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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지구야 나를 도와주라

마음 회복되다 삐끗하면 아 아프다

by 일단하는 킴제이 Feb 18. 2025

어제는 힘겨워서 3줄 쓰고 오늘은 안되겠다 싶어서 빨래 건조기 돌리고 브런치 켰다.

근데 왜 이렇게 유입수가 많지하고 보니 그저께 쓴 글이다.


https://brunch.co.kr/@kimikimj/155

몸과 마음이 일치 하지 않아 붕붕뜨는 하루였는데 그 글이 이렇게 노출되다니. 신기하다.

오늘은 결국 제리랑 싸웠다. 어제였던거 같은데 오늘이었던거 같기도 하고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다보니 시간의 개념이 우수수 썰려 섞인 두부 조각같다. 몇마디가 서운했다가 흙바닥이 긁혔다.


점심에 일어나서 급히 먹을걸 만들었다. 마를 갈어서 쌀가루 섞어서 후라이팬에 붙이려고 하는데 쌀가루가 부족하다. 찹쌀가루도 섞어서 하니 찐득해서 이걸 아이가 먹을 수 있나 싶다. 거기에 우리가 먹을 것도 휘리릭. 내가 살림을 맡아서 할 필요는 없는데 요즘 제리가 새벽에 일을 하니까 내가 여기에 힘쓰게 된다. 우리 먹을 것도 만들고 마케이크는 안되겠다 싶어서 애호박도 볶아서 올려둔다. 제리가 배고파 했고 후다닥 하려니까 엉망이 되었다. 잠깐 올려놓고 너무 지저분한 것만 정리해서 먹었다. 먹다가 아기가 잘 먹는지 몇 입 떠먹여주다가(9개월이고 자기가 쥐어 먹는다) 제리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했다.


정리가 안되는걸 힘들어하는 제리여서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차라리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하잖다. 오키 좋지!

근데 몇마디씩 던지는데 거슬린다. 이건 버리는거야? 아 여기에 더 있어? 하는데 아 그냥 내가 할걸 짜증이 올라온다. 이걸 웃으면서 구슬릴 수도 있는데 저렇게 말하는게 서운하다. 제리도 피곤해서이고 사실 너저분한 부엌을 본인이 못 견뎌서 저러는건데 나도 냅둘걸.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어제였다. 암튼 나가는 길에 그냥 내가 한다고 했잖아. 나도 짧은시간에 다 한다고 하니까정신 없었고 너가 싫어할 줄 도 알았어라고 했다. 그 말에 농도짙은 서운함과 너를 판단하겠다는 되바라짐이 가득이었는데 다 실렸나보다. 결국 말이 타고타고 가더니 내가 요즘 마음과 몸이 잘 일치가 안된다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제리가 임신 때 부터 변한거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일 다 그만두고 이걸 하겠다. 힘들다.정신차리라고 하고 싶다 등등 별별 말을 뱉어내는게 아닌가? 말에 휘말려 맞고 있으니 서운했다. 그러면서도 그래 제리가 힘들 수 밖에 없다 기댈 사람이 난데 내가 이러는게 얼마나 ... 근데 진짜 나는 나아지고 있고 노력하는데 저렇게 판단하는게 너무 힘들다.


피식하고 마음 한 구석이 식는다. 마음 깊은 골짜기에 내가 빠지는데 다른 사람도 같이 빠지라고 내가 이러고 있구나 싶다. 모든걸 다 하고 싶으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가서 제리를 위로해주고 고맙다고 크게 웃으며 말해주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된다.


그래 내 인생을 이렇게 둘 수 없다. 마음의 찹찹함에 절여져 지내는 사람한테 정신차리라는 말이 이렇게 들릴 수 있구나 싶다. 제리가 그 말을 던졌을 때 놀라서 시간을 감아 혹시 나도 그렇게 내뱉었나 시간을 더듬어본다. 

우울한 이 옆에 있다는게 이렇게 어려운거구나 싶어서 제리에게 미안하다. 내 마음을 너무 다 까발리면 안되겠다 싶다가 근데 나도 지금 이걸 이해 못 하면서 남한테 빌붙으려고 하는건가 싶다.


마음이 좀 정리가 되면서 진짜 내 영혼의 단짝은 나구나 싶다. 스스로를 살뜰히 챙겨야지. 남한테 너무 기대면 비스듬해져서 내가 미끄러진다. 제리에게 사랑만 퍼주고 나도 아낌받고 싶다. 둘이서만 이렇게 육아해서 그런건가. 재택한다고 너무 붙어있나. 아님 원래 우리는 이런 사람이었나. 이정도 안맞았나 예전 우리는 어땠나 별별 생각이 휘리릭 지나간다. 그 날 밖에서 이야기 하다 운동은 못 갔고 그날 저녁 잠들기 전까지 제리를 한참을 안아주었다.


"왜 밤에 그리 늦게 침대로 오느냐 계속 기다리는데..."

이말이 너무 미안했다. 나는 이해받고 싶어하면서 제리에게 시간도 잘 내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온전히 밤에 혼자 지낼 수 있는 고요함에 취해가지고 이걸 못 봤다. 오늘 아침엔 서로 얼마나 더 사랑하는지 어떻게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선도 그어진다. 당연한거다. 내가 챙겨야 할 내 몫을 너무 제리랑 아기에게 주는 척하면서 바랬던 것 같다. 아 잘 살고싶다. 내 마음 부둥켜 안아 토닥여주고 싶다.

출산 후에 마음이 나아지는데 이런 시간이 오면 다시 우수수수 마음이 털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마음껏 진짜 미친 사람이 되어 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툴툴 털어내는 미소가 되고 싶기도 하고 그렇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요가수업 2개 결제함

1. 해변에서 요가+싱잉볼

2. 마인드풀니스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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