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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니 Aug 22. 2023

친구 생각

  내게는 식당을 하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매주 식재료를 사러 홍천에 있는 농장에 간다. 얼마 전 농장에서 갓 수확한 찰옥수수 30개를 사서 내게 보내주었다. 금방 딴 찰옥수수는 이파리가 푸릇푸릇한 것이,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싱싱하다. “친구야, 찰옥수수는 바로 딴 게 제맛이래. 도착하는 대로 바로 삶아서 냉동해 놓고 조금씩 꺼내 먹어." 친구가 전화로 말했다.


  내 생각에 옥수수 중 최고는 찰옥수수이다. 찰옥수수의 쫀득한 맛을 좋아해서 옥수수 철이 되면 종종 사다가 삶아 먹는다. 식구들도 무척 좋아해서 열 개씩이나 삶아 놓아도 냉동실에 들어갈 틈도 없이 뱃속으로 직행이다. 지금은 떨어져 살아 자주 못 보지만 날 때부터 친했던 친구도 내 찰옥수수 사랑을 잘 알고 있다.


  찰옥수수 상자에는 ‘찰옥수수를 제일 맛있게 삶는 법’이라고 쓰여 있는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었다. 친구의 단정한 글씨로 한 자씩 적어 내려간 설명서를 보았다. <1. 찰옥수수가 잠길 만큼 물을 붓는다. 2. 천일염을 한 스푼 넣는다. 3. 센 불에 20분, 중간 불에 20분, 불 끄고 뜸 들이는데 10분 찌면 된다.> 비닐장갑을 끼고 찰옥수수를 얇은 속껍질만 남기고 손질했다. 찰옥수수 알알이 여물어 있는 모양이 꼭 은하수 흐르던 밤하늘 아래, 앞마당에 불 피워놓고 콩 꼬투리 구워 나눠먹던 친구의 미소 같다. 설명서대로 알람을 맞추고 옥수수를 삶는 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가스 불을 켰다. 삶는 동안 나는 구수한 냄새! 어릴 적 친구랑 물놀이하고 오면 외할머니의 부엌에서 나던 냄새! 바로 이거다.


  기다림 끝에 옥수수가 잘 삶아졌다. 김이 나는 찰옥수수를 호호 불며 한입 먹으니 어릴 적 먹던 옥수수 맛 그대로다. 그 자리에서 두 개나 해치웠다. 나머지는 조금 식으면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넣어 놓아야겠다. 식구들이 오면 다람쥐 알밤 꺼내듯 한 봉지씩 꺼내 데워줘야지. 여름날을 채워주는 고소한 간식이 되겠지. 친구의 우정에 우리 가족 모두가 배부른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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