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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젠가김작가 Jan 10. 2023

월간 페이퍼 제 20회 몽당연필 백일장에 글이 실리다

짜증을 내어서 무얼하나 

[짜증을 내어서 무얼하나] 의 주제로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짜증'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짜증 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다.


그리고 냉큼 해시태그 #짜증 을 통해 다른 이들의 '짜증'을 훔쳐 본다.

과연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날까?  


'근처에 있는 녀석이 신발 한짝을 벗고 자는데, 발냄새 여기까지 난다고..#짜증'

'정말 너무 하잖아 힘들 때만 찾아놓고 다시 좋아지면 뜸해지는 너 #짜증'

'아..난 애들이 싫어 #짜증'

'애미야 국이 짜다 #짜증'

'중학교 따위 개나 줘버려 #짜증'

'...............#짜증'


이름 모를 사람들의 나름 이유있는 '짜증' 들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짜증나는 일들은 타인의 눈에는 별 일 아닐 때가 많다. 그 '짜증' 은 당사자가 내는 역정이나 화로 

받아들여지기 보단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다른 관점으로 그 상황을 느끼게끔 한다.  

발냄새 때문에 짜증난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상상하니 왠지 풉-웃기기도 하고

다시 좋아지면 뜸해지는 너 때문에 짜증난다는 말은 짝사랑이라도 해보고 싶은 외로운 나에게는 

왠지 부러운 상황일 뿐이고 애들이 싫다고 짜증내는 것은 현재 아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때론 공감이 된다.


늘 걸핏하면 '짜증나' 라는 말고 달고 살았던 지랄총량 법칙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의 

'지랄' 을 70~80% 이상 소진했던 나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 본다.


"미술 숙제 진짜 짜증나" (어 나도 진짜 싫어!!) 

"오늘 나 당번이야, 짜증나" (어떡해..힘들겠다..)

"걔한테 연락이 안와, 짜증나" (더 기다려봐, 올꺼야!!)

"비와..짜증나"  (비오니까 라면 먹으러 가자~!)  

나에게는 사소한 일에 괜히 짜증을 내면 꼭 그 '짜증'을 공감해주고 반응해 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시기를 잘 지나온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짜증을 냄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공감, 위로를 받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상대의 '짜증'에 '넌 왜 이렇게 짜증만 내냐? 짜증 내서 뭐하게?' 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그 동안 여러 명의 소중한 상대방을 잃어왔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바로  '짜증을 내어서 무얼하나!!' 라고 질책(?)하지 말고

그 '짜증'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


*무려 2014년에 페이퍼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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