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아래의 영상과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래의 스크립트를 직접 읽은 영상입니다↓↓
https://youtu.be/I4XBrPxLNk8?si=O5qs88VhoWRtdq9e
사실 나의 존재가 엄마에게 별로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엄마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었던 존재인 것 같아. 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로 인해서 엄마가 느꼈을 힘듦, 슬픔, 분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어릴 때 나는 엄마가 감정적인 사람이고 나약한 사람이기도 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 그래서 엄마가 자신의 취약함을 들어 낼 때마다 그 순간순간을 이해 할 수 없었어. 그리고 나는 엄마가 느끼는 불안, 분노, 짜증의 감정들이 마치 나의 감정처럼 여기곤 했어.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면 슬픔이나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생각나는 것 같아.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려서 엄마 마음의 구멍을 채워 줄 수 없었어. 대신에 난 스스로 내 마음에 구멍을 만들어낸 것 같아.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큰 구멍.
나는 33년을 사는 것도 힘들었는데 엄마는 60세까지 정말 힘든 인생을 살았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엄마 스스로를 위해 살지는 못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사실이 엄마를 힘들게 한 것 같기도 해. 엄마는 나에게, 우리가족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줬는데 나는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어. 헌신적인 엄마의 태도가 나는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고. 엄마는 엄마의 삶을 소진시키면서 산 것 같아. 그래서 너무 몸이 지쳐버려서 그렇게 큰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중학교 1학년때 내가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당한 이후, 가족, 학교의 무관심한 태도가 나에게 큰 상처가 되었어. 내가 느끼는 불안의 감정을 이해 받지 못한 채 십대 초반을 보낸 이후로 세상에 대한 반발심이 커진 것 같아. 부모도, 선생도, 경찰도 그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불신이 생겼어. 그래서 나는 10대시절에 내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설명하지 않았던 것 같아. 항상 나 혼자 생각하고 혼자 고민하고 늘 결론만을 엄마에게 통보하듯이 말해서 늘 엄마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어. 나의 생각을 충분히 엄마에게 설명하지 못해서 미안해.
성인이 되고 언제부턴가 엄마는 나에게 늘 조심스러웠어. 감정에 갑과 을이 있다면 내가 갑이 되어 엄마를 이용하며 살았던 것 같아. 이기적이고 미성숙했던 나의 지난날을 크게 반성하고 있어. 나는 알 수 없는 엄마의 죄책감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엄마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했던 것 같아.
비록 엄마가 암에 걸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사실이 내 잘못이 아닐지라도 어렵고 힘들게 죽어가는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해서 큰 죄책감을 느껴. 이 감정의 고통의 무게는 내가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더 무거워질 것 같아. 힘들겠지만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이 감정을 짊어지고 살아가볼게.
엄마가 죽었어도 2017년 당시에 나에게 오빠와 아빠가 곁에 있었는데도, 난 가족이 전부다 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우리가족의 본질은 엄마였던 것 같아. 그 본질이 사라지고 난 뒤 ‘가족’이라는 것은 나에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가족의 부재’에서 오는 깊은 공허함을 느끼는 것 같아. 그리고 엄마는 다른 가족들, 친척들과 ‘나’를 연결시켜주던 중재자 역할을 해줬던 것 같아. 엄마가 없으니까 모든 관계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고 그 관계 맺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힘이 들게 느껴져.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나는 엄마가 죽은 지 7년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어. 내 기억 속의 엄마는 늘 생생하게 살아있거든.. 그래서 이렇게 긴 세월의 흘렀다는 것이 정말 놀라워. 엄마가 없는 8년째 9년째의 나날들이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가슴이 많이 아픈 것 같아. 나는 계속되는 상실 속에 살아야 하는 저주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엄마의 부재를 느끼며 평생 살아갈 생각하면 삶에 대한 의지가 많이 꺾여. 엄마를 잃어버리고, 잊어버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이 삶이 나에게 큰 상실감을 줘. 이제 나는 “엄마 없는 삶” 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아. 그것이 나에게 큰 설움과 울분을 느끼게 하지만 분명히 나는 나만의 방식을 찾을 거야.
엄마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지만 내 마음속엔 항상 존재해. 그것이 나에게 독이 되어서 나를 더 퇴행적으로 만드는 일 같기도 해. 엄마에 대해 생각하면 나는 계속 과거로 흘러가버리거든 그래서 겉잡을 수 없는 후회 속에 빠져버리는 것 같아. 이제는 내 마음 속에서 일정부분의 엄마를 떠나 보내야지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살기 위해서 맞이해야만 하는 냉정한 순간이 바로 지금인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절반의 엄마를 떠나 보내려고 해.
어릴 때부터 내 안에 쌓인 응어리진 감정덩어리들이 지금까지 나의 현실을 가로막았지만 이제는 과거에 묶여 사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여볼게. 마치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들어. 엄마를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엄마를 많이 이해 할 수 있었어. 이 글을 쓰는 동안 깊게 엄마를 헤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의 부재는 이제 나를 구성하는 일부가 되어 나를 더 성장 시켜 줄 것이 라고 믿어. 사랑스러웠던 엄마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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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 미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