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느리게 걷기
조금씩 덜어내기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오늘도 가능한 멀리
나른하게 뒹구는 고양이
담벼락을 따라 늘어진 덩굴장미
햇살 좋은 강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들
점점 가벼워지는 발걸음
밤마다 우린 궁둥이를 붙이고
서로의 체온으로
안전하게 잠이 든다
작가의 말
우리 집 강아지 네모는 뭐든지 열심히 한다. 매일 걷는 길도 전혀 새로운 길인 것처럼 열심히 냄새를 맡으며 간밤에 누가 다녀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퇴근하는 식구들을 온몸을 던져 열광적으로 반기며 맞이한다. 갖고 놀던 장난감이 소파 밑으로 들어가면 혼신의 힘을 다해 박박 긁어댄다. 빗자루로 끄집어내어 주면 다시 휙 던졌다가 물어오기 시작한다.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에도 통달해서 네모는 언제나 기꺼이 자신의 전부를 나에게 내맡긴다. 보잘것없는 나를 온전히 믿어준다.
유기되어 떠돌던 네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8년 전 우리가 만난 그날을 떠올리며 네모에게 속삭인다. 내게 와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