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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디 Jun 30. 2021

[미디어교실] 아이의 문해력?(1/2)

어머님, 미디어교육이 리터러시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EBS의 <당신의 문해력>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관련 영상은 10만회를 훌쩍 넘었고, 서점에는 많은 책들이 아이들의 문해력 증진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저하된 문해력은 그리 낯선 주제는 아니다. 경험상 한 반에 1~2명 정도는 기초적인 한글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통계적으로도 중학생의 약 4%는 기초문식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교육부, 2021).역시 헬조선의 교육제도를 탓할 수 있지만,저하된 문해력은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라 일본, 핀란드, 호주 등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新井 紀子, 2018; Heim, 2016; Duffy & Wylie, 2019). 


<장안의 화제 '당신의 문해력'입니다>

 

<당신의 문해력>은 교육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해력 문제를 다시 한 번 공론화시키며, 특히 기초문식성 문제를 학교와 가정의 연계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참 고무적이었다. 가정의 지원과 `읽기 전문 교사`를 통한 개별화 수업은 실제 현장에서도 효과가 체감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과연 그런가?”하며 가자미눈을 뜨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당신의 문해력>은 주변에서 워낙 호평이 자자한 프로이기에 이 글에선 틈새를 노려, <당신의 문해력>이 놓치고 있는 부분, 쉽사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한동안 머물렀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정말 그러하냐? 정말?>


<과연, 그렇게 하면 될까?>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자체가 `문해력 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논의는 크게 두 개의 측면에서 진행된다. 하나는 한글 읽기·쓰기 자체에 어려움을 지니고 있는 기초문해력 부진 학생과, 보다 일반적인 문제로 기초문해력은 습득하였으나 긴 글이나 글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고등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성인)들로 나눠 진행된다. 기초문해력을 위해 음소와 음절을 인식하게 하고 말놀이 중심 학습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방법이다.

 문제는 보다 일반적인, 그러니까 한글은 읽을 수 있지만, 굳이 읽으려하지 않고,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있다. 이 아이들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방법들이 관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과연 학생들에게 문해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면 책을 읽을까? 좋아하는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 그리고 만약 책을 열심히 읽게 되었어도, 궁극적으로 문해력이 향상될까?

 나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기초어휘력을 키워주기 위해 하루 5단어씩 뜻을 배우고 그 단어를 활용해 문장을 만들기도 하고, 신규 때는 용감하게 독서탑(?) 비스무레한 것을 만들어 경쟁과 성취욕을 부추기도 하였으며, 10여년 전 이미 아이들 손을 잡고 서점으로 가 아이들이 손수 고른 책을 사준 옆 반 선생님을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5개정교육과정에는 `한 학기 한권 읽기`가 하나의 단원으로 배정되어 학생들이 독서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당신의 문해력>처럼 그렇게 드라마틱하진 않다.

<신기한 일이야.. 왜 내 수업에서는 일어나지 않지? 허허허>

 물론 어떤 교육에서 기대되는 성과가 출현하지 않으면 수업의 구성, 교수자의 역량, 실천의 체계성과 지속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적어도 문해력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문해력에 대한 관점`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문해력을 문자 언어에 관한 능력`, 그래서 독서를 통해 신장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보는 순간 문해력 향상은 신기루로 존재한다. 마치 눈 앞 어딘가에 있고 곧 잡을 것 같지만 결코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말이다.  



 <글자에 관한 능력이 문해력?> 


 `문해력`이란 말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문해력은 ‘literacy’의 번역어로 문식성, 문자해독능력으로 씌여지기도 하고(윤여탁, 2015), 근래에는 `리터러시(literacy)’란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당신의 문해력>에서 문해력은 말 그대로 문자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으로, 그리고 인간의 지능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문자중심 언어관과 문해력을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발휘되는 인간의 일반적인 지적 능력으로 보는 것은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Heath, 1983; Scribner & Cole, 1981; Street, 1984). 또한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의 성장이란 복잡다단한 문제를 단순히 `독서 교육`이란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 단순화시키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세트 디자인에서도 문자 중심의 문해력 관점이 뚜렷이 보여요~>

 `읽기`라는 행위는 문자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넘어 문자에 내포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보다 본질적인 목표로 한다. 즉, 리터러시(문해력)에서 중요한 것은 ‘읽기’의 대상인 문자보다는, ‘읽기’를 통한 ‘의미 습득’이다. 과거에는 문자언어만으로 의미를 습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멀티미디어 세상에서 우리는 문자언어만으로 의미를 습득하지 않는다. 카톡에서는 글자로 전해질 수 없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모티콘을 통해 느낄 수 있고, 카드뉴스의 이미지와 통계 그래프는 글로 전해진 정보를 더욱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유튜브의 수많은 영상 속에서 우리는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정보들을 습득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문자 언어만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미지, 소리, 제스쳐 등과 같은 다양한 기호체계를 이용하고 있다(New London Group, 1996). 즉, 리터러시는 `의미`를 둘러싼 일련의 작용으로 결국 문자에 관한 능력으로만 리터러시를 바라보는 것은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이며, 동시에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여러분, 문자언어가 리터러시의 전부가 아닙니다. 저희는 New London Goup 이에요>

 따라서 문해력, `리터러시(literacy)`란 변화된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는 언어 기호 체계를 포함하여 다양한 기호 체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과정에 관여하는 능력이다(정현선, 2007; 정혜승 2008; NLG, 1997; Kress & Leeuwem, 2001; Buckingham, 2003; Hobbs, 2010, 2017). 그리고 리터러시는 언어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의미’에 초점을 맞출 때 향상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리터러시의 한 영역인 문자언어능력도 자연스레 신장될 수 있다. 


 그렇다면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할까? 어떠한 리터러시 교육이 실천되어야 학생들이 독서 또한 자연스럽게 연계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은 다음 글에서 더 나누어 보겠다.




<참고문헌> 

- 교육부(2021).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https://www.moe.go.kr/boardCnts/view.do?

boardID=294&boardSeq=84597&lev=0&searchType=null&statusYN=W&page=1&s=moe&m=020402&opType=N

- 윤여탁(2015). 한국에서의 문식성 교육 반성과 전망,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국어교육연구, Vol.36, pp. 535-561.

- 정현선(2007). 기호와 소통으로서의 언어관에 따른 매체언어교육의 목표에 관한 고찰,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Vol.0 No.19. 

- 정혜승(2008). 문식성(Literacy)의 변화와 기호학적 관점의 국어과 교육과정 모델, 한국교육과정학회, Vol.26 No.4.

- Buckingham, D.(2003). Media education- Literacy, Learning and Contemporary Culture, ‎ Polity

- Duffy, C. & Wylie, B.(2019.12.3.). “Australian students behind in maths, reading and science, PISA education study”, ABC News, , 2021년 6월 28일 추출, doi : https://www.abc.net.au/news/2019-12-03/australia-education-results-maths-reading-science-getting-worse/11760880

- Heim, J.(2016.12.8.). “Education Finland’s schools were once the envy of the world. Now, they’re slipping”,The Whashington post, 2021년 6월 29일 추출.  doi : https://www.washingtonpost.com/local/education/finlands-schools-were-once-the-envy-of-the-world-now-theyre-slipping/2016/12/08/dcfd0f56-bd60-11e6-91ee-1adddfe36cbe_story.html

- Hobbs, R.(2010). Create to Learn: Introduction to Digital Literacy, Wiley-Blackwell.

- Hobbs, R.(2010). DIGITAL and media literacy, The Aspen Institute.

- New London Group(1996). A Pedagogy of Multiliteracies: Designing Social Futures, Harvard Educational Review 66 (1): 60–93.

- 新井 紀子(2018). AI vs. 敎科書が讀めない子どもたち (單行本), 東洋經濟新報社. /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해냄, 김정환 역(2018).

Kress, G & Leeuwen, Multimodal Discourse, Bloomsbury Aca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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