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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엘라 Oct 03. 2023

부모님 돌아가시고 유품 정리하면서 느낀점

미니멀리즘


추석 동안 집을 청소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겨놓은 물건들을 버리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물건을 버리는 것일 뿐인데 부모님의 인생을 버리는 기분이 들어 쓰레기장에 갈 때 마음이 안 좋았다.  한때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엄마의 재봉틀을 버리는 것, 한때 소설가를 꿈꾸던 아빠의 책들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건 하나하나에 얽힌 추억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약해져서 버리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자꾸 올라왔다. 하지만 조금은 냉정하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물건들을 버렸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어느 순간에는 물건이 신성시 되는 기분을 느꼈고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도 느꼈다. 엄마가 시집 올 때 입었던 한복은 절 때 못 버리겠어 서 ‘이걸 어떻게 버려’ 라고 혼자 속으로 외치며 울분을 토해냈다. 오빠와의 협의로 당분간 간직하기로 하긴 했지만, 그 한복도 언젠가 버려야 하는 물건임은 확실하다.


아무튼 물건을 버리는 것 만으로도 완전히 지쳐버렸다. 정말 방대한 양의 유품을 버리면서 우리가 ‘물건들’에 파묻혀 살아왔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물건들을 움켜쥐고 질질 끌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엄마의 욕심, 아빠의 욕심, 가족들의 각자의 욕심들의 결정체가 물건으로 표출된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들을 움켜쥐고 살아온 것이다


하루 종일 물건 버리기를 하면서 각종 ‘물건들’에 학을 땔 정도로 예민해졌다. 오빠와 나는 계속해서 ‘이 물건 버릴까?’ ‘버려 버려’ ‘저 물건 버릴까?’ ‘버려버려’ 이것이 그날 하루에 대부분의 대화였다. “다 버려!” 참 암담해지는 말이었다.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옷, 신발, 이불, LP판, 아빠가 사업하던 시기에 사용하던 공장 물품들, 엄마가 회사 다닐 때 사용하던 사무 용품 등등등.. 모든 세월을 일반 쓰레기, 각종쓰레기 봉지 안에 구겨 넣어버리고 말았다. 물건을 버리면서도 부모님에게 참 미안했다.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나를 둘러싼 물건들을 경계 할 수 있는 기회 이기도 했다. 적어도 내가 죽었을 때 남겨진 사람들이 힘들어 할 정도로 짐을 남기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고나서는 물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짐을 꾸리며 사는 것이 내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부모님의 죽음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생각이 또 한번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부모님은 죽어서도 나를 가르쳐주시는 감사한 분들이다. 평생 이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https://youtu.be/pyczHfu4GvE?si=HUVEKWPWwiYS3HkD


◇ 인스타 @miella_page 

◇ 유튜브 : 채식좌 미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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