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단하는 킴제이 Jun 19. 2023

원하는 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절대논리 1편

"6일 비행기인데 포카라에서 카트만두 가는 비행기를 언제 타면 좋을까?"

"6일"

"비행기 연착도 많고 날씨도 안 좋아서 2-3일 전에는 먼저 가야 한다고 하던데?"

"킴제이 내가 봤을 때는 요 며칠 날씨가 좋아서 네가 떠나는 6일도 날씨가 좋을 거야"

"오케이 나 그럼 6일에 떠난다!"


결국 한 달 동안 지낸 프루나 요가. 매니저에게 비행기표 프린트 가능한지 물어보거 갔다가 6일 꽉 채워서 지내게 되었다. 서로 일정이 안 맞아서 못 만날 것 같았던 수딥과도 2일 정도 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라즈와는 정말 깊은 유대관계를 느껴서 8시 30분 촛불 명상은 재껴두고 라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라즈가 사드그루와 찬티, 그리고 산행에서 들었던 네팔 가수들의 이름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아 떠나기 전날 마지막 찬티 시간에는 다 같이 나를 기다렸다가 노래를 불렀다. 푸르나요가 대표인 마누하가 새로 만들고 있는 어마웅장한 요가 센터를 보러 갔다가 오토바이 바퀴가 터져서 20분이 늦었었다. 5분이라도 노래 부르겠다고 뛰어갔는데 다 나를 기다리고 있다. 킴제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며 킴제이의 에너지 덕분에 우리 센터에 아름다운 에너지가 생겼다고 말해주었다. 찬란해서 눈물이 났다.  더 크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며 서로 꼭 껴안아 주었다. 내일 아침 10시 40분 비행기라서 선생님들이 아침식사는 어려울 거라고 했다. 아침 일찍 식사를 따로 차려주겠다고 하셨는데 오전 요가 시간에 꼭 참여하고 싶어서 바나나 하나만 따로 부탁했다. 라즈의 목소리를 따라 썬 살루테이션(sun salutation) 한 시간 반을 하며 태양의 에너지를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나는 내 인생의 창조자임을 몇변이고 외쳤다. 호흡 하나하나도 내가 만들어가고 있으며, 전사자세를 할 때는 허벅다리에 온기가 느껴졌다. 

한 달의 시간이 나에게 옴에 감사해하며 손가락 끝까지 의식을 두며 온몸에 새기고 담았다.


마누하 선생님과 함께 간 산길 초입, 다음에 같이 와서 명상하기로 했다.



마지막 짐을 챙기고 멜라니를 꼭 안아주었다. 마지막 4일을 멜라니와 방을 함께 쓰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매일 췄다. 멜라니가 벨기에에 오면 꼭 자기 집에서 지내라며 주소를 적고 그 위에 우리가 함께 올랐던 히말라야도 그려주었다. 마지막 날에 펑펑 울 것 같았지만 신나고 설레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멋진 친구가 와주었음을 잊지 못할 시간을 품어 저 멀리 유럽에서도 나를 생각해 주는 이가 있다니 신난다. 종종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보내주자고 했다. 멜라니는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자주 하는 멋진 친구였는데 나는 여행하면서 많은 친구들과 관계가 끊겼다고 하니 한 번씩 생각나면 꼭 문자를 보내보라고 했다. 긴 대화가 아니어도 좋은 노래나 그냥 좋은 에너지 보내고 싶다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남겨보라고 했다. 그래본 적이 없는 내가 멜라니 덕분에 오래전 친구에게도 종종 문자를 보내게 되었다.  멜라니는 내 덕에 자기가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었다고 했다. 내 기억엔 멜라니는 매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알아차리니 본인도 알게 된 것 같다. 


옴 나마 시바야 지구, 물, 불, 공기등의 에너지를 받는 노래. 오후 4시에는 다 같이 박티요가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어색


수딥 선생님이 그냥 아침도 먹고 가라고 했다. 지금 8시 34분이니까 먹고 차 타고 가면 된다고 했다. 공항을 진짜 이렇게 가도 되나 싶었는데 라즈가 킴제이는 럭키걸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다. 덕분에 선생님들과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택시가 왔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져서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택시 운전기사도 아는 사람이라며 천천히 먹으라고 해주셨다. 다 먹고 마지막 짐을 챙겨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멜라니에게 손키스를 보내고 라즈를 꼭 껴안아 주었다. 히말라야에서의 모든 감사함을 다시 한번 따스한 포옹으로 전했다. 계속 웃었다. 정말로 행복하다.

아낌없이 웃으며 손 키스를 사람들에게 던지고 택시를 탔는데 갑자기 라즈랑 락스만이 차에 타는 게 아닌가!?


공항까지 같이 가자며 선생님들이 차로 점프를 했다. 라즈는 다음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타지 못했고 신나게 덜컹덜컹 거리며 산비탈을 내려갔다. 


"킴제이가 포카라 언제 떠나면 좋냐고 물어서 내가 6일 까지라고 했어!"

"하하하하! 잘했어! 킴제이는 끝까지 있어야지!"


아니 그런 거였어? 사무적인 표정으로 6일에 떠나도 된다고 하길래 그렇게 표를 산 건데! 나를 가지고 이렇게 도박을 하다니 너무나 고맙고 신명 난다. 덕분에 더 깊은 시간을 보내고 천천히 작별인사를 하며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공항 앞에서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혼자가 되었다. 네팔 비행기답게 역시나 연착이 되었고 비행기 안에서 구름 위의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내가 네팔에서 지내게 되었다니. 이 사랑을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길을 묻는 내게 같이 버스를 타주고 버스비까지 내줬던 청년. 호수 산책을 끝나고 돌아가는 길 대화를 나눴던 고등학생들. 걱정의 눈물을 참는 내게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 언제든 이야기해도 된다고 말해주던 수딥 선생님, 눈싸움하던 해맑은 소녀의 눈과 80세 노인의 지혜를 품은 라즈, 푸르나 요가에서 며칠 더 있을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대뜸 내게 와서 같이 저기 마을 가보자고 했던 맥스, 너흰 진짜 뭘했을길래 눈이 맑냐며 묻는 내게 웃으며 너도 알게 될 거라고 말해줬던 부키, 우연히 만났는데 저녁 식사도 초대해 주고 자기 호텔에서 지내고 가라며 계속 안아주던 아주머니, 같이 국제커플의 마음을 나눴던 비제이..

떠나는길 아쉬워서 마구마구 찍은 사진
아 나의 고향 네팔이여


그 사랑과 배움이 온몸에 흐른다. 눈물 대신 감사함이 흘러내렸다. 떠난다는 아쉬움과 함께 내게는 언제든 좋은 사람과 기회들이 온다는 확신에 설레었다. 우연히 가게 된 네팔. 태국에서 만난 친구덕에 싱잉볼을 접하게 되고 네팔은  일단 가면 답이 나온다는 말에 오게 되었다. 수딥 선생님 말 덕분에 한 달 동안은 정말 내 생각만 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만 생각하고 생각이 깊어져 곪을 때에는 요가를 하고 명상만 했다. 호수에 햇살은 부서졌고 다음 여행지에서 요가하려고 녹음했던 수업시간은 다시 들어보니 새소리가 가득하다.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해서 가방에 넣어두었던 빵하나를 먹었다. 4시간 뒤에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어서 공항 의자에 앉아 한참을 요가원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2시간 전 시간이 되었길래 티켓팅을 했다. 태국에서 하루 머물고 한국으로 가는 표. 진짜 네팔을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는데 어? 뭐? 네? 누군가 신나서 소리를 지른다.


"킴제이?? What?!?! Are you Kim J? What?!?!?!?"


킴제이? 나를 안다고!? 뭐?!?! 누구지?!?!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내일 2편이 올라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날마다 나은 사람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