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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니 Nov 25. 2024

집으로

매일 느리게 걷기

조금씩 덜어내기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오늘도 가능한 멀리


나른하게 뒹구는 고양이

담벼락을 따라 늘어진 덩굴장미

햇살 좋은 강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들

점점 가벼워지는 발걸음


밤마다 우린 궁둥이를 붙이고

서로의 체온으로

안전하게 잠이 든다



작가의 말


우리 집 강아지 네모는 뭐든지 열심히 한다. 매일 걷는 길도 전혀 새로운 길인 것처럼 열심히 냄새를 맡으며 간밤에 누가 다녀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퇴근하는 식구들을 온몸을 던져 열광적으로 반기며 맞이한다. 갖고 놀던 장난감이 소파 밑으로 들어가면 혼신의 힘을 다해 박박 긁어댄다. 빗자루로 끄집어내어 주면 다시 휙 던졌다가 물어오기 시작한다.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에도 통달해서 네모는 언제나 기꺼이 자신의 전부를 나에게 내맡긴다. 보잘것없는 나를 온전히 믿어준다.

유기되어 떠돌던 네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8년 전 우리가 만난 그날을 떠올리며 네모에게 속삭인다. 내게 와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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