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이 갑자기 삭제된 것이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와 구독자, 그리고 무엇보다 그 채널을 통해 만들어진 인연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다행히 복구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복구되었다고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이 사건은 나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정말 제대로 유튜브를 하고 있는 걸까?' 이 기회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복구된 기존 채널 '마케팅김이사'는 원래 하던 대로 오프라인 강의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했다. 이 채널은 이미 나름의 색깔과 방향성이 있었고, 그것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대신, 새로운 채널 '일잘러 서랍장'을 본격적으로 키워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이 채널은 이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프로젝트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채널을 제대로 만들려면 기획이 전부다. 아무 생각 없이 영상만 올린다고 해서 채널이 성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기존 채널을 운영하며 뼈저리게 느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채널의 주제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었다. 유튜브에서 성공하려면 명확한 타겟과 주제가 있어야 한다. 이것저것 다루는 채널은 구독자들이 왜 구독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고민 끝에 '일 잘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노하우 제공'이라는 주제로 결정했다.
요즘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바로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더 잘할 수 있을까'다. 야근은 줄이고 싶고, 업무 성과는 높이고 싶고,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은 게 모든 직장인의 바람 아닌가.
그런데 막상 일을 잘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학교에서는 업무 효율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회사에서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곳이 드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15년간 온라인 마케팅과 업무 자동화를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하면 분명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주제를 정했으니 이제 채널의 컨셉을 구체화할 차례였다. 같은 주제라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채널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잘러 서랍장'이라는 채널명을 선택했다. 이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서랍장에는 필요한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가. 필요할 때마다 열어서 꺼내 쓸 수 있는 것처럼, 이 채널도 일을 잘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와 노하우가 정리되어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특히 AI, 노션, 업무 자동화 도구 등 실제로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콘텐츠를 다루기로 했다. 이론이나 개념 설명보다는 '오늘 배워서 내일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전 중심의 콘텐츠. 그것이 핵심 컨셉이다.
채널 컨셉을 정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다른 채널들을 구독하고 분석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채널들은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지, 어떤 영상이 조회수가 높은지, 썸네일은 어떻게 구성하는지 등을 철저히 파헤쳤다.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영상 제작에 들어가는데, 그러면 시행착오가 너무 많아진다. 이미 성공한 채널들의 패턴을 분석하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훨씬 명확해진다.
물론 그대로 베끼자는 게 아니다. 트렌드와 패턴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차별점을 찾는 것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내 채널만의 독특한 포지셔닝을 찾을 수 있었다.
채널의 주제와 컨셉을 정했으니 이제 첫 영상을 기획할 차례다. 그런데 그 전에 반드시 결정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채널 영상의 방향성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롱폼 위주로 갈 것인가, 숏폼 위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두 가지를 섞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갈 것인가?
처음에는 롱폼 위주로 가려고 했다. 기존 채널 '마케팅김이사'도 롱폼 중심으로 키웠고, 나름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롱폼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성이다. 한 번 제대로 된 롱폼 영상을 올려놓으면, 그 영상이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꾸준히 조회수를 만들어낸다. 2년 전에 올린 영상이 아직도 매일 조회수가 나오고 수익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했다.
또한 롱폼은 채널 휴식기에도 강하다. 한두 달 영상을 안 올려도 기존 영상들이 꾸준히 노출되고 새로운 구독자가 유입된다. 이것이 롱폼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바로 채널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롱폼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올라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초반에는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반대로 숏폼 중심으로 가면 채널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은 쇼츠에 굉장히 유리하게 작동한다. 한 개의 쇼츠가 대박 나면 하루아침에 수만 명의 구독자가 늘어나기도 한다.
제작 시간도 롱폼에 비해 훨씬 짧다. 롱폼 하나 만들 시간에 숏폼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초보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숏폼이 진입 장벽이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숏폼으로 모은 구독자들은 롱폼을 잘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숏폼에 최적화된 시청자들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어서, 긴 영상은 클릭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육 콘텐츠의 경우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려면 롱폼이 필수인데, 숏폼 구독자들은 그런 영상을 보지 않으니 채널의 본질적인 가치를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숏폼으로 구독자를 많이 모았지만, 롱폼 조회수는 형편없는 채널들을 많이 봤다. 구독자 10만 명인데 롱폼 조회수가 1천 회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더라. 이런 상황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이브리드 전략이었다. 롱폼과 숏폼의 장점을 결합하되,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전략은 이렇다.
첫째, 롱폼 콘텐츠를 매주 또는 격주로 하나씩 제작한다. 단, 이 롱폼은 짧은 영상이 아니라 정말 긴 교육 영상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심도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 것이다. 이런 롱폼 영상이 채널의 핵심 콘텐츠가 된다.
둘째, 숏폼 콘텐츠를 일주일에 2개 정도 꾸준히 올린다. 이 숏폼들은 롱폼의 하이라이트를 편집한 것일 수도 있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팁 형식의 독립적인 콘텐츠일 수도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숏폼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시청자들을 채널로 유입시킨다는 것이다. 숏폼을 보고 흥미를 느낀 시청자들이 채널에 들어오면, 그곳에는 깊이 있는 롱폼 콘텐츠가 기다리고 있다. 롱폼을 보고 진짜 가치를 느낀 시청자들이 구독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숏폼이 관련 동영상으로 노출되면서 롱폼으로의 유입 경로를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노션 자동화에 관한 쇼츠를 본 사람에게 더 자세한 노션 강의 롱폼이 추천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또 다른 장점은 콘텐츠 제작 효율성이다. 하나의 롱폼 영상을 만들면, 그것을 여러 개의 숏폼으로 분할할 수 있다. 롱폼 하나에서 5~10개의 숏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콘텐츠 제작 시간을 크게 절약하면서도 업로드 빈도를 유지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숏폼과 롱폼이 같은 주제로 연결되어 있으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두 콘텐츠를 오가며 채널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시청자 경험이다.
이렇게 채널의 방향성을 명확히 정했으니, 이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영상을 기획할 차례다. 첫 영상은 정말 중요하다. 이 영상이 채널의 톤앤매너를 결정하고, 어떤 구독자들이 모일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첫 영상으로는 시청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그러면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나 노션을 이용한 업무 관리 시스템에 관한 내용이 될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인 영상 기획 방법과 과정을 상세히 공유하려 한다. 어떻게 주제를 선정하고,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영상을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실전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