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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Jun 30. 2023

밑빠진 독에 붓는 찬란한 삶의 줄기

한국에 잠깐 들어오게 되었다. 친구 결혼식 축가도 불러주고 병원투어도 간다.

해외에 있으면 바로바로 병원을 가기 어려우니까 사소한 것도 잘 챙겨주는 한국이 참 좋다.

어제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작은 북토크를 했다. 올해 내 인터뷰와 컬럼이 실린 책이 3권이 출판되었는데 손에 묵직하게 잡히는게 진짜 글같다. 온라인 채널에서도 컬럼을 기재했었는데 이렇게 손에 잡히는 글이라니 진짜 같고 신기하다. 눈앞에 인쇄된 글을 보니 진짜다.


  내 삶이 글이 되고 글과 같은 삶을 산다.


21년 한국을 떠나야만 했을 때 그 구구절절한 고민들과 괴로움이 몇줄의 문장으로 남아 스쳐간다. 힘든시간이 고작 몇줄의 문장으로 정리 될 수 있는 삶에 감사하다. 시간을 길어올려 잘 살아내어 다른 문장들을 시작할 수 있다. 네팔에서 명상을 하면서 시간은 책장과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요가 닌드라 (요기들의 의식을 깨운 채 있는 수면상태) 하면서 10일 동안의 히말라야 기억을 더듬는데 어떤건 어제 일인데도 기억이 안나고 어떤건 진짜 스쳐지나갈 먼지 같은 일인데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시간은 그럼 직선의 선으로 흐르는게 아니라 내가 의미를 두는 것만 한줄 한줄 남는구나. 책장에 꽂힌 내가 좋아하는 책 처럼. 그럼 앞으로 내 시간의 책장엔 좋고 건강한 책만 나만의 시간만 꽂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의 문장들이 3권의 책으로 나왔다.그곁 술집에서 지송이에게도 자랑하고 사진도 찍었다. 친구들 만날 때도 챙겨가서 구경해달라고 졸랐다. 어화둥둥 신난다 정말. 


신나가지고 이리저리 가는 약속마다 들고간다. 오랜만에 술 한잔 하면서 안주처럼 바라보았다


내 글을 보고 힘을 얻는 다는 분, 드라마를 보듯 다 상상이 된다는 분을 댓글을 보았다. 네팔에서의 싱잉볼은 어떻게 하는거냐는 질문도 받았다. 온라인에서의 글이 멀리멀리 구석구석 퍼져 사람들을 만난다. 싱잉볼 질문을 해주신 요가 선생님과는 진득하게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네팔 선생님 수업 내용과 내가 듣지 않았어도 추천받았던 프로그램도 알려드렸다.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시는게 감사하고 나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답변이 된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 요가 선생님께서 어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엄마와 친한 친구랑 봤다고 했다. 글로 만난 인연이 또 다른 인연들을 데리고 와 나의 글을 들어보다니 설레고 좋다.  글을 쓰기  잘했다.

내 시간을 살아내기 참 잘 했다.


아까 지하철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사업하는 분들의 마케팅 전략이 궁금해서 몇몇 분들을 초대해봐야지 싶어서 이름을 쭉 적어보았다. 다른 디지털 노마드 분들은 어떻게 일을 따는지 궁금해서 티타임을 오픈했는데 2시간도 안되서 16명이 모였다. 궁금한 것을 바로 들어보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전에는 왜 나 혼자 이런가 원망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귀엽게 슬금슬금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다. 어제는 스위스에 계시는 노마드 분이랑 9월에 네팔 어디서 요가를 할건지, 어느나라를 갈건지, 돈은 어떻게 벌고 있는지 이야기 했다. 오늘은 치앙마이에서 스쳤던 인연이 다시 연결되어 이전에 어떤 나라에서 살았었는지 어느 나라를 갈건지 이야기 했다. 다음주 목요일에는 네팔에서 만났던 여행하며 사업했던 부부와 사업을 하면서 곧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는 부부를 초대해서 만난다. 서로 만나면 마케팅 이야기나 사업이야기, 부부가 함께 일할 때 어떤 점이 좋고 배려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양 쪽 다 좋아해서 뿌듯했다. 잘 듣고 배워야지.


행복한 삶이다. 원하는 길을 바라보면 기회들이 넘실 거리며 춤춰온다. 버스를 타고 히비를 만다러 가는 길에 창문에 떨어지는 비를 보았다. 철철 떨어지는 비를 보며 내 삶이 빈그릇이라도 밑 빠진 독이라 할지라도 물을 길어 계속 퍼 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빈그릇을 보며 땅바닥만 긁지 않고 구멍나서 담아지지도 않는 독이라 해도 열과 성을 다해 시간을 퍼 붓겠다. 어깨쭉지에 힘이 빠지고 지쳐도 다시 퍼부어 찬란한 물줄기를 만들어야지. 내가 가진 그릇 탓하지 말고 신나야지. 그럼  다른 이들에게는 멀리 퍼져가는 물줄기가 되겠지.  다 같이 사랑과 시간을 기르고 날라 강이 되고 바다가 되겠지. 그럼 밑빠진 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우린 바다를 품은 사람이 아닌가?


불평할 시간도 없다. 즐겁게 물줄기를 만들어야지. 마르지 않는 이 마음에 감사하다. 지칠 때에는 또 누군가의 물줄기에 기댈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이 글을 쓰면서 디지털 노마드 분들에게 싱잉볼 소개를 하며 나와 일에 대한 마음을 적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스타 스토리에 글도 올리고 답변 주신 곳에 전화도 해보았다. 부산에서 싱잉볼 7개를 가지고 올라와주시겠다는 분도 계시고 요가센터를 운영하니 여기서 연주하라는 분도 계셨다. 또 내가 바라본 저 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더 가까이 가서 봐야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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