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대표님과 피자를 먹고 지하철에선 꽃 선물을
토요일 오전 강연 콘퍼런스를 다녀왔다. 어제도 강의를 듣고 저녁 친구들까지 만나고 나서 피곤했지만 그래도 갔다. 날은 더웠고 지하철로 한 시간이 걸렸다. 좋다. 어디든 구석구석 지하철로 다닐 수 있고 아 아침엔 김치를 2종류나 먹었다. 한국이 최고다 진짜.
남궁혜지 님이 기획한 강연. 나는 이 사람이 얼마나 잘 해내고 멋진 사람이란 걸 알기에 꼭 가보고 싶었다.
샤넬에서까지 초대되었던 패션 인플루언서 분, 직업군인 일 때도 쇼핑몰 공부를 해서 창업을 한 패션몰 대표님, 그리고 최고의 셰프에서 가방 브랜드 대표로 활동 중인 크리스틴. 아 해낸 사람들의 특징은 내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하고 일단 한다. 부끄러움을 버리고 사진도 수만 장 찍어보고 온라인쇼핑을 해본 적이 없는데 가방을 만들고 싶어서 500만 원어치를 주문한다. 하면서 방법을 찾는다. 확고하다. 가슴이 뚜렷하니 사람들에게 울림이 크다.
놀라운 내용이었다. 이렇게 다들 경험을 누비며 살고 또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강연 끝나고 결혼식을 가야 해서 구두에 정장을 입어서 더웠는데 잘 왔다. 크리스틴 대표님의 이야기는 너무 놀라워서 서서 들었다. 장표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고 그녀의 눈빛과 기세를 그대로 바라보고 싶었다. 경험이 전부라는 것. 요리를 하다 보니 옷이든 뭐든 냄새가 배는데 그 옷도 따로 넣고 친구 만날 때 필요한 것도 따로 넣어야 해서 지퍼가 두 개인 디자인을 만들었다고 했다. 노란색, 빨간색이 아니라 스트로우 베리 셰이크로 이름도 붙이고.
아! 패션사업을 할지도 몰랐다고 했다. 우연히 물건을 팔아봤는데 엄마가 소질 있다고 해서 시작해 본 게 이 것. 단어도 배워가면서 모르면 물어서 배웠다. 아 설레어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가 없다. 그래! 내 경험이 자산이야!
그래도 나는 결국 해낼 사람이니까 그냥 하면 되는 거야. 부엌에서 찍은 가방 사진에 소름이 끼쳤다.
찌릿찌릿하고 행복하다. 대표님의 이야기에 나의 고민도 녹아져 있고 응원도 담겨있다. 멋진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쿵쿵 비트가 되어 춤추게 한다. 지금 쯤이면 지하철 타야 하는데 하면서 결국엔 끝까지 강의를 들었다. 크리스틴에게 오늘 강의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더니 왠지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서로 인스타 맞팔을 하게 되었다. 한두 마디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더는 늦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지하철을 탔다. 행복해서 다시 한번 강연 내용 되새기고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지하철역을 한참을 지나버렸다. 아차 이러다 결혼식 끝났겠다 싶었는데 크리스틴이 내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메시지를 남겨줬다. 오? 아까 강연장에서 못한 몇 마디를 서로 하다가 맥주 이야기가 나와버렸고 나는 바로 그녀의 매장으로 향했다. 분명한 마음의 신호였다. 엉덩이를 못 붙이고 서서 들었던 강연 내용. 오늘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마주친 눈빛에서 내 감각이 반짝였거든. 아니 그런데 그 대표님을 다시 만나러 가다니.
다시 돌아가는 지하철역에서는 부산에 계시는 라다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아... 선생님이 내게 싱잉볼을 보내준다는 거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최근에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싱잉볼 배스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인스타에 싱잉볼 연주할 수 있는 곳을 믈어봤는데 몇몇 분이 요가센터도 추천해 주셨었다. 그런데 라다 선생님이 부산에서 지인이 서울을 갈 예정이라며 챠크라 싱잉볼 7개를 보내주신다는 게 아닌가. 아.. 계단에 멈춰 서서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목소리도 처음 들었다. 어떻게 나에게 이걸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눈물이 났다. 내가 네팔 선생님에게 위로받았다는 글을 브런치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 글을 보고 자신도 위로를 받았으니 보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마음을 열어주었으니 행복하다고 했다. 서서 더 울었다. 고맙고 아름답고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마음이 절절 끓어 오른다.
시간이 아름답고 펼쳐진 삶을 내가 빚어감에 감사하다. 멋진이들을 내가 목격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음이 영광이다. 지하철을 잘 못 타는 바람에 친구 결혼식이 늦어버렸고 그 빈 시간에 연락이 닿은 대표님과 대화를 더 하러 가다니..피자를 먹으며 뱉어내고 들은 이야기들이 엄청났다. 그녀의 모든 삶이 내게 전해진다. 진정 살아 숨 쉬는 대화의 물결에 신명 나게 수영을 했다. 그녀가 만든 가방이라면 꼭 하나 사서 붙들어 매고 오늘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배웠던 말과 에너지는 다른 글로 또 새기고 남겨놔야지.
몇 시간을 이야기를 나눴다. 머리에 링거를 맞은 것처럼 뇌랑 마음이 반짝인다. 남궁혜지님도 강남역에서 압구정으로 다시 돌아왔고 강연을 같이 들었던 남자분도 오셨다. 아 그래 배웠던거 다른 글로도 정리하는거 잊지 말아야지! 이 글엔 지하철에서 만난 할머니 이야기도 꼭꼭 눌러 담어야 해. 헤어지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는데 고운 할머니가 캐리어에 꽃을 한가득 실어 올려 내 옆에 앉으셨다. 이쪽에 가방을 기댈 수 있으니 나랑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자리를 바꿔서 앉았는데 할머니가 쓰윽 귀여운 분홍빛의 꽃다발을 주신다.
"너무 예뻐서 드려요. 고마워요"
"아! 저 주시는 건가요? 감사해요"
"자리 바꿔주고 너무 예뻐요"
"정말 감사해요. 꽃이 정말 많네요! 오..."
"아 내가 꽃 데코레이션을 하는데 오늘은 교회에서 끝난 행사들 꽃을 가져왔어요"
할머니는 유럽에서 조화를 어디서 수입하는지, 이 꽃은 수입산인데 말리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며 그 꽃뭉치들도 주셨다. 오늘 내 하루가 선물이다. 어쩜 이럴까.
대화를 나누다가 할머니가 아직 사당이네 하신다.
에?? 나 또 지하철 잘 못 탔다!!
"할머니 저! 잘 못 탔어요! 잠실 가야 하는데 제가 사당이네요! 꽃 선물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해요"
"어머나 꽃을 받으려고 이 지하철을 탔나 보네요"
꽃다발을 꼭 품고 지하철을 타고 큰 나무가 있는 인도를 걸어 집으로 간다. 네팔의 라즈와 수딥이 생각났다. 마음이 찌릿찌릿하니 행복함이 흐른다. 온 우주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을 잘 못 타는 바람에 크리스틴 대표님과 피자를 먹었다. 할머니께 꽃 선물도 받았다. 이게 뭘까. 내게 싱잉볼을 보내주는 라다 선생님은 또 어떤 우주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