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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16. 2022

분노를 피하는 법.

운동 하려고 집을 나섰다. 골목 밖으로 나왔는데, 찰나의 차이로 택시가 쌩하고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10미터 앞에서 손님을 태우느라 정차한다. 쫓아가서 창문을 두드렸다. 좁은 길에서 그렇게 빠르게 달리면 어떻해욧. 따졌다. 


운전기사는 미안하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사과하는 모습에 감정이 수그러들었다. 택시가 갑작스럽게 지나가서 놀라기도 했지만, 더 크게 놀란 것은 내 감정이다. 평상시 온화한 중년의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건달같은 기세였다. 택시기사가 사과를 안하거나 들은 척도 안했다면, 문열고 나오라고 했을 것이다. 내 안에 화가 많이 쌓여있구나. 


휴식도 많이 취하고, 최근에는 요가하면서 명상도 한다. 근데 이런 활동으로 내 안의 화를 없앨수 있을까? 아직도 중학교 시절 내 뺨을 때린 야구부 녀석과 이유없이 나에게 화풀이 한 뒷자리 녀석, 대학때 술 마시고 나를 때린 선배, 악마 같은 군대 고참, 사회생활하면서 만났던 별별 인간군상들과 수십년째 함께 살아간다. 이 사람들, 그때 그 상처가 자연스럽게 없어질까? 


의식의 표면상에서는 없어질 수 있으나, 무의식에는 배출되지 않은 중금속처럼 깊은 곳에 침잠해 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없어지지 않는다. 상담을 수백시간 받고, 명상을 수천시간 해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독이 오른 뱀처럼 유사시에 튀어오를 것이다. 


중독자의 모임에는 12단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우 유명해서 영화에도 곧잘 나온다. 알코올, 약물, 도박, 섹스, 그리고 화anger....모든 중독자들의 치료법에 사용된다. 그 첫번째가 나는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다. 


자기 의지를 믿지 말라는 것이다. 상황을 피한다. 의지를 시험해 보고자, 술꾼이 술자리에 가거나,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담배를 만지작 거리는 행위는 필패다. 화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화 날 상황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기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아무리 전열을 가다듬어서 도전해도 이기지 못한다. (적어도 같은 방법, 같은 각도로 붙으면 그렇다.) 진작에 피하는 것이 이득이다. 


조금만 자아성찰을 해보면,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 지, 어떤 사람과 같이 있으면 화가 나는 지, 파악할 수 있다. 멀리서 화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화가 도착하기 전에 그 자리를 피한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는데, 즐기라는 것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피하라는 말이다. 감정이 평온해야 일이 잘 풀린다. 그러니까 내 감정이 요동칠 것 같은 상황은 일찍이 피하는 것이. 


만약 피하지 못하면? 일단 참는다. 화는 뇌에 화상을 남긴다.  큰 손해다. 



매일 책을 읽습니다. 냠냠.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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