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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아기와 디지털 노마드?

by 일단하는 킴제이

출산하고 나서 가장 큰 충격은 내 시간은 커녕 잠을 잘 시간도 없다는거였다.

출산은 황홀했다. 싱잉볼과 좋아하는 책을 챙겨 선생님과 연습했던 호흡에 나를 맡겨 아이를 낳았다. 무통주사, 촉진제 없이 자연의 힘을 빌었었다. 모든 몸이 열려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올 때는 무서움도 불안한도 없었다.

품에 올려진 뜨끈한 아이에게 나는 힘차게 말했다.


행복둥아 세상은 정말 찬란하고 아름다워. 우리 모두 여행하자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3시간 뒤부터 내가 잘 수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수시로 모유를 먹였고 10분, 30분이면 깼다. 몇일이 지나자 모든 사실을 절망으로 짖이겨 나갔다.

출산하고 아이를 키운다는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힘들다고 표현이 안된다. 좋은데 잠을 못 자는 고문은 사람피를 말려 목을 졸리고 나도 제리를 핡켜가며 끝도 없는 싸움을 만들었다. 모유수유를 그만할까를 하루에도 몇번을 생각하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아직은 건강하게 품어내어주고 싶었다.


앞으로의 여행은 없을거라는 사실이 나를 갉아먹었다. 여행이 뭐냐. 일은 어떻게 해야하며..




제리 회사에게서 연락이왔다. 원격근무를 하며 팀장님, 실장님이 어느나라에서 일하든 상관없다.

일 잘하니까 좋다라고 말이 이어지다가 인사팀에서 물음표가 왔다. 이래저래 상황과 의견을 전달하는데 얼기설기 체계적인척 뭉뚱그려진 가이드에 상황이 좀 곤란해졌다. 우리는 그래도 한국이 편하니 한국에서 지내고 싶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일단 미국으로 들어오라는 의견이 상황상 맞았다. 12월 한번은 제리가 미국에 잠깐 2시간만 다녀오고. ..


글로 다 써내기가 번거롭다. 상황이 우리를 떠나라고 밀어낸다. 아 한국이 병원이 잘되어 있는데. 저번에는 다 괜찮다 회사에서 하셨는데. 아 지금 아기랑 어떻게 떠나라는 말인가. 가족, 친구 없이 어떻게 우리만 육아를 해낸다는건가. 다급한 변명과 모른척 하고 싶은 사연들을 떠내보지만, 우리는 안다. 떠날 때가 되었음을.


그럼 어디로 가야하나?

아님 제리가 그만두고 육아를 전담하고 내가 더 화끈하게 돈을 벌까?. 그것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미국이나 유럽을 선택할 수 있다가 나중엔 일단 미국 들어와서 이야기 하자고 했다.


진짜 가야해? 이게 맞아? 갔다가 또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걷잡을 수 없어서 우리의 관계가 휘청이면 어쩌냐.

아기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병원은 어떻게 하냐. 가족과 친구 도움없이 일과 육아를 하게 되면 내가 육아를 더 맡아서 할텐데 그 상황자체가 너무나 부담이다. 그럼나는 언제 본격적으로 일하냐. 근데 그 일이 의미가 있냐

마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걷잡을 수 없이 터져 흘러나온다. 손으로 주워담을 수 없이 철철 넘쳐흐르는 부담감에 호흡이 가빠진다


행복둥아 세상은 정말 찬란하고 아름다워. 우리 모두 여행하자


그래. 연습일지도 몰라. 행복둥이한테 세상은 아름답다고 찬란하다고 모두 누리자고 했는데, 함께 여행하자고 했는데! 정말 세상을 보여줄 준비가 된건지 이 시간이 나를 테스트 하는걸지도 몰라.

출산하고서는 여행을 앞으로 못 한다고 걱정했으면서 이제는 출산하고 떠나야한다고 걱정하고 있다.

어떤상황에서든 걱정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고민하고 떠져보며 불안해했던 미래들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몰라.

그렇다면 내 마음의 잡담을 적당히 들어주는 척하고 ... 내 삶은 내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지 들어보자.

지금은 내 생각을 따르는게 아니라 그 마음을 내려두고 삶을 바라봐야하는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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