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내 얼굴 바로 앞에 웃는 네모의 얼굴이 있다. 네모는 내가 잠을 깨기를 매일 아침 기다린다. 그렇게나 기분 좋게 웃어주면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주고받는 사랑에 취해 아침마다 행복하다.
요즘같이 한낮에 더울 때는 아이가 학교에 가자마자 산책을 나간다. 매일 걷는 길도 새로운 길인 것처럼 네모는 열심히 냄새를 맡는다. 이 골목 저 골목에 간밤에 누가 다녀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성실한 동네 지킴이가 된 것 마냥.
산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엔 채소를 키워 파시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아주머니들께 꼬랑지를 흔들며 앞발을 들어 ‘손‘을 주고 뱅글뱅글 도는 재롱을 피우며 인사를 한다. 아주머니들께선 “예쁘네, 애교 많네.”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쏟아지는 칭찬에 만족한 네모는 꼬랑지를 더 높이 들고, 고개를 치켜세우고 늠름하게 산으로 향한다. 산마루까지 올라가는 길은 매우 가팔라서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라고 얕잡아봤다가는 큰일이다. 그 가파른 길을 잠시도 쉬지 않고 올라가겠다고 고집하는 통에 처음에 올랐을 땐 나만 숨이 턱에 찼다. 그 뒤로도 산에 오를 때마다 “거 참, 빨리 좀 걸읍시다.”라고 하는 듯 연신 뒤를 돌아보며 눈치를 주는 바람에 어느새 나도 한달음에 정상까지 오를 만큼은 단련이 되었다. 산마루 정자에 도착하면 내가 따라주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또 열심히 둘레길을 걷는다.
네모는 뭐든지 열심히 한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식구들을 온몸을 던져 열광적으로 반기며 맞이한다.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면 열심히 경계를 한다. 나를 지켜주려는 것이다. 밥도 물도 열심히 먹고 마신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정말 열심히 논다. 작은 인형 장난감을 물고 휙 던졌다가 달려가서 물어오곤 한다. 그러다가 장난감이 소파 밑으로 들어가 버리면 혼신의 힘을 다해 박박 긁어댄다. 빗자루로 끄집어내어 주면 다시 휙 던졌다가 물어오기 시작이다. 매일 충만하게 하루를 보낸다.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에도 통달해서 네모는 언제나 기꺼이 자신의 전부를 나에게 내맡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늘 네모에게 나의 마음을 치유받고 있다.
스스로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곤 한다. 네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과연 내 삶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내가 그날 공원을 가지 않았더라면? 조금 늦거나 더 일찍 그 공원을 지나갔더라면? 전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7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을 떠올리며 나는 네모에게 속삭인다. 내게 와줘서 고맙다고. 또 충만한 삶을 사는 자세를 나에게 가르쳐 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