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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Jan 03. 2024

친절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출근한다.

2024년 1월 3일


 어린이집 영아반은 보통 2인 1조다. 만 1세는 5명당 1명 선생님이 보는데 10명이 보통 한 반이어서 일명 파트너선생님이 서로에게 존재한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좋아서 만난 결혼도 어려운데 직장에서 2인 1조로 나인투식스를 보낸다는 건 서로 인간성이 어떠하든 99%의 확률로 불협화음이 난다. 나도 그러하다. 그래서 때로 나는 너보다 내가 더 못되지 않았다는 우월감을 가진 채로 친절하지 않을 기회가 오면 최대한 불친절하자고 다짐했다. 갑작스러운 조퇴와 준비되지 않은 휴가로 상대에게 피해를 줬을 때, 상대에게서는 상당히 인간적인 반응이 나왔기에 나 역시 똑같이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우습게 볼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그러다가 매일 아침 설교를 듣고 그냥저냥 살다 보니 오늘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웃으며 휴가를 잘 다녀오라고 했다. 진심으로. 파트너선생님은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친절하지 말자고 자주 다짐한다. 어떤 말들이 내게 남는다. 영원히 아픈 상처는 아니다. 자잘하고 날카로운 말이지만 언젠가는 무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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