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단하는 킴제이 Jul 09. 2023

따뜻한 햇님같은 시간, 동생의 와이프

[따뜻한 햇님같은 시간들]


1.

6월의 샌디에고.

멕시코에서 지내다가 동생부부가 서부 미국여행을 같이 하자고 해서 켈리포니아에서 만났다. 아니, 우리가 보고 싶어서 오는 거라면 멕시코를 오는게 맞지 않냐 귀여운 심보의 계획 아니냐며 웃다가LA에서 만나서 차를 타고 돌아다녔다.켈리포니아에서 심한 알러지에 나는 잠도 못자고 차에서 의자에 녹아 붙어 있었다. 켈리포니아 봄에 알러지에 고생하는 친구들을 보긴했는데 뭐 알러지면 가려운거 아닌가 했다가. 나는 코로나 걸린 줄 알고 여행하고 새벽에 일하다가도 울고싶었다.


동생의 와이프 소정이와 함께 하는 여행. 나는 소정이가 좋다. 같이 요가를 하고 밥을 해먹었다. 아침에 소정이는 커피를 마시고 샌디에고 동네 구경하고 싶다고 혼자서도 나갔다 왔다. 트렁크에 잠시 둔 쥬스를 흘렸는데 당황해 하면서 어쩌냐 걱정하길래 일단 태우고

"소정이가 쥬스를 흘려서 놀라고 속상했겠다. 자기 물건이면 괜찮은데 다른 사람꺼라서  당황했을거 같아. 근데 저건 미국엔 저런 카펫재질 닦는게 정말 잘 되어 있더라 그니까 괜찮아. 놀랐지"


라고 말하니까 네 언니 깜짝놀랐어요 하면서 갑자기 울기도 했다. 소정이가 귀여워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제리한테도 소정이는 어쩜 그럴까? 아침인사 대신 건네기도 했다.




2.

21년 6월 미국에 왔을 때는 긴장도가 몹시 높았다. 어디서 살아야할지 모르고 갑작스러운 제리 아버지의 죽음,

정신이 무너진 제리와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랐다. 코로나로 아시안 헤이츠 뉴스가 나와서 마트를 갈 때도 마스크에 검은 머리를 모자에 감추고 깊이 눌러써서 눈높이도 낮췄다.차에서 지내야 하나 하고 800만원에 중고차를 하나 사고 매트도 실어 다녔는데 고맙게도 친구들이 거실을 내어주어 거기서 지내면서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살았다. 둘 다 퇴사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온라인으로 이것저것 해보다가 하나씩 마케팅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영어를 못하면 못 배운 사람으로 생각한다.잘 못 하면 총기사고도 있으니까 길 걸을 때 의식해야한다 라는 말들이 나를 괴롭혔다. 옆집 바비가 총 빌려줄까 뒷 집 데이빗을 쏘고 싶다라는 말을 지껄이면

생각의 범주에 없는 말이라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도 몰랐다. 집에서 답답해서 나오면 그 골목밖을 나가지 못해 차에서 울기도 했다. 2년이 지나서 소정이랑 같이 다시 미국에 왔다


아무렇지 않게 언니 지금  너무 좋아요 하면서 뽈뽈 뛰어다니는 소정이를 보니까 나의 시간들이 다 용서되었다. 상황이 나를 절망적으로 만든다고 탓했는데 내가 긴장했던 것 뿐이야.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으니 나의 오늘과 예전의 시간들에 박혀있던 긴장들이 다 녹았다.

 밝은 사람의 에너지는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이비인후과 가면 코감기 치료 받고 빨간 적어선 치료를 받듯. 물리치료 받고 지릿지릿한 전기와 열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비타민 가루가 물컵에 녹고 꽃들이 바람을 만나 꽃향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 볼 수 있는 것 처럼 나의 새로운 가족덕에 마음이 다시 말랑해진다. 두고두고 만나고 이야기 하고 싶은 친구가 내 가족이 되었다니 감사하다. 동생의 와이프니까 혹시 내 말을 다른 의미로 느껴 불편해 하진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아 같이 여행하니 너무 좋다


https://youtu.be/ZqUYtqvqJlg

작가의 이전글 지하철을 잘 못 타서 생긴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