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젠가김작가 Jan 10. 2023

내 미래의 손녀딸에게

할머니가 나에게 남기신 말씀

두 달만에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언젠가부터 할머니 댁에 가면 꼭 할머니랑 목욕을 간다.

할머니가 거동이 점점 불편해지니 혼자서 목욕 가는 것이 두렵다고..오늘도 물론 목욕을 갔다 왔다. 

이제 여든을 바라보시는 할머니에게 살면서 가장 후회 되는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봤다. 


1. 어떤 것으로든지 돈 벌 능력이 부족했던 자신의 무능함

2.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에 무조건 참았던 것


그래서 화병이 난 것 같으시다고..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살껄..그게 그렇게 후회가 되신단다.. 

...라고 말씀하시며 갑자기 시어머니께(우리증조할머니) 당한 이야기..

시집살이..한풀이..를 30여분 넘게 하신다.


나이가 들면 상대방한테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자신에게 하는 소리니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한 말이 떠올라서 그냥 중간 중간 "네..네..헐..진짜요.." 추임새 넣어드렸다.

 

할머니의 시집살이 이야기는 100번도 넘게 들은 이야기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얼마나 그게 한이 됬으면 그 이야기를 계속하시는지 할머니가 안쓰럽단 생각을 했다. 


할머니는 나에게 지금 그 공부가 절실하고 하고싶은 것일지는 몰라도 지나보면 다 별거아닌거라고..

여자는 정말 맘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서 애 낳고 사랑받으면서 사는게 제일 좋은거라고.. 

할머니께선 너는 뭐라도 밥벌이해서 살 능력은 있으니 얌전히 있다가 시집가라고만 하셨다.


정말 여자의 행복은..그런걸까?

친구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현재 결혼한 친구들의 삶을 떠올려봤다.

그들은 정말 행복할까??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부럽지는 않다라고 했다..... 


하아..할머니가 바리바리 사준 각종 반찬들을 들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았다. 

미래의 나의 손녀 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이 될까..?  


*오래된 나의 일기장에서 발췌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