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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영상통화

2024년 9월 27일

by 김제리


요아정을 사 먹기엔 비싸서 요맘때로 따라 만들다 맛보니 돈 쓰는 게 역시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고 퍼먹는데 오빠가 카카오톡 영상통화가 걸었다. 화면 속에는 머리가 하얗게 된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 할머니는 얼마 전 치매증세로 요양병원으로 들어가셨다. 할머니는 평생을 바닷가 옆에서 살았다. 좌판에서 장사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캄캄한 밤에 바다 위로 보름달이 비추는 아름다운 윤슬이 가까이 보이는 곳이었다. 소금기 가득한 바람에 건물이 금방 상하고 머리카락이 떡졌다. 그 건물을 지을 때에는 할머니가 건물을 맡기고, 담보까지 큰삼촌에게 맡겨 말이 많았다. 그 집을 담보로 건물을 짓네 마네, 몇 년이나 실랑이가 이어졌고 - 바닷가 위로 하얗고 큰 카페가 하나 생겼다. 트레이를 가득 채운 빵과 널찍하고 애매하게 세련된 디자인으로 된 카페 영업이 시작되자 어른들끼리 무언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다 할머니는 치매증세가 진행되었고 몇 번의 검사와 이야기 끝에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 애틋한 마음은 있어도 왕래가 잦지 않았던 우리는 영상통화를 하며 대화가 금세 끊겼다. 서로 말없이 화면 속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 눈물이 났다. 하얗게 센 머리. 주름진 얼굴. 느릿한 목소리.


엄마는 언젠가 왜 할머니를 모시지 않냐는 질문에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도 열자식은 한 부모를 건사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당장 내 한몸 건사하지 못하는 나는 눈물이 났고,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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