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경쾌하고 날카롭고 유쾌한. 나를 안심시키는 당신의 농담
부부란 건 어떤거야? 둘은 어떤 사이야? 라고 누군가 물었다. J와 나는 답했다. 유머 공동체.
12년 전, 편집부 막내였던 나는 매일이 전쟁이었다. 일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 연발이고 사수는 매일 감정의 널을 뛰며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데 그 와중에 쥐꼬리만한 월급에 통장은 자꾸만 구멍이 났다.
진창에 주저앉은 기분이었다. 자꾸만 화장실에 숨어들었다. 나를 만나러 회사 근처에 온 J에게, 아니 그가 걸어온 전화통을 붙잡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는 얼굴도 마주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진부한 동화 속 왕자님이라면 당장 나타나 악당들을 물리쳐주겠지만, 나의 왕자님은 백마 타고 오는 대신, 내게 한 장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대로변, 갈라진 시멘트 틈에 피어난 작고 노란 들꽃을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함참 들여다보았다. 이 사람의 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거지? 나는 그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때 이미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 또 하나의 일화. J가 저녁 데이트를 앞두고 문자메시지로 뭘 먹고 싶으냐고 묻기에 양대창!이라고 명랑하게 답했더니 곧장 답장이 왔다.
그러자 자혜야, 먼저 가게로 가 있어. 아르바이트 하나 뛰고 얼른 갈게.
그의 농담은 나를 안심시킨다. 우리는 아직 무사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앞으로도 무사할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