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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wook May 27. 2016

‘노동의 종말’과 인류의 미래, 영화 '월-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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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문명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있다. 하지만, '편리함'을 얻는 대신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특히, 간단한 수작업들이 기계로 대체돼 왔다. 조금만 공을 들이면 할 수 있는 일들도 어느새 '자의로' 기계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기계로 대체된 현재, 로봇으로 대체될 미래. 그래서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미래의 로봇이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한 시선은 자주 영화화 됐다.


영화 '월-E'도 비슷한 맥락 속에 미래의 지구를 그린다.


영화 '월-E'가 그리는 미래는 지금의 황사나 미세먼지 보다 더한 황량함으로 가득 차 있다. 사막처럼 먼지가 껴 있고 갈색으로 뒤덮여 흐리고 답답하다.


지구는 인간들에게 버려졌다. 단지 월-E 같은 쓰레기 처리 로봇만 홀로 폐기물 처리장이 돼 버린 지구를 지킬 뿐이다.


영화 월-E는 2008년 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월-E는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즉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의 약자다.


쓰레기 천지인 지구에 오직 월-E만 남겨졌다. 월-E는 매일 폐기물 더미를 자신의 몸통에 넣고 정육면체로 만들어 쌓아놓는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노동이다. 그나마 월-E가 외롭지 않은 건 이름 모를 바퀴벌레와 오래된 테이프 영상물 속 음악과 춤, 장난감 큐브 정도가 있기 때문일 거다.


그러던 어느날, 거대한 비행물체가 황폐한 지구에 흙먼지를 뿜어대며 착륙하고, 그 속에서 로봇 '이브'가 눈에 레이저를 달고 무엇인가를 부단히 찾는다.


사실 '월-E'는 녹이 슬고 충전도 고전이 돼 버린 태양광으로 해야 하는 구닥다리 로봇이다. 생김새도 지금의 지게차와 비슷하다.


그래서 호기심이 동한 걸까. 월-E는 자신과 달리 날아다닐 수도 있고, 무기도 지닌 '이브'의 행적을 지켜보는데. 친구가 되길 바라는 걸까. 오매불망 이브를 따라다니는 월-E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다음날 저녁, 월-E와 이브는 월-E의 보물창고 같은 아지트에서 함께 추억을 쌓는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브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동작을 멈춰버린다.


깨어나지 않는 이브와 이런저런 추억을 쌓는 월-E, 날이 밝고 갑자기 하늘에서 비행물체가 떨어지더니 이브를 데려간다. 이를 본 월-E는 몰래 비행선을 부여잡고 우주로 향하는데….


드넓은 우주에는 거대한 우주선이 있다. 그곳에는 지구를 버리고 떠나간 인간들이 로봇들이 제공하는 '편리'에 중독돼 살아가고 있다.


하나같이 뚱뚱해 걷지도 못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로봇에 '의존'하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지구를 버리고 떠난 지 벌써 700년.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려는 의지조차 말살 된 채 살아온 나날들이다. 재미나 편리함을 추구한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로봇에게 지배돼 가는지 오싹할 정도로 잘 묘사하고 있다.


앤드류 스탠튼 감독은 월-E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걸까. 이브와 월-E는 어떤 관계일까. 이브가 그토록 찾던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이 스토리의 어떤 열쇠가 될까.


애들과 어른이 함께 보아도 좋을 영화.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다시금 봐야 하는 영화 '월-E', 짬을 내서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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