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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맘의 자연주의 출산02

치료도 출산도 내 몸인데 내가 결정해야하는거 아니야?

by 일단하는 킴제이



https://brunch.co.kr/@kimikimj/153


1편 쓰고 다음 써봅니다.


제리랑 냉면을 먹는데 아래가 축축하다. 설마 내가 실수한건가? 뭐야 싼거야? 놀라서 보는데 바지까지 젖었다. 또 주루룩이다. 김옥진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아직 가진통도 이슬도 없다고 했더니 아직 멀었다고 하셨다.

양수일지 아닐지가 애매한데 정 불안하면 약국에 리트머스 종이나 집앞에 병원에 가보라셨다.


그래? 그럼 아직인가봐 냉면을 먹고 집으로 갔다. 설마 오늘인가 싶어서 싸뒀던 출산가방을 다시 한번 바라왔다. 근데 아무 통증도 없는데 이게 진짜 양수면 어쩌지? 쭉 새서 뱃속에 아이가 있을 공간이 별로 없다면? 집에 오니까 1시즘이였고 3시에 집앞 산부인과를 갔다. 처음 가는 곳이라 정보를 적고 들어갔다.

(그 전까지 서울에서 검진 받다가 이사를 갔었다. 조산원에서는 다 체크를 해주는게 아니니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어? 산모님 지금 괜찮으세요?"

"네? 네 저 괜찮아요. 근데 이게 양수인지 아님 그냥 막달이라 분비물인지 몰라서"

"산모님! 4세치 열려 있어요. 지금 수술 바로 잡으셔야겠는데요? 유도분만제 어쩌고"

"네?!?! 네?!?! 잠시만요!"


수술이라는 단어에 정신이 혼미하다. 일단 출산짐 좀 챙겨올게요! 하고 그대로 조산원으로 갔다.진짜 그냥 저 병원으로 가야하나? 했는데 지금까지 쌓아온 연습이 아까웠다. 잘 모르는 사람과 선뜻 아이를 맞이 한다는게 겁이 났다. 몇 번씩 상상의 연습을 했다. 다양한 자세를 연습하고 내가 좋아하는 싱잉볼도 챙겼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몽골에서는 어두운 곳에서 서서 아이를 낳는다는 걸 봤었다. 그래 당연히 중력을 이용해야지 싶었는데 정말 저래도 되나 생각도 들었다. 캄캄한 엄마 뱃속에 있다가 밖에 수술실 조명을 보면 눈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라고도 들었다. 병원에서는 가만히 누워 다리를 들고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다리를 벌리면 무릎이 멀어지고 골반이 살짝 좁아진다. 빨리 나와야하니 촉진제를 맞고 잘 나오면 좋지만 그러지 못 하면 아이가 지쳐서 제왕절개로 넘어간다. 엄마도 아이도 약에 절여진다.



임신 6개월 즘 되었을 때 주변 엄마들에게 전화를 했다. 한 두번 만난 사이어도 용기내서 연락을 했다. 아이 낳는 경험이 어땠는지 혹시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지. 5명이랑 통화했는데 4명 정도가 아이 낳는 과정이 끔찍했다고 했다. 물어보는거 없이 배를 누르고 갑자기 제왕을 하게 되고. 무섭다 해도 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해야죠! 하면서 혼나는 분위기였다고. 산모님! 이렇게 하시면 안되죠! 소리에 정신없이 낳았는데 순식간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침대위에서 남겨진 기분이었다고 했다.몰랐다고 이럴 줄 알았어면 더 공부하고 할걸. 그냥 병원이니까 다 믿었다고. 그 순간이 너무 끔찍해서 지금도 풀리지 않는 감정이 남아있다고. 인간의 몸으로 아이를 낳는다. 수만년간 낳아 살아온거면 다 체득하고 몸이 알려 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의사가 주도하는게 아니라 나와 아이가 주도하며 몸을 믿고 가봐야하는게 아닐까?


네팔에서 돌아와 한국에 10일 정도만 있다가 뉴욕에 갔어야했다. 제리랑 떨어진지 꽤 되었는데 네팔이 너무 좋아서 제리 혼자 뉴욕에서 먼저 지내고 있었다. 네팔 떠나기 전에 치통이 심했다. 그 전에 아팠던 것도 없이 갑자기 자지러질거 같아서 진통제를 먹으면서 한국 가면 재빨리 고치고 뉴욕에 가야겠다 싶었다. 집주변에 리뷰가 좋은 치과를 찾아 왼쪽 아랫니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선생님이 아랫니는 괜찮고 이게 신경문제면 윗니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네? 아래가 아픈데 위가 그렇다구요? 네 신경이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친절하셨고 내게 신경치료를 해야한다고 했다. 신경을 고쳐주는건가 보다 알겠다고 했다. 잇니 저 안쪽에 안보이게 옆으로 충지가 생겼다고. 일주일 밖에 없으니 불편하겠지만 매일매일 해보자고 하셨고 와 진짜 아팠다. 신경이면 원래 이런건가? 선생님이 충치가 신경바로 옆인데 그냥 할게요. 이런 말도 들었다. 몇일 지나고 보니 이빨이 다 갈려서 없는거 아닌가?


세상 물정 모르는 나는 신경치료가 신경을 다 제거한다는 것도 몰랐다. 속상해 하니까 친구들이 병원 몇개나 가봤냐 한다. 어? 그냥 의사 말 믿고 하는거 아니야? 다 알아보고 그 치료를 할지 말지도 내가 정한다고? 신경치료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아 ㅜㅜㅜ 짜증이 밀려왔다가 내무능이다 싶어 어찌 이 감정을 정리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윗니의 문제는 아니었고 아래 사랑니가 때문이었다. 예전에 다녔던 치과를 뒤늦게 갔는데 돌려돌려 말씀하셨지만 굳이 윗니를 건들게 아니었다고. 맞아 신경치료 하기 6개월 전에도 체크업을 다했는데.


이 사건은 나를 크게 뒤흔들어놨다. 감히 건치아동대회 수상했던 내가 신경치료를 하다니. 의사말 믿고 했다고 화가 났는데 내 몸을 다른 사람이 휘잡을 수 있도록 놔둔건 나 아닌가? 몇개월이고 속상했다. 와 내가 내 몸을 이렇게 무심하게 남에게 쉽게 맡기다니. 더 알아보고 공부하고 의사선생님과 세상이 나를 돕도록 했어야지! 내가 더 주도적으로 했어야지!


그덕분에 임신을 했을 때는 철저하게 주도권은 내가 쥐었다. 모르면 공부하고 물었다. 병원 제왕절개비중을 여쭤보고 다양한 자세로 출산을 할 수 있는지 체크했다. 진통이 밀려오면 몸이 알아서 움직일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네팔에서 그랬거든. 그 힘들다는 안나푸르나를 오를 때 근육통도 힘듦도 없었다. 매일매일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면서 천천히 갔다. 몸과 호흡에 집중하다보니 결국 해낸거다. 출산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닐거다.


힝 그러고 보니 그 치과 의사 선생님 덕에 정신차리고 출산은 철저하게 공부하고 준비했다.

아니었다면 그런가 보다 하다가 지쳤을거야. 덕분에 골반이 더 잘 열리는 자세. 왜 한국은 제왕절게 비중이 높은지 공부하고 해외에서는 어떻게 낳는지 찾아봤다. 인스타에 관련글을 올리는 전문가 분들에게 메세지를 보내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래 맞아 산모는 환자가 아니야. 위대한 창조자고 기획자야.

출산하면서 혼나고 아이랑 더 있고 싶은데 거부 당하고 이럴 일은 절대 만들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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