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시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 집을 떠나거나 제 자리를 찾아가고, 한때는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가족을 돌보는 일도 이제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지죠.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은 어디에 있는지, 진짜 내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차리고, 집안일을 하고, 또다시 반복되는 하루가 끝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곤 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걸까?’*
저도 그랬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손에 익은 일상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고, 나를 기쁘게 했던 일들이 점점 흐릿해졌습니다. 행복은 마치 특별한 무언가에서만 찾아야 할 것처럼 느껴졌고, 그러다 보니 지금 눈앞에 있는 삶의 모습이 단조롭게 느껴졌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제 삶은 놀랍도록 달라졌습니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아침 공기 속에 스며든 햇살,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 드로잉 북 위에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나를 살아가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죠.
가끔은 글보다 그림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붓끝에서 스며든 색감, 간결한 선으로 그려낸 일상 속 풍경은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남기며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제가 이 책을 그림과 함께 엮게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평범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기 위한 작은 창문과도 같습니다. 골목길에 놓인 화분, 따뜻한 커피 한 잔,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수처럼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장면들을 한 장 한 장 그림으로 담아냈습니다. 어반 스케치와 일상 드로잉으로 표현된 이 순간들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숨을 고르고 마음을 쉬게 하는 작은 쉼표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우리, 함께 걸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