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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맘의 자연주의 출산01

by 일단하는 킴제이

다가오는 통증이 밀려나고 사라진다. 마음이 괴로울 때는 심장이 구름처럼 퍼져나가는 상상을 한다.

나는 어쩌다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무통주사, 촉진제 없이 오롯이 내 호흡과 몸에 나를 맡겨 아이를 낳았다. 10센치가 열리는 순간 통증도 두려움도 없었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온다. 내가 낳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열리고 온 우주가 나를 미는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이 어떻게 했어? 왜 그렇게 한 거야? 하면 대답을 못 하겠다. 이미 선택이 된 것처럼 진행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연결되는 작은 점들이 연결된다. 나를 믿으면 돼. 모든 세상은 나의 호흡의 속도에 맞춰 움직인다. 그러니 천천히 내쉬면 평온해진 마음 위로 삶이 걸어오는 거야.



01

태국 치앙마이에서 사업가들을 만났다. 어떻게 사업을 하냐 물었는데 다 명상이야기다. 에? 그니까 나도 명상은 듣긴 했는데 진짜 이야기를 좀 해주라! 또 명상이란다. 챨리라는 친구와 계곡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이번에 서비스 금액을 올렸는데 아무도 결제를 안 했다고. 마케팅 문구를 바꿔봐야 하는 거 아니야 물으니 자기 안에 어떤 결핍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명상하며 살펴볼 거라 했다. 아, 그래! 돈의 에너지도 기회의 에너지도 흘러가는데 그걸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사업의 크기와 깊이잖아? 예전에도 스타트업은 대표의 그릇만큼 큰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래 마음그릇을 넓히는 게 중요해.


02

태국에서 요가 리트릿을 갔다. 가게 된 일도 신기하다. 마야몰에서 바지 쇼핑을 하다 거울로 어떤 분이랑 눈이 마주쳤다. 그러다 서로 바지도 봐주고 각자 계산하고 떠나는데 왠지 마음이 끌린다.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그럼 쇼핑 끝나고 어디 가나요? 묻다가 커피 한잔 하게 되었다. 마침 라니가 혼자 영화를 보는데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고. 여행하면서 일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이제 남편 없이 혼자인데 그냥 자연으로 들어가고 싶다. 여기는 좋지만 난 좀 더 초록빛이 필요해. 가서 요가나 하고 싶어 했더니. 라니가 놀라서 가만히 쳐다본다.

"정말 우주는 맞는 시간에 맞는 사람을 데려다주나 봐"

아침 자기가 다음 주에 여행을 가는데 숲 속에 있는 오두막이고 침대가 두 개란다. 원하면 반반씩 계산해서 함께 있자고. 그리고 다다음주에는 강 위에 떠있는 숙소에서 1박 2일 요가 리트릿을 하는데 관심 있으면 가자고.

우리의 만남은 놀라웠다. 오두막에서는 이틀 정도 있었다. 새벽에 숲을 걷고 저녁까지 대화를 나눴다.

"앞으로 뭐 하고 싶어?"

"나? 네팔을 가고 싶어. 이건 근데 사실 예전에도 가고 싶다 했는데 안 가지더라고. 또 지금은 혼자고... 혼자 가기가 좀 그래"

"킴제이, 정말. 네팔? 네팔 나 혼자 다녀왔었어!!!!!!"

네팔 사진을 보여주는데 심장이 두근거린다. 예전에 소문으로 네팔 가면 등산용품 중고로 사거나 무료로 얻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 물으니 그렇단다.


03

진짜 네팔을 혼자 갈 수도 있구나 갈까 갈까? 다음 주 요가리트릿 모임. 썽태우를 태고 2시간 정도 가는데 라니가 갑자기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함께 가지 못 했다. 혼자 가는데 다들 친구들이랑 왔으려나. 가서 명상하고 요가하고 수영하고. 리트릿에 참여자로 온 하와이 친구 마니(Marni)와 수영을 했다. 나한테 같이 수영할래? 물었는데 강에서 수영은 좀 겁난다는 설명을 영어로 잘 못하고 오케이! 했다. 마니 따라서 저 멀리까지 가는데 너무 겁났다. 수영같이 한 김에 마니랑 잠깐 대화를 나웠는데 오늘 요가 리트릿에 함께 하려고 자기 싱잉볼을 가져왔다고. 싱잉볼? 저 놋그릇? 저녁식사 먹고 다 같이 누워서 싱잉볼 명상을 하자고 한다. 좋지 그럼

우리가 10명-15명 정도 되었나? 누워서 아로마 향도 맡고 명상을 한다. 어색하다. 그래도 하는거니까 집중해본다. 이렇게 먹고 놀고 노니는게 리트릿으로 사업이 되다니 싶었다. 저 끝에서 부터 댕- 소리가 들린다. 싱잉볼인가봐. 점점 가까워지면서 내 머리위에서 댕- 온몸에 진동이 느껴져 놀랐다. 눈을 뜨고 싶었는데 다시 집중해본다. 싱잉볼을 내 가슴에 올려주고 댕-

악! 영혼이 튀어나갈거 같았다. 강렬한 진동이 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까만밤에 별이 박혀있다. 몇시간이나 지난거야. 어? 2시간을 잤다고?


지난 시간들이 내게 오면 말을 건거다. 킴제이. 긴장을 놓아주라고. 지금을 살고 몸에 집중해보라고.

뭐든 다 할 수 있으니 너가 우주라고. 나는 그 길로 네팔을 떠났고 엄청난 세계를 만나게 된다. 정말 만나는 모든이가 내게 말 한줄기를 쥐어줬다. 요가와 명상을 하며 올랐던 안나푸르나. 이전 여행에서 뇌출혈 사고로 입원을 했던터라 엄청 무섭고 고민고민하다 올랐다. 산을 품어 밟으며 오르며 명상에 휩싸이는 놀라움을 경험했다.


*다음 글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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