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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과 바다

2024년 12월 16일

by 김제리


검은 바다 위로 윤슬이 일렁인다. 좌우로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다가 바람이 차서 금방 집으로 들어왔다. 철딱서니 없이 감성에 빠진 나와 다르게 엄마는 심각하다. 병문안을 왔는데 엄마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T 식 위로를 건넸다. 저렇게 말해도 되나 싶었는데 나처럼 나약할 필요는 없으니 납득이 갔다.


사람이 느끼는 사건과 감정과는 무관하게 자연은 여전히 힘차며 고요히 아름답다.


가장 최근에 온 건 큰 이모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와 함께 밤을 지새우기 위해 왔었다. 원래는 가로등 아래 노란 장판 위에 사촌들과 앉아 할머니가 가져온 짭짤한 멍게를 숟가락으로 파먹던 추억이 있고 물가에서 수영, 아니 다 같이 헤엄을 치고 나온 뒤에는 큰 이모가 꽃무늬가 그려진 놋쟁반에 국수를 삶아오셨던 장소다.

오늘은 외삼촌이 삶아주신 대게를 먹었다. 짭짤하고 따듯한 대게를 먹었다. 엄마는 나를 네 살이라도 된 아이처럼 대했다.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대신 시집가서는 눈치보고 설거지도 하라며.


아주 먼 미래에서 온 내가 그리워서 다시 살아낸 듯한 오늘 하루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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