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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wook Feb 04. 2016

그림, 또 그림.

어쩌다 빠져버린 녀석

잘은 모르겠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 초등학교 땐 휴지를 돌돌 말아 짚풀을 엮듯 길게 만들어 뱀이 또아리 틀듯이 뱅글뱅글 하드보드지에 붙여놓고는 허세 좋게 "추상화에요" 했다. 미술이 좋아 미술학원에도 다녔다. 생전 처음 4B연필을 사고 물감을 사고 스케치북을 사고 파레트를 사고 이젤까지 샀다. 그러다 부추밭을 했던 우리집은 돈이 쪼달린다며 중학교를 앞둔 어느 즈음,  미술과 공부 둘 중에 하나만을 고르라고 나를 채근했다. 주황색 띠가 둘러있던 붓하나에 2만원, 아직도 생각난다. 당연히 난, 공부를 택했다. 돈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걸로.  하지만 후회는 됐다.

그리고 훨씬 쑥쑥 자라 때가 순수함을 잃은 나는 지겨운 직장생활을 탈피하고자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선생님과 함께. 회사 후배도 함께 했었다. 하지만 나는 집중력도 부족하고 한가지만 진득하게 하지 못해 수업 때면 1시간 30분만 지나도 허리가 아프다 라며 그림을 멈추기 일쑤였다.


다행히  실증을 잘 느끼는 나를 이해해준 선생님 덕분에 연필, 붓, 펜, 색연필, 마카, 물감 등 여러가지 재료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사주기도 하고 때로는 월급을 받은 날엔 신나게 재료를 지르기도 했다. 그래서 난 우리 선생님이 좋다.


하지만, 정작 그림이 훨씬 좋아진 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부터다. 이래저래 핑계없는 무덤마냥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수 많은 시간이 나에게 남자, 많은게 눈에 보였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그리면서 단순히 그린다는 생각이나 따라서 똑같이 해야지 이런 생각 보다 점점 마음대로 해봐야지 라는 제멋대로인 맘이 들었다. 근본 없는 놈이 무서운게 없듯이.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냥 제멋대로 그리고 나면 후련해 진다. 복잡했던 모든 것들에서 온전히 나를 빼버리고 만다. 그래서 혹시 맘에 상처가 있거나 슬프거나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허망감, 상실감 등등 현재의 내가 싫다면, 작은거라도 좋다. 그냥 마구 마구 그려봤으면 한다. 그러면 치유가 된다. 그렇게 나만의 그림이 시작됐다.


*그림들은 제가 직접 그렸고요, 배우는 시기인만큼 창작 보다는 다른 분들의 그림이나 사진 들을 따라서 그린 경우가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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