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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 Ayu Mar 27. 2023

연날리기

자유와 방종은 한 가닥 차이

오늘 처음으로 연날리기를 했다.

남자친구랑 벚꽃구경으로 경주에 왔다가 맑은 날 너른 들판에서 연을 날리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편의점에서 연을 사서 무작정 연을 들고 달리면서 요령을 익혔다. 부지런히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연이 높이높이 올라가는데, 숨이 차오르면 남자친구한테 달려가 바통 건네듯 얼레를 건넸다.

한 번씩 주고받으며 연을 날리다가 우리는 바람을 이용하면 굳이 연을 날리는 내내 달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냈다! 그렇게 두어 번 더 연을 날리며 나는 높이높이 연을 올리기 위해 바람의 방향, 연의 방향, 실의 세기의 흐름 타기를 연습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났고 한참을 뛰다 보니 피곤이 몰려오며 배가 고파졌다. 근처에서 가볍게 김밥과 잔치국수를 먹고 나니, 남자친구는 입가심으로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구매한 연을 껴안고 카페 근처에 갔을 때, 갑자기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왜 갑자기 세차게 분대..’하고 말았을 텐데 갑자기 ‘와, 지금 연 날리면 실 끝까지 다 날려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번뜩 든 것이다.


나 커피 안 마실래. 혼자 마시고 나와. 나는 옆에 공원에서 연 날릴래! 심심하면 커피 마시면서 나 구경해.


남자친구에게 다급하게 말하고 나는 연을 날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거센 바람을 타고 연은 금세 멀리멀리 올라갔고 결국 2시간의 시도 끝에 연에 걸린 얼레의 실을 모두 풀 수 있었다.



연이 드디어 제일 높이 올랐다는 기쁨도 잠시, 길어진 실 탓에 멀리서 연이 바람을 타고 자꾸만 손에 쥐고 있던 얼레를 당겼다. 높은 하늘에 점 하나가 된 연을 바라보다 마치 실을 팽팽히 당기는 연이 자기를 놔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문득 연의 실을 끊어주면 더 높이 자유롭게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실을 꽉 잡아 얼레에 붙들린 실을 끊어버렸다.


연은 어떻게 되었을까?


실의 저항을 더 이상 받지 못해 바람에 휘날려 이리저리 땅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욕심이 과했구나. 

아차, 싶었다. ‘만약 연이 대로로 떨어져 운전하는 차를 방해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지금 쓰레기를 날려버렸다는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다행히 연은 한 주차장 구석으로 떨어졌고, 그대로 나는 얼레도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고 내 인생 첫 연날리기는 끝이 났다.


자유와 방종은 언뜻 보기엔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실이 묶여있느냐 풀려있느냐이다. 얼레에 묶인 실은 사회적, 도덕적 규범 및 개인의 신념이 될 수 있겠다.

얼레에 묶인 실의 지지를 받고 자유롭게 날던 연은 실이 끊어지자마자 땅을 향해 추락했다.


오늘 연날리기를 하면서 순간 헷갈렸던 자유와 방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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