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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은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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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01. 2022

건물 보다는 기술.

새벽에 편의점 매장 전기가 나갔다. 오래된 건물의 고질적인 문제가 누수다. 차단기 몇개가 내려가 있고, 다시 올리니 불꽃이 터졌다. 자세히 보니 전기선을 타고 물이 흘러내렸다.


8시가 되자 관리인에게 전화했고, 관리인은 건물주에게 전화했다. 30분도 안되어서 건물주가 벤츠 E클래스를 타고 도착했다. 누수되는 부분을 확인했고, 본인은 봐도 모르기에 기술자를 불러야 한다. 아침이라 연락되는 곳이 없다. 영업을 못하고 있으니까, 내 눈치를 보는 것도 같았다.


저 건물은 시가市價 100억 정도다. 건물주는 본래 할머니셨는데, 딸에게 증여했고 그녀가 지금 건물주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한다. 그 조물주 보다 위에 있는 건물주는 아침부터 발을 동동 구르며 여기저기 기술자를 찾았다. 전기기술자들이 각자의 사정에  못온다는 말을 듣고, 건물주는 속상해했다.


코로나로 권리금이 없어지고, 그 다음 월세가 떨어지고, 공실이 늘었다. 건물 수익율은 통상 4%를 예상했는데, 이제 3% 간당간당하고, 강남은 2%도 안된다. 월세 받아서 이자는 커녕 마이너스가 될 위험이 다분하다.


코로나 시대에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는 세 가지다. 헌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마진 붙여서 되팔거나, 두번째는 나같은 사업자가 사옥식으로 월세 대신 이자를 내며 소유하는 경우다. 건물 전문가중에는 본인이 직접 카페를 운영하기도 한다. 사업소득과 이자비용을 상쇄하고 남는 이익이 월세 수익 보다 괜찮다. 세번째는 어차피 서울땅은 오르기 때문에 자본가가 우량주 소유하듯이 장기 보유 목적이다.


요즘 건물주는 세금도 많이 내고, 누수로 일이 생기면 골치 아프다. 이상한 세입자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임대차 보호법으로 내보내지도 못하고, 빼도박도 못한다. 장사 안된다고 월세 깍아달라거나 못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술자가 스쿠터를 타고 왔다. 벤츠 타고 온 건물주 보다 당당해 보였다. 전기쟁이라고 불렸던 사람인데, 어엿한 지식근로자이며, 단가가 꽤 높다. 휘리릭 한번 왔다가면 최소 6만원이다. 누수처럼 복잡한 일에는 수십만원 청구한다. 김경록 '1인 1기'를 보면, 은퇴후 200만원 소득이 있다면 수십억 자산을 가진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은퇴후에는 건강과 기술 한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내 친구는 공단에 있는데, 답답해 한다. 퇴직후 연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아이 둘을 결혼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와이프는 부동산하고, 자기는 주식 공부중이다. 그것도 필요하지만, 아직 정년이 10여년 남았으니까, 10년 동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제일 남는 장사같다.


요즘 젊은 사람중에는 도배사, 목수, 해녀, 타일, 요리, 지게차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 현명한 처사다.


*편의점 누수로 은퇴걱정까지 생각이 뻗쳤음.


**이아진 씨(20세)는 호주에서 고교 자퇴후 목수로 일한다.


***젊은이의 저런 건강한 미소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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