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대문 김사장 Sep 24. 2022

부부 요가.

요가의 미덕은 과격하지 않아서, 중년에게 맞는 운동이다. 사교댄스나 골프도 좋지만,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시간이 많이 든다. 요가는 콤팩트하게 딱 일상에 필요할 정도의 근육을 발달시켜준다. 


요가 시작한 이후로 마음의 평정을 찾았고, 가끔 딸아이가  신경을 긁어도 하나도 화가 나지 않는다. 그냥 바라볼 뿐이다. 우리 직원들 일하기 전에 이 운동을 하면 생산력이 향상되리라 상상했다. 우선 아내와 시작했다. 


선생님은 부부가 함께 운동하는 모습이 부럽다며, 부부다운 동작을 준비해주셨다.마주 앉아서 서로 다리를 찢거나, 나란히 허리를 부여잡고 한 다리로 서는 자세, 특히 제삼자가 보는 앞에서 아내와 눈을 마주치라고 하니까,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선생님은 그 모습을 살짝 즐기는 것 같기도. 


나는 아내가 크리스천으로서 인도의 다신교에서 비롯된 요가에 거부 반응이 있지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을 따질 몸상태가 아닌지라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운동을 거의 안한 몸일텐데, 마시멜로처럼 이리저리 굽혀지고 늘어지는 모습이 신기했다. 청년이 된 아들을 떠올리며, 잉태를 하는 여자의 몸이란 상상이상으로 유연성이 뛰어나다. 


선생님은 아내의 몸상태를 진단해주셨고, 어깨가 말려들어가 있다고 했다. 아내는 깊이 수긍했다. 특히 그 나이때는 어깨와 목부분에 알수 없는 통증이 있다. 그건 일종의 신호다. 근육이 퇴화하면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들어오는 정보가 적으면 생각도 협소해진다. 생각이 좁아지면, 성질 고약한 노인네가 된다. 나이들수록 더 많이 움직이고, 돌아다니고, 만나야 하는 이유다. 


수업 끝에 명상을 하고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오만가지 번뇌가 엄습해왔다. 선생님은 '두분 다 미간 펴세요'라고 한다. 그리고 아로마 오일로 어깨와 경추를 눌러주었다. 너무 시원해서 현실감각을 잃었다.


1층 편의점에서 두개 들이 바나나를 하나씩 나누어 먹고, 을지로 지하도를 따라 매장으로 걸어왔다. 요가는 함께 운동하기에 좋고, 함께 하기에 오래 할 수 있고, 동작에 부담이 없다. 아무리 좋은 운동도 오래 해야 효과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르몬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