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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2024년 12월 17일

by 김제리

엄마가 찍은 사진


고요한 아침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뜻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이름이 지었다고 한다. 엄마는 울주에서도 바닷가 앞에 살았다. 자기 전에는 파도소리가 들린다. 할머니 방에 누워 엄마 이 소리 들려? 물으니 엄마는 어릴 적 파도치는 소리가 싫어서 도시로 가자고 떼를 썼고 할머니는 대답도 안 하셨다 했다.

오늘에서야 할머니 집은 숫자 그 이상 가치가 있다는 걸 이번에야 깨달았다.


아름다운 바다를 짧게 보고 집으로 돌아간다. 1년 반 만에 만나는 할머니는 나를 보고 사촌동생 이름을 말했다. 같이 목욕탕도 가고 이불도 빨았노라고 엄마가 말하자 그 긴 세월을 훌쩍 건너온 사람처럼 많이 컸다고 말하는데 ㅡ 당신이 가장 사랑하던 큰 아들을 보고도 그저 바라보던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는 게 마음 한 구석을 일렁이게 했다.

할머니는 네 살 아이처럼 딸기 꼭지를 한 손에 쥐고 한 알을 열댓 번 배어물 었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밑바닥에서 라는 뮤지컬을 봤다. 동갑인 배우 안은진 님은 보고 나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데, 나는 인생이 동화책 속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살아가야 한다고 느꼈다.


다음번에 아무리 말해도 나를 못 알아볼 수 있다. 얇은 눈꺼풀 위로 맺히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면. 작은 어깨를 안아줄 수 있다면 나에게 사촌동생 이름을 말하는 건 아무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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