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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니 Aug 22. 2023

속을 줄 알았지?

“후후후. 속을 줄 알았지? 난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


“왜? 무슨 말이야?”


“여기 봐, 자기야. 치즈스틱이 2개엔 2천 원인데 4개엔 4천2백 원이야. 자기 4개 먹을 거지? 그럼 2개짜리 2개가 더 싸다고.”


“그러네? 왜 이러지? 어쨌든 자기가 잘 봤네!”


오늘 마트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난 치즈버거, 남편은 치즈스틱을 샀다. 치즈스틱을 사는데 2개짜리, 4개짜리 메뉴가 있었다. 2개짜리 치즈스틱 2개를 사는 것이 4개짜리를 1개 사는 것보다 2백 원이 쌌다.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봐 아낀 2백 원을 잔돈모음 계좌에 스마트폰으로 즉시 이체했다.


세상은 넓고 혜택은 많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음료를 마실 때마다 적립별을 주는데 이 별이 12개가 모이면 아무 음료나 한 잔 더 마실 수 있다. 그런데 개인컵을 가져가면 음료 당 적립별을 하나씩 더 주기 때문에 6잔만 마시면 공짜음료를 마실 수 있다. 마시고 난 공짜음료의 가격만큼 잔돈모음 계좌에 이체한다. 여러 브랜드의 카페에서 비슷한 적립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에 카페 브랜드마다 적립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도 여러 가지를 받아놓았다.


은행에서 고객유치를 위해 여는 행사에도 응모한다. 보통 커피 쿠폰을 상품으로 주는데 운이 좋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도 받을 수 있다. 이 포인트는 단위가 커서 5만 포인트에서 10만 포인트가 뽑힐 때도 있다. 이때도 같은 금액을 잔돈모음 계좌에 넣는다.


라디오는 혜택의 보물창고이다. 문자를 보내 퀴즈를 맞히는 것부터 사연을 써서 당첨되기, 전화로 노래자랑 참여하기 등 다양한 기회가 있다. 상품도 여러 가지이다. 전기보료부터 헤어드라이어, 전자레인지며 도서상품권까지 살림장만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이렇게 현물을 받았을 때는 인터넷으로 내가 탄 상품가격을 검색하여 그만큼 통장에 옮긴다.


지역사회 카드의 혜택도 크다. 사용금액의 5~10퍼센트를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고 가맹점에 따라선 최대 5퍼센트의 포인트를 추가로 더 돌려받을 수도 있다. 물론 돌려받은 만큼 잔돈모음 계좌에 넣어놓는다.


오늘 장을 보는데 아이가 부탁한 감자 칩을 샀다. 무심코 4개짜리 한 묶음을 집어 드는데, 한 봉지에 2천4백 원짜리가 네 봉지묶음에 1만 원이다. 에구머니, 이게 뭐야? 이건 분명 날 무시하는 가격표이다. 가격표를 사진으로 찍어 고객안내데스크에 가져가서 보여주니 차액 4백 원을 돌려주고 잘못된 가격표에 대한 보상인 5천 원권 상품권도 준다. 5천4백 원 모두 다 잔돈 모음 계좌로!


개그맨 박명수는 말했다. “푼돈 모아 푼돈 되는 거야!”라고. 그런데 웬 걸! 재미로 시작한 잔돈 모으기 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제법 목돈이 되어가고 있다. 계좌에 모인 돈으로 이번 연도 수능이 끝나면 가족여행을 가보려 한다. 여권도 새로 만들고 비행기 표도 끊어서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를 다닌 3년 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던 한을 풀어야지. 어디로 갈지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 같아선 어디든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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