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백수일기_1

매일이 토요일

by 김제리

백수에게는 주말이 없다. 빨간 날과 검은 날이 구분되지 않는다. 교회 가는 날 아닌 날로 구분이 된다. 노동의 수고도 없고 월급의 단맛도 없다. 오늘도 아무 말이나 한다. 의미 없는 발화는 글 쓰고 싶은 욕구, 에세이에 대한 갈망이 아닌 해피빈 적립을 위해 시작되었다. 뚜껑을 덮어 내려야 하는 변기 속 물체처럼 내 글은 뭐랄까 나만 뿌듯하다. 이만큼 내 초고에 대한 적절한 비유도 없는데 그만큼 노답이라니 웃프다.


방 너머로는 지글지글 오리고기 굽는 소리와 냄새가 밀려온다. 좌탁에 앉아 노트북으로 쓸데없는 소리를 쓰느라 형광등 불빛도 쓰고 전기세도 쓰고 콘푸라이크를 두유에 말아먹은 에너지도 쓰고 있다. 현타가 밀려온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횟수가 늘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했는데 나는 배고픈 돼지에 가깝다. 가난하지만 잘 먹어온 연수 덕분에 토실토실하다.


내일은 나의 서른세 번째 양력 생일이다.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님께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품고 낳는 일만큼 키우는 과정은 품이 들고 삼백이십 배는 고단했을 것... 출산 당시 산부인과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산모였던 엄마는 저걸 언제 키우나 싶었다고 했다. 내일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된다.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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