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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Jun 07. 2023

모든 시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데우랄리 캠프에서 저녁을 먹고 이불정리하러 각자의 방에 들어갈 시간.

라즈선생님에게 다시 발걸음을 돌려 물어봤다.

"라즈, 잠이 안 올 때 잠이 안 오니까 나는 오늘도 못 자겠다는 걱정이 들어. 

혹시 이런 고민한 적 있어? 방법이 있을까?"


1년에 2번 정도는 괴로울 정도로 잠을 못 잘 때가 있다. 이전에 수능 전 날이 첫 시작이었다. 수능 전 독서실에 갔다가 잠깐 낮잠이 들었는데 2시간을 자버린 거다. 밤에 자려고 하니까 머리도 마음도 더 또렷해져서 잘 수가 없었다.

'어라? 나 못 자는 거 아닌가? 이러다가 시험 망치면 어쩌지?'

'새벽 2시네 괜찮아 지금 자면 5시간은 잘 수 있어. 자자. 안 자면 안 돼.'

'어? 벌써 2시 40분이잖아? 아 망했다 왜 안 자는 거야!!'


마음의 소리가 커지고 잠 못 드는 나의 마음을 뒤흔들며 괴로워했다. 결국 엄마가 아침에 도시락 싸는 소리를 듣고 나서 잠깐 한 시간 정도 잤나. 그러고 시험을 보러 간 거 같다. 밤을 새운 것도 처음이라 몽롱한 공포가 무서웠다. 정신이 또렷해지고 마음의 소리가 커지는 시간. 시험도 잘 못 봤고 그 뒤로도 중요한 발표 전 날이면 마음이 말을 건다.



'혹시 오늘도 못 자는 거 아니지?

마음의 소리가 들리면 바로 소름이 끼쳤다. 아 망했다는 마음에 잠 못 드는 나를 질책하며 발표 무대에 오를 때까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려웠다. 매트리스는 쥐어짜며 울고 내일도 수능처럼 망치지 않을까 두렵다. 일상을 망가뜨리는 시간들은 아니었지만 1년에 한두 번 꼭 중요한 일을 두고 잠과 겨루면 많이 지친다. 네팔에서 산을 함께 오른 라즈에게 갑자기 물어보고 싶었다. 수련을 오랫동안 해온 라즈라면 방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킴제이 그럼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말고 나는 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때? 왜 안 자지라고 하는 순간 마음의 의지가 들어가서 편하게 있을 수가 없잖아. 모든 걸 놓고 나는 지금 잘 준비가 되어 있다 하고 마음을 열어봐"



편안한 파도처럼 라즈의 말이 마음으로 밀려들어왔다. 맞아 애써서 하려고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하고 싶어 하는 나를 질책만 하고 점검하려고만 했지 편하게 준비되어 있음을 알아차려주지 못했다. 산에서는 다 같이 숙소를 쓰다 보니까 여러모로 불편한 게 있어서 푹 자지 못했었다. 그때마다 아 못 자는 건 아니겠지? 내일 산 타려면 자야 해!라고 생각했는데 라즈의 말을 듣고 내게 말을 걸어본다

'아. 오늘 좋은 하루였다. 편하게 누워서 나는 지금 잘 준비가 되어 있어 ~ 아주 편하다'

마음이 누그러지고 고요한 잠이 내게 스며든다. 그 뒤로도 일을 할 때 발표를 해야 할 때도 내게 말을 걸었다.


'아 좋다! 나는 지금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어'


그럼 몇 시간 동안 브랜드 대표님들에게 해야 하는 마케팅 강의도 더 수월하게 잘된다. 난감한 전화를 해야 할 상황에서도 나는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라고 말 한번 걸고 전화를 먼저 걸어본다. 어차피 내 앞에 나타날 시간들인데 멱살 잡고 어떻게 하냐. 왜 안 오냐 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마음만 내어두면 된다. 편안한 잠이 오듯이 건강하고 이로운 시간들이 내게 온다. 나는 다 배울 준비가 되어 있고 경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라즈를 많이 좋아해서 인지 라즈의 말이 모든 걱정거리를 빗자루질해주었다. 오늘도 연습을 한다. 눈을 감고 4초 들이마시고 2초 멈췄다가 4초 편하게 내쉬면서 발가락부터 힘을 뺀다. 승모근에도 눈썹에도 정수리에도 서려있는 긴장을 쭉 풀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의식적으로 해본다. 좋은 잠과 편안한 시간들이 내게 온다. 건강한 나는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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