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노출은 궁금하지 않다...민망할 뿐
PPL. 프로덕트 플레이스(Product PLace)의 본래 의미는 분명, '간접광고'다. 드라마, 예능 등 방송이나 영화에 특정기업 제품이나 브랜드를 화면에 노출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제품을 갖고 싶게 만드는 게 원래 목적.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PPL은 '직접광고'가 됐다. 방송의 흐름을 뚝뚝 끊어버리는 '눈엣가시'다.
뜬금없이 주인공이 주식처럼 샌드위치를 먹는다거나, 어디를 가도 같은 브랜드의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특정사의 스마트폰을 쓴다. 한겨울에 에어컨을 샀다고 자랑하니 가관이다. 지인이 청소기를 사줬다며 청소하는 장면을 몇 분간 계속 보여준다. 기내식이 맛이 없었다며 컵라면을 ‘흡입’하는 장면도 꼴불견이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작위적인 상황 설정에 '아... 또 제품 홍보야? 저 회사 요즘 PPL 너무 하네'하는 생각이 든다.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는 PPL을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밀 때도 있다. 원래 PPL은 '제품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켜야 하므로, 이건 분명 '부정적 효과'다.
PPL에 익숙한 소비자, 광고란 거 다 안다
최근 들어 PPL에 대한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많다. 당연한 이치다. 예전과 달리, 사람들은 수많은 PPL을 학습했다. 해당 방송의 앞뒤로 나오는 제품의 광고와 프로그램이나 영화 출연진들이 광고하는 제품을 조금만 유심히 보아도, 어떤 PPL이 ‘출연’할지 뻔하다. PPL 등장 패턴도 같이 학습된 결과다.
실제로 내딸 금사월, 용팔이, 태양의 후예, 복면가왕, 최고의 사랑에 등장한 PPL들은 인기만큼이나 시청자들의 원성이 컸다. 누구는 "60분짜리 광고를 보는 줄 알았다"고 빈정댄다.
때문에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부 프로그램을 광고심의소위원회에 제47조 1항2호, 1항3호(간접광고) 등으로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IT 기업 PPL은?
주요기업들의 PPL은 어떨까? 근래 기자에게 가장 각인 된 기업의 PPL은 현대차와 삼성전자다. 자율주행자동차 안에서 서대영 상사(진구)와 윤명주 중위(김지원)의 키스신은 로맨틱 했지만 위험천만했다. 현행법상 일정 시간 동안 운전대를 놓고 자율주행을 하는 건 위법이기 때문에, 자율주행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스마트폰, 360도 카메라, 삼성페이, 청소기, 냉장고 등 전방위적으로 공격적 PPL을 선보이고 있다.
한 블로거는 '삼성의 PPL 욕심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질타를 받으면서도 자극적인 PPL을 강행하는 삼성이 언젠가 큰 탈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을 당부했다.
현실은 이렇지만 PPL의 부정적 효과 분석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가 발표한 '2015년 소비자행태조사(MCR) 보고서'는 긍정적인 효과만을 보여주는 문항으로만 질문지를 채운 듯하다.
'제품/브랜드에 대해 알게 된다', '관심있게 본다', '사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추가 검색을 하고 싶어진다'라는 긍정적 효과만을 부각한 채, 각각의 퍼센트를 발표했다.
PPL, 자화자찬 말고 반성도 필요해
부정적인 효과는 보고서에 언급되지 않았다. 어떤 광고든, 긍·부정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이는 반쪽짜리 보고서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이를 참고해 PPL 효과를 계산한다면, 결국엔 소비자의 진심을 읽지 못할지도 모른다.
잦은 PPL 노출은 문화 콘텐츠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은 브랜드를 선택할 권리를 침해한다. 심리적 반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독일 뮌스터대-바우하우스대 연구진이 발표한 실험 결과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연구진은 7분짜리 단편 영화에 PPL의 노출 빈도수를 조절해 영화에 대한 평점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봤다.
PPL이 없는 편집본부터 중간단계, 과다하게 들어간 것까지 여러 개의 편집본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PPL이 전무한 영화는 7점 만점에 5.88점을 받았고, 중간 단계의 영화는 5.05점, 과다한 영화는 4.65로 떨어졌다.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제품을 풀샷으로 보여주면서, 기능까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주고,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아…PPL이네’ 하는 홍보가, 과연 기업 이미지를 얼마나 해치고 있을까? 당장은 수익이 오르겠으나, ‘다 보여주는 PPL’은 이제 더 이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할 때가 왔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시스루 PPL’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광고는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야 한다. 노출은 과하면 섹시한 건 고사하고 민망할 뿐. 보일락 말락, 아니면 안보여서 답답해 찾아보는 PPL이 ‘대놓고 보여주는’ PPL 홍수 속에서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