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을 찍은 날

by 김자혜


아빠의 칠순. 가족들 모두 모여 식사를 하기 전에 사진관으로 갔다. 난생 처음 가족사진을 찍으며 나는 어이없게도 J와 헤어지지 말고 잘 살겠다고 혼자서 굳게 다짐했다. 나쁜 일이 일어날 낌새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새삼 결심한 이유는 두 남자와 한 여자 때문이다.


10년 전엔 알지도 못하던 웬 남자 둘(형부와 J)과 여자 하나(올케)가 우리들 사이에 끼어 함께 김치- 치즈- 하고 있다. 정씨 하나 박씨 하나 이씨 하나가 우리와 나란히 서서 가족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문득 생경하다. 저들은 대체 뭐냐 누구냐. 저 아이들은 또 누구냐.

게다가 그 중심에는 나의 부모가 앉아 있다. 한 부족의 부흥을 이끈 족장들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스튜디오에 모인 이 사람들이 지금처럼 평화롭게 지내는 것. 커다란 굴곡 없이 살아가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앓기도 하고 병을 이겨내고, 애들이 속을 썩이고 또 별것도 아닌 일로 부모 기 살려주기도 하고. 살림이 넉넉한 때도 있고 궁색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 정도 고난이야 감당하겠다는 태도로 씩씩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다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서로 전하는 일은 없기를. 그저 때마다 서로 봉투를 주고받고, 명절마다 기름진 음식을 만들어 먹고 효력 없는 잔소리를 건네고, 그딴 잔소리 지긋지긋하다고 뒤에서 욕도 하면서. 잔잔했으면. 강물처럼 흘렀으면 한다.


그나저나 부모님 집에 커다란 액자가 걸릴 것을 상상해 보니, 아아... 역시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뿐이다. 행복해지는 것 외에는 빚 갚을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