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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Apr 15. 2023

'거리와 불확실한 벽'

하루키 장편이 나왔다. 광화문 교보에서 샀다. 검은 장정에 금박으로 고급스럽다. '타다쥰'이라고 하는 판화가가 일러스트를 그렸다. 


제목은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혹은) '시가지와 그 불확실한 벽' 한국에서는 어느 출판사에서 나올지 궁금하고, 선인세가 얼마나 될까. 


앞부분을 잠깐 읽어보니, '세상의 끝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프리퀄이다. 하루키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뒷부분에 작가의 말이 있다. 이야기의 원천이 된 것은 1980년 '문학계'라고 하는 문예지에 발표한, 동명의 중편이다. 당시에는 도쿄에서 재즈바를 운영하면서, 소설도 쓰는 n잡러였다. 


재즈바 운영이 재미있고, 장사도 잘 되었지만 연필 하나로 먹고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전업작가가 된다. 첫번째 장편이 '양을 둘러싼 모험'이었고, 그 다음 '거리와 불확실한 벽'을 제대로 써보자 마음 먹는다. 근데 당시 본인의 필력으로는 이 한가지 이야기로 장편을 쓰는 것은 무리였다. 


두 개의 이야기를 병행해서 끝에 가서 만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작가 본인도 집필하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만날지 가늠할 수 없었다고. 그러나 다행히 매끄럽게 연결이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제대로 완성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40년 동안 작가에게는 있었고, 그것은 마치 목에 걸린 가시같은 거였다. 


다시 집필을 시작한 것이 2020년 코로나가 일본에서 맹위를 떨쳤을 때다. 코로나 기간동안 외출도 안하고, 장기여행도 안하고, 3년에 걸쳐 소설을 썼다. 처음에는 1부만 완성했으나, 몇개월 두고 보니(본인 말로는 원고를 잠재워둔다라고 표현) 아무래도 모자른 것 같아서, 2부와 3부를 더해 700페이지에 육박한다. 


나는 요즘 콘텐츠의 바다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볼 거리는 많은데, 정말 볼 거는 없는 것이 콘텐츠의 바다다. 하루키 덕분에 2,3개월은중심 잡고 독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10대의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고, 소녀는 벽壁으로 둘러싸인 거리街의 존재를 이야기 한다. 그곳에는 돌다리가 있고, 사과 밭이 있으며, 뿔이 하나 달린 동물이 있다. 들어가기도 어렵고, 나오는 것은 더 어렵다. 


소녀는 시가지의 도서관에 있으며, 소년의 일은 그 도서관에서 '꿈을 읽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32세의 청년 작가는 매년 노벨상 운운되는 72세의 노장이 되었다. 한 이야기의 모티프, 캐릭터를 40년간 붙들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금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내 인생을 완성하는것.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4582?ucode=L-UgSmWEX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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