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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27. 2022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을까?

그림 책 모임에 갔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소개하는 자리다. 모임 마스터는 독특하신데, 자기 이야기를 별로 안한다. 질문하고 사람들이 말하게끔 기다려준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가지고 갔다. 모임에는 30대에서 50대 정도의 여성들이 있었다.


각자 자기 그림책을 소개했다. 잘 들어보니 그림책은 구실에 불과하고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학대, 사회생활에서 받은 상처같은 이야기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아도 되나? 의아했다. 듣고보니 더 놀라운 것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하나같이 공감이 가더란 말이다. 


처음보는 사람들인데, 오랫동안 만난것처럼 푸근했다. 


그 뒤로 그 모임에 가지 않았다. 일부러가 아니라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참석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느꼈던 공감대와 카타르시스가 기억에 남았다. 


고민거리를 주변 사람에게 말하기 쉽다. 고민거리, 나에 대한 불만, 의기소침...이런 분위기는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기 쉽다. 털어놓으면 공감해 주기 보다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친구라고 생각했으나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장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장이 매출로 얼굴이 어두우면 직원들이 고민하고 공감해주기는 커녕 우습게 본다. 


누구나 문제와 고민이 있다. 그러나 항상 밝아라. 완전무결한 것처럼 행동하라. 고민거리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목욕탕에서 혼자 때밀때 처럼 은밀하게. 


*미로코 마치코, 늑대가 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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