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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Jun 02. 2023

네팔에서 싱잉볼 전문과정 수료

나의 고향 푸르나 요가.

마누하 선생님과 요게쉬 선생님에게 싱잉볼 수업을 들었다.

싱잉볼은 태국에서 처음 접했다. 리나의 초대로 요가 리트릿을 갔는데 그 곳에서 만난 마니가 싱잉볼을 챙겨 왔었다. 강가에 누워서 싱잉볼이 시작되었다. 처음 하는 거라 뭘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는데 마니가 그냥 누워있으면 된다고 했다. 12명 되는 우리들의 오른쪽 왼쪽을 쓰다듬듯 스쳐가며 싱잉볼 연주를 해주었다. 


나의 왼쪽, 오른쪽을 휘감아 돌아 진동이 나를 통해 강으로 터진다. 내 가슴 위에 올려두고 싱잉볼을 댕- 하고 쳤다.

아, 영혼이 다른 세계로 튀어나가는 것 같아 놀라움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꼈다. 순식간에 온몸의 긴장이 풀려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잠든지도 모른 채 강물 소리와 옆에서 찰리가 이불을 챙기는 소리에 깼다. 시간이 얼마나 된 거야 폰을 보니 1시간 30분이나 지났다. 하늘에 별이 쏟아져서 한참을 올려 보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그 뒤로도 몇 번 원데이 클래스를 듣곤 했는데 그때마다 잠에 들었다. 몸에 긴장을 바짝 준 채로 오늘은 잠들지 않고 이 싱잉볼 연주를 따라가 보리! 결심해도 그대로 곯아떨어져 푹 자고 일어났다. 그 개운함과 나른함.

가슴을 파고들어 온몸의 세포를 흔들어 긴장을 풀어주는 신비로움이 궁금했다.

그렇게 네팔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하루만 있다가 가야지 했던 푸르나 요가에서 3-4일을 더 머물고 할리 축제를 하고 떠나기 싫어 싱잉볼 수업까지 듣게 되었다. 요가 자격증 수업은 때가 안 맞아서 못 했는데 수딥이

Everything has right time이라고 했다. 맞아 그래서 내가 싱잉볼 수업을 들은 거지. 그래 그래서 내게 네팔이 온 거지.

요게쉬는 연주를 하기 위해선 우리 자체가 음악이 되어야겠다. 내 자체가 힐링이 되어야 누군가도 힐링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느낄 수 없지만 언젠가 그때가 올 테니 연습하라고 했다. 그냥 밥그릇 같은 싱잉볼을 쳐대면 될 줄 알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챠크라의 위치에 맞는 소리가 있었고 아래에서 위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모든 이론이 서려 있었다. 6시부터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요가로 수련하고 10시가 되면 첫 번째 수업을 밥 먹고 나면 2시에 두 번째 수업을 했다. 8시까지 다시 요가 수련을 하고 나면 하루가 피곤해서 복습할 시간이 없었다.

점심 먹기 전에 시간에 친구들에게 연습을 해보고 개인시간이 주워지면 요가룸으로 들어가서 혼자서 연습을 했다.

이론을 배우고 나면 머리에 힘이 들어갔다.

수딥은 조급함을 내려두고 좀 더 마음을 편히 싱잉볼을 느껴보라고 했다. 싱잉볼은 silent bowl 이라고도 불린다며 소리와 소리 사이 쉼도 음악이라고 했다. 

그래 쉼도 음악이다.  그 말을 듣고 어깨와 마음이 긴장이 풀렸다. 나는 하려고만 했다. 결과를 만들고 세상에 증명해 보려고 했다. 사업을 해보고 디지털 노매드로 살아보며 하루를 일로 가득 채워  오늘도 무언가를 하고 있음으로 적어보고 싶었다. 물론 배움이 많았으나 조급함이 속도라고 이해했었다. 그래서 하루 이틀이라도 쉴라 치면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하지 않으면서도 쉬고 있음이 나를 울렸다. 여행도 일이 되었다. 


모든 것이 내 선택이 되니 태국을 가는 게 맞는가. 베트남이 좋은 게 아닌가. 태국에서 지금 이렇게 마사지를 받아도 되는 건가. 지금 계약서를 빨리 작성하고 대표님 전화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선택지들이 숙제처럼 쌓여 족쇄가 되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놓치는 것 같아서 극 불안이 피로해져서 침대에서 그냥 잠만 자고 싶었다. 이런 증상은 23년 1월부터 심해졌다. 22년 11월에 일과 클라이언트 불만에 떠밀려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그 마음을 달래지 못했나 보다. 혼자서 본격적으로 지냈던 1월부터 마음의 불안도가 커졌다.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많아지고 갈 수 있는 나라는 많아졌는데 그만큼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고 싶어서 무엇이든 하고 싶었었다.


그러다 요가를 하게 되고 마니를 만나 싱잉볼을 접하게 되었다. 사업하는 친구들의 명상 이야기를 들으며 사업은 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내 그릇을 키우는 것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어차피 잘 될 세상에서 지내고 있는데 에너지를 잘 담아내려면 건강한 그릇을 빚어내야 함이 우선이다. 비옥한 마음의 땅에 내가 제 때 물을 주지 못했어. 물도 주고 바람도 쐬었어야 했는데 밭만 일구고 파는 게 생산적이라고만 생각했어.


싱잉볼 수업을 들으며 저녁에 친구들에게 연주를 해주고 테라피를 해주기도 했다. 5분 정도 지나면 턱이 느슨해지며 숨소리가 싶어지는 친구들을 보며 눈앞에서의 힐링을 목격했다. 내 손에 쥐어진 막대로 싱잉볼을 어떻게 쳐내고 비벼댈지가 아니라 지금 이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 내가 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기도했다. 빅토리아에게는 오늘도 푹 잘 자라는 마음을 빌었으며 멜라니에게는 오늘의 네팔을 잊지 말길. 발걸음이 닿은 어디에서도 멜라니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싱잉볼 연주를 했다. 


여러 싱잉볼을 치면서 중간의 쉼도 길게 늘어뜨려놔 보았다. 눈을 감아 이 소리의 에너지를 내게도 보내본다. 포카라의 호수와 밤하늘과 이 고요함이 마음을 안아준다. 불안함이 가시밭 같았던 시간들 덕에 또 네팔에 오게 되었다. 숨가프게 지냈던 시간 덕에 숨을 내쉬고 노는 것도 얼마나 인생에서 멋진 일인지 깊이 알게 되었다. 

모든 순간에 감사하다. 


언젠가 혼자 연습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들어와서 아름답다며 안아주었다. 요게쉬도 따뜻한 눈빛으로 연주소리가 따뜻하다고 해주었다. 수료증을 받고 나서도 마누하 선생님이 여기서 게스트하우스처럼 지내면서 더 연습하라고 하셨다. 마사지룸도 내주셔서 거기서 싱잉볼 마사지도 연습하고 쉬는 시간마다 연주를 했다. 모든 소리가 음악이라고 했다. 드럼을 치면 흥분되고 첼로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울렁대지 않느냐며 우리의 몸은 음악으로 구성되었기에 모든 소리로 마음을 편히 해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릇에 물을 담아 흘려내며 연주를 하고 창호지 같은 종이가 깔린 판에 작은 쇠구슬들을 올려 굴려가며 파도소리를 만든다. 징 소리의 울림을 마음에 흘려보내기도 하고 해피드럼을 두드려보기도 한다. 마음 속으로만 고여있던 고민들이 파장이 되어 몸 밖으로 밀려나간다.     


소리가 멈춘 뒤 여운을 남을 고요함이 내 마음에 다시 스며들어온다.

나를 알기 위한 길고 아름다운 여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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