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빠를 닮았다는 엄마에게.
오늘은 거의 5년 만에 셋이 외식을 했어. 아빠가 도착하기 전에 식사를 시켰는데 엄마는 아빠를 위해 새우튀김을 시키자고 했어. 음식 나오는 시간이 길었지만 기다리는 동안 다들 말이 없었어.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었는데 우리는 침묵만 있는 가족인가 싶어 씁쓸했지
냉메밀이 세 그릇에 새우튀김 한 접시가 나왔는데 아빠는 2개 중에 하나를 엄마에게 주더라. 내심 둘 중 한 명은 반개를 쪼개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 아쉬우면서도 둘이 서로가 우선인게 좋았어. 이상해. 진짜 사소한데 직접 잘해주지 않아도 둘이 사랑하는 게 느껴지면 안정감이 들어. 내 존재가 우연도 불행도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나 봐
엄마는 종종 말했잖아. 네가 딸이어서 두고 갈 수가 없었다고. 오빠는 할머니한테 맡기면 되지만 어린 딸을 또 두고 갈 수 없어서 남았다고. 근데 나도 알았어.. TV 속에 남자가 여자를 때리거나 술을 마시고 괴롭히면 젊은 여자가 밤에 보따리 들고 떠나잖아. 그럼 일어나서 맨발로 엄마 찾으러 나오는 이야기. 그 남자가 아빠같고 엄마는 언제든 나를 떠날 것 같았어. 나름 씩씩한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고학년이 될 때까지 엄마 손을 잡고 잤던 이유야.
엄마 말이 맞아. 난 클수록 아빠를 닮았어. 둥근 얼굴도 속을 알 수 없는 것도. 한번 화가 나면 오랫동안 꽁하고 수더분해서 엄마가 맘에 안들고 손이 많이 간다는 것도. 뭐든지 잘해야 성이 차는 엄마에게 참을게 많은 딸이라는 것도. 엄마는 김 씨들이 다 싫고 너는 특히 네 아빠랑 똑같다고 했지. 세수하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 상의가 물에 젖는 면적까지 비슷한 우리는 이런 거 말고도 진짜 똑같은 게 하나 있어. 바로 엄마를 사랑한다는 거야.
오늘은 엄마가 병원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산모로 제왕절개를 한 날이야. 33년 동안 낳아주고 길러줘서 고마워. 이제는 생일이 선물받는 날이 아니라 일상이 선물이라는 걸 알려주는 날이란걸 알게 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