만 딱 던져준다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될 꺼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술결정론적 관점은 교사에 대한 왜곡된 책무성 강화(이런 기술을 좋는 데도 학생들이 공부를 싫어해? 교사가 노오력을 하지 않았군)나 학습을 개인의 인지주의적인 것으로 환원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에듀테크가 미래 교육을 이끄는 한 축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구성하는 다양한 맥락적 요소 중의 하나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가 어찌 바뀌든 교육이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지난한 과정이라면, 교육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학교 교육의 핵심 주체는 교사 그리고 학생이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상호작용이 핵심 기능이며, 기술은 의미 있는 상호작용 형성에 결정적이지 않다. 기술은 교육에서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닌, 하나의 맥락요소로서 온전한 교육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1] 대니얼 T. 윌링햄,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