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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Jun 18. 2023

날마다 나은 사람이 된다

샌디에고에서 새크라멘토로 이동하는 날

네비게이션에 9시간이나 걸린다고 떠서 점심에 얼바인에 들려서 바비를 만나기로 했다.

2시간 운전해서 쌀국수 집에서 바비를 기다렸다. 주차를 하고 후다닥 들어오는 바비를 보니까 너무 반갑다


아. 나의 바비

바비는 지금 UCI에서 프로그램 개발 관련 박사학위를 공부하고 있다. 곧 교수님이 될 준비 이야기, 교수를 하면서도 회사 고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데이트, 나와 제리의 다음 여행지 이야기, 얼바인에서 일주일 더 지내고 갔으면 얼마나 좋을지, 밀크티 가게 이야기 별별 이야기를 종알거렸다. 


"바비,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 처음에 너 집에서 같이 살 때 2년 전이었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내가 다르다는게 느껴져. 그때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앞으로 나랑 제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했는데.. 지금 너무 잘 지내고 있잖아"


"맞아. 킴제이 너 얼마 전에 사람들 모아서 강의했잖아. 그건 어떻게 사람 모았어?"


"인스타그램에서 모았고 다른 강의는 에이전시랑 협업하는 경우도 있고"


"인스타에서 50명이나 넘게 모았다고?"


아 정말 내가 온라인에서 나의 경험을 전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소은 님과 고졔를 만나서 같이 프리워커들을 위해서 우리가 여행하면서 어떻게 일하는지 알려주자고 강의를 오픈했는데 선착순 50명이 빠르게 마감되었다. 바비는 밀크티를 먹다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 바비의 얼굴을 보니 2년 전의 내가 보인다. 나의 고민을 미간의 주름으로 깊이 들어주는 바비가 이제는 환희에 차 놀랍다며 밝게 웃어준다. 바비의 얼굴이 내 얼굴이겠지? 내가 쏟아내는 이야기가 바비의 표정에 고스란히 올라가 내게 보이는 거구나.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고 힘겨우면 친구들도 무거운 공기로 나를 대하는구나. 2년 전의 내가 보이고 지금의 나로 살아보며 배움을 느꼈다. 어두운 방이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더듬기만 했더니 뭐 하나 만져지고 그러다 보니 문고리도 찾았다. 방은 똑같이 세상과 같이 밝았으며 겁이 많았던 내가 눈을 질끈 감았던 것뿐이었다. 


고졔님과 소은님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서 프리워커들을 위한 강의를 오픈! 


2년 만에 돌아온 켈리포니아에서 내가 배운 것


01. 방법을 찾아질 수 밖에 없다.

너무 뻔한 말이고 진리다. 아무도 모르는 정글 속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신비의 존재 이기도 하고 마음을 촉촉히 채워주는 한 잔의 물 잔이 거실에 있는 것과도 같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방법이 따로 올 수밖에 없다. 2년 전 우리는 퇴사를 했다. 한국에서 제리의 비자가 불투명해졌고 가족의 죽음으로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수가 없었다. 겁이 났지만 흔들리는 제리를 붙잡고 떠나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다. 1년만 우리 여행하면서 살아보자. 안되면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나섰다. 겁이 났지만 제리를 위해서 내가 이번엔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하니 또 무서울 것도 없었다. 일단 미국으로 와서 친구들 집에서 지내는데 이게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니까 지치고 나만의 공간도 없고 일도 없이 불안했다. 인스타 라이브 방송도 해보고 기록도 하고 친구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가만히 있는 게 내 정신을 좀 먹어서 뭐라도 했다. 그렇게 일하나 가 두 개가 되고 40만 원이 몇 천만 원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내 상황에 맞는 일들이 나를 찾아왔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고 프로젝트를 맡아 줌으로 미팅을 했다. 제리도 점점 마음이 건강해지더니 재택근무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제리가 세계여행을 하다가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패션회사에서 월 120 받고 일하고 인공위성 스타트업에도 있어보고 자동차 데이터 회사도 다녀보고 했었는데, 미국에서 인공위성 연구를 하다가 한국에서의 경력이 뒤죽박죽이 되었다는 말에 고민이 많았었다. 제리는 일과 돈이 우리 가족과 여행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정말 됐다. 제리의 제안으로 해외에서도 원격으로 일 할 수 있게 되었고 임신을 위한 지원과 교육도 받게 되었다.  2년 전에는 온라인으로 강의해서 20만 원 받고 신기하다고 했었는데 올해 2월에는 3200만 원을 벌었다. 지금은 유럽에서도 온라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나는 안다 우리가 뱉은 말이 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방법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아주 잘 안다. 사방에 기회와 돈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눈 똑바로 뜨고 이 세상 열린 마음으로 다 즐기면 돼. 



02. 더 과감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

회사 일도 하면서 사업도 하고 강의도 해야지. 일하면서 여행을 왜 못해? 될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고 내게도 말하고 너에게도 말하고 친구들에게도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글을 써야지 했더니 마케팅 칼럼과 리모트 워커들을 위한 칼럼을 쓰게 되었다. 글쓰기 유치원도 다녀보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쓰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가 실린 책들도 나왔다. 퇴사 말고 강사에는 디지털 노매드로 여행하면서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하는지 적었고 워케이션 가이드에는 제리와 나의 인터뷰가 담겼다. 엘르코리아에서 연락이 와서 나의 여행과 일의 시작과 오늘에 대해서 글을 썼고 올해 6월 엘르데코 책에 기재되었다. 진정성 커뮤니티에도 멋진 분들의 이야기와 함께 나의 인터뷰가 올라갔다. 고구마팜이라는 광고대행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도 나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하루하루 고민하는 척하면서 지낼 때는 놓쳤는데 뒤를 돌아 2년의 시간을 보니 겹겹이 밀도 높게 잘 살았다. 불안해하지 않고 더 즐겼어도 됐겠다 싶다. 지금도 그러겠지?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할지 몰라도 마음을 열고 살면 좋은 기회가 내게 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아니까 가슴을 확 열어 춤추고 노래하며 나를 사랑하고 즐겨야지.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은 분들을 위한 교육 커뮤니티고 하고 싶은데 미루고만 있었다. 그런데 어차피 내가 하고 있을 일 아닌가? 그러니 지금을 또 즐기도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가면 된다. 그러면 다 된다. 과거들이 단단하게 쌓여 두 다리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다. 영어로 일하고 싶다고 했더니 진짜로 한국 상품을 미국에다 팔고 영어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있다. 언어를 몰라도 챗 지피티가 있고 언어를 잘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니까 원하는걸 팀원의 힘을 빌어해 볼 수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사업을 해야지. 못할게 뭐 있나. 오늘도 산책 잘하고 밥도 잘 먹은 내가 못 할 게 없다.



03. 연습을 하면 몸도 마음도 훈련이 된다.

처음에 켈리포니아 얼바인으로 와서 바비네 집에서 지냈다. 바비를 따라서 코어파워요가를 갔다. 제리랑 바비 둘다 태권도도 했고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라서 같이 따라가서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당연히 미국이니까 영어로 진행이 되었는데 못 알아 들어서 옆 사람 보고 거울로 대각선 사람 보면서 따라갔다. 코어 파워요가. 코어의 힘을 기르는 요가라서 아령을 들고뛰는 것도 있고 복근 운동과 유산소 운동도 적절히 섞인 재미난 운동이었다. 그때가 한참 코로나로 아시안 헤이츠가 있을 때라 몸도 마음도 쫄아 있었는데..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동요 부르듯 몸으로만 따라가면 되니까 더 편하기도 했다. 동작은 많이 틀렸다. 집중해서 동작하다가 눈떠 보면 사람들은 선생님 말에 따라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제리와 나는 켈리포니아를 이동하면서 살았어서 30개가 넘는 스튜디오를 가보게 되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끝나고 나와서 선생님에게 오늘 플로우가 너무 좋았는데 영어를 못 알아 들어서 많이 틀렸다고 하니 선생님이 이건 너만의 시간이고 여행이니 나만의 플로우를 따라가라고 했다. 나는 선생이 아니라 너의 안전을 위해 있는 거고 매트 위의 킴제이가 선생이라고 했다. 그 말이 내 발바닥을 단단히 해주었다. 운동하는 시간에도 남의 눈치를 보고 따라가려고 했다. 그 뒤로는 나만 바라보았다. 거울에서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매일매일 요가를 했다. 하루에 두 번씩 하기도 했고 매번 땀으로 범벅이 되어 미 끌어지기도 했다. 유연하지 않고 육체적으로 몸을 잘 쓰는 방법을 몰랐는데 코어파워요가를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팔이 탄탄해지고 더 무거운 아령을 들 수 있게 되기도 했다. 푸시업을 10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할아버지는 수업이 끝나고 운동한 지 얼마나 되었냐며 힘이 좋다고 하셨다. 아 연습하면 되는구나. 바로 체육 선수가 되는 건 아니어도 꾸준히 하다 보면 내 몸에 훈련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불안한 마음도 그렇다. 여행이라는 설레는 단어에 일을 같이 하려다 보니 방향을 잡기 어려웠는데 라이프 코칭도 받고 글을 쓰며 붕붕 뜨는 한 번씩 눌러 담았다. 난 마음이 강합니다!라고 바로 외칠 순 없지만 불안함이 스멀스멀 기어오를 때 거울로 내 눈을 본다거나 4초씩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 쉰다거나 나만의 훈련의 방법이 생겼다. 나를 질책하지 않으며 자기 전에 괜히 내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마음의 근육도 튼튼하게 자리 잡는다. 인생의 시간은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훈련일지도 모른다. 2년 전보다 건강하게 더 많이 웃는다. 이렇게 매일 훈련하면 오늘은 어제보다 낫고 내일은 더 나아질 거다.



바비와 한참을 웃고 이야기 하다 헤어졌다. 영어도 많이 늘었다. 바비랑은 2년 전에 같이 살면서 앞으로 뭘해야할지 고민의 시간들을 많이 나눠서 인지 얼굴만 봐도 편하다. 바비의 얼굴에서 2년 전의 나를 보니 반갑고 더 응원해주고 싶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해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뿐. 고민할 필요 없고 어떻게 하면 행복할지만 생각하면서 만끽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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