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시간이 되었길래 티켓팅을 했다. 태국에서 하루 머물고 한국으로 가는 표. 진짜 네팔을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는데 어? 뭐? 네? 누군가 신나서 소리를 지른다.
"킴제이?? What?!?! Are you Kim J? What?!?!?!?"
킴제이? 나를 안다고!? 뭐?!?! 누구지?!?!
에밀리가 놀란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아니 너가 왜 여기에 있어?
네팔을 떠난 줄만 알았던 에밀리가 카투만두 공항에 있다. 서로 놀라서 여기 왜있냐를 물으며 껴앉았다.
나는 방콕으로 가는데 에밀리도 방콕이고 같은 시간 같은 비행기다. 이럴 수 없다며 계속 놀라워 했다.
시큐리티를 지나가기 전에 어떤 스탭이 나와서 라운지에서 쉬다 가세요라고 했다.
에밀리는 특유의 그 농담조로 저 돈없어요하면서 지나간다.
어? 에밀리 나 라운지 표 있고 왠지 한명 더 된다고 했던거 같아! 들어가서 체크를 해보니 한 표로 둘 다 들어갈 수 있다는거다. 쇼비뇽 블랑 한 잔을 주문해서 계속 웃었다. 눈만 마주쳐도 말도 안된다며 웃고 영상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고 사진도 찍었다. 5주 동안 수련하면서 술도 안마시고 비건식단만 했는데 네팔 떠난다고 바로 술을 마시니 휙 바로 술기운이 올라온다. 에밀리가 라이터가 없어서 담배를 못핀다고 힘들어하면 내 가방에서 성냥깨비가 나왔다. 찰떡이다.
서로 비행기 자리는 달랐는데 비행기 타기 전 티켓 체크를 해주는 분이 둘이 친구냐고 묻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표를 바꿔주셔서 같이 앉아서 가게 되었다.
에밀리와는 일주일 정도만 요가센터에서 만났다.
유쾌하고 요가 선생님들 흉내를 잘 내서 밥먹다가도 웃겨서 서서 배를 잡곤 했다. 짧게 있다가 헤어졌던 인연이지만 노래를 만드는 에밀리는 멋진 향을 품는 사람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눈이 반짝여서 신기하다고 하니 에밀리가 킴제이도 자기 처럼 한 달 있겠네 했었다. 한 번은 아랫층 복도에서 만났는데 에밀리가 파리의 2월은 너무 우울해서 네팔에 왔는데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더 우울해 지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이 참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에밀리 말해줘서 고마워. 들으면서 생각해봤는데 너는 너에 대해서 참 잘 안다.
멋있다고 생각했어. 감정에 솔직한게"
에밀리는 가만히 나를 보더니 꼭 안아주었다. 포카라를 떠나고 나서도 카투만두에서 킴제이 이야기를 친구들이랑 했다며 같이 떠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감사함이 가득 배인 마음을 가진 친구다.
이런 에밀리를 만나 같이 밤비행기로 방콕을 가다니! 혼자서 떠나는 길이 외로워 비행기에서 울 것만 같았는데
함참을 또 웃는다.
에밀리가 찍은 선생님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수련왔다가 라즈랑 사랑에 빠진 프랑스 친구의 이야기, 요게쉬가 유럽에 결국 못가게 된 이야기, 네팔 사람들의 이 순수함을 치달은 사랑.
에밀리가 에어드랍해준 사진을 몇번이고 보고 또 보고 녹음된 소리도 듣는다. 라즈의 요가 수업을 녹음했는데 새소리가 가득하다. 사랑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영혼을 채워준 나의 네팔
"킴제이 앞으로 뭐할꺼야?"
"뉴욕으로 가니까 거기서 그림 전시를 해볼까? 그럼 네팔에서 더 쉽게 전시 할 수 있지 않을까?"
"킴제이 꼭 순서가 정해질건 없지. 너가 원하면 다 될꺼야"
"싱잉볼도 한국에서 더 하고 싶고 그림도 전시하고 싶고 사업도 더 하고 싶고"
"킴제이 원하는 일이라면 다 이루어질거야"
"맞아. 좋은 말이지 그런데 그건 좀 추상적이긴해.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못 말하겠어"
"음.. 킴제이 원하는게 이루어 진다는건 아주 논리적인 말이야"
밤비행기에 빛나는 그녀의 눈빛을 보면서 마음 깊이 그래 맞아 라고 맺음을 지었다.
맞아. 원하는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지. 홀로 떠나지 않게 에밀리와 함께한 비행이 맞는 말이라고 또 말해준다.
그리고 정말로 그랬다. 네팔 여행 후 뉴욕, 멕시코에서 지냈다 그리고 켈리포니아에서 동생을 만나 같이 서부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한 달 정도 돌아왔다. 더 많은 도시를 여행하고 큰 프로젝트를 맡았다.
미국 시장에 광고를 집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노마드 워커 분들을 만나 교류점을 찾았다.
티타임을 하고 워크샵을 하고 유튜브 출연을하고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했다.
을지로에서 싱잉볼 연주를 하고 그림 전시를 했다.
사람들과 만나 나는 언제 행복한지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지 글을 적고 목소리로 읽어내며 공감했다.
혼자 여행하면서 일하고 불안함이 뒷통수를 쳤는데 그러고나니 다른 분들의 사연과 경험도 더 읽게 되었다.
2023년은 영화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저번에 어디 글에 써놨는데 다시 한번 되내어본다.
이 세상이 내게 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모조리 다 경험하며 행복에 헤엄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