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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디 May 31. 2021

[미디어 교실] 공간으로서 미디어


 싸이월드가 부활한다. 2020년에 틱톡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있다면, 2000년에는 싸이월드가 있었다. 일촌맺기로 오프라인 인맥을 온라인으로 확장시키며, 도토리로 스킨과 미니미를 꾸미고 BGM으로 나의 숨겨진 감성을 자랑할 수 있었다. 싸이월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갬성뿜뿜글`이다. 지금 생각하면 자다가도 격렬하게 이불킥을 날리고 싶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감하게 삭제버튼을 누르고 싶은 감성이 듬뿍이 담긴 글이 싸이월드에는 많았다. 하지만 그때는 꽤나 자연스러운 글들이었다. 싸이월드는 나의 숨겨진 감성을 찾아내어 외치는 대나무숲이었고, 친구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틈이었다.


<라떼는 말이야, 이런 촉촉한 감성을 목격하는게 아무렇지도 않을 때가 있었어>


 이런 글쓰기가 가능한(허락된) 이유에는 `싸이월드`의 플랫폼 구조가 한 몫을 했다. 2000년대의 SNS는 지금의 SNS보다 더 무겁고 닫혀있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이나 글을 하나의 공간에만 게시하도록 강요하지도 않았고, 특정 형식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방명록‘, ’사진첩‘, ’게시판‘, ’다이어리‘ 등에 나누어 사진이나 글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었다. 가벼운 인사나 안부는 ’일촌평‘과 ’방명록‘에 쓰여졌고, 조금 무거운 글이나 긴 글 등은 ’게시판‘, ’다이어리‘에 쓰여졌다. 또한 글이나 사진에 대한 공유하기를 지원하지 않아 자신이 쓴 글이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유통되기도 힘들었다. 싸이월드 플랫폼은 당시에 유행하던 개인홈페이지, 브이로그, 블로그 등과 맞물리며 온라인 공간에 자신의 사적 공간 구축을 지원했다.


 바로 이런 변화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간의 경계를 절묘하게 왜곡시키며 `갬성뿜뿜글` 탄생에 일조했다. 우리는 남들 앞에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나의 모습을 `개인홈페이지`라는 명분을 빌려 일촌들에게 공적으로 알리는 글을 쓸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좋아했던 사람의 기별과 심리를 알기 위해 늦은밤 홈페이지에 BGM과 미니미의 상태 변화 등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친구의 갬성뿜뿜글에는 손발이 오그라지거나, 과도한 관심을 필요한 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갬성뿜뿜글‘이 싸이월드에서 자연스러웠던 것은 각 미디어 공간이 지닌 특수성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든지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말과 행동은 특정 공간에 얽매여있다. 군대에서는 군대에 맞는 말투와 행동이 존재하며, 학교 교실에서는 교사다운 행동거지가 요청된다. 빨간색 드레드락 머리에 찢어진 반바지, 샌들을 신고 학교에 출근할 수 있지만 1교시가 채 시작하기도 전에 교감선생님의 호출 전화를 받아야하는 것은 특정 공간이 갖는 규범을 보여준다.


<`SNS 칠대죄악`중 네 가지. 사실여부를 떠나서 트위터, 페북, 인스타에 올리고 볼 수 있는 글이 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간이 지닌 특성이 그 공간에서 소통될 수 있는 양식(방법)에 관여하여 궁극적으로 소통되는 의미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SNS별로 접할 수 있는 정보, 쓸 수 있는 글의 종류를 알고 있고 그렇게 쓰고 있다. 또한 SNS별로 내가 소통하는 집단의 차이도 인식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미디어의 내용과 기기가 어떻게 의미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았다 면, 이번 글에서는 공간으로서의 미디어가 의미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려한다. 공간으로서의 미디어는 특정 문화, 관습을 형성하여 의미 형성에 영향을 끼치거나, 미디어 플랫폼의 독특한 구조가 의미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독특한 관습의 장으로서 미디어 공간


 몇 해 전 쉬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교실 뒤편에서 삼삼오오 모여 요런 춤을 추곤 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X6b19ukfTA


이 춤의 시작은 러셀 호닝(Russell Horning)이란 19살의 청년이 SNL에서 선 보였던 춤으로, 특이한 동작과 함께 무표정한 얼굴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춤이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어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이 함께 춤을 추거나 배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서 이 춤은 ’애인생기는 춤‘으로도 소개가 되었다. 왜 이런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인기 있는 춤을 추면, 인싸가 되고 그러면 인기가 많아져 애인이 생길 수 있다.`라는 논리를 짐작만 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콘텐츠라도 미디어 공간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백팩키드댄스`는  '애인생기는 춤`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소통>


학생들의 미디어 공간 존중하기


 미디어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서 특정한 관습을 형성한다. 그런 관습은 의미를 생성하고 이해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미디어 교육은 아이들의 미디어 경험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학습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것이 단지 구성주의적 학습관에 기인하거나 근래의 아동 권리 향상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의 미디어 경험을 존중하여야만, 아이들이 머무는 미디어 공간을 이해할 수 있고, 그 공간의 여러 관습을 교실 안으로 불러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비로써 이때부터 미디어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삶에 대한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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