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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 Ayu Apr 18. 2022

당연한 것이 많을수록 불행하다

당신의 감동 기울기는 얼마입니까?

사진 출처: Unsplash

1) 내 나이 서른하나. 주변에 점점 결혼소식이 들려오고 친한 친구들도 하나 둘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하루는 친한 친구   명이 결혼준비를 하면서 걱정이 많은 얼굴을 하며, 남자친구가 집을 해올 능력이 되지 않아 아쉽다는 얘기를 했다. 듣던 친구들이 모두 속으로 당황한 눈치였지만,  명이 최대한 돌려돌려서  "요즘 주변에 남자가 집을 해오는 경우가 있나...?"라고 물었다.  친구는 인터넷 글에서는 흔하게 봤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어진 잠깐의 정적과 자연스럽게 화제가 바뀌었다...


2) 직장인 1년차 때, 직장에서 만난 동기와 둘이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5년 전, 나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을 때였는데 그 친구는 모든 여행 정보를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하는 모습이 새삼 신선했다. 그런데 여행 중 한 가지 힘든 점이 있었다면 친구는 여행 중 사진을 찍어주면 한 번에 만족하지 않았다. 다른 구도로 찍어봐라, 다리가 너무 짧아보이지 않느냐. 결국 여행 3일차 물갈이로 심하게 배탈이 나서 잘 걷지 못하던 나의 상태를 보고도 친구는 사진 명소를 데려갔고, 내가 찍은 자기 사진이 마음에 안든다며 불평을 하다가 여행은 끝이 났다.


흔히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말한다. 결혼 준비하는 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공통점이라면 SNS의 세계가 그들의 기대치라는 것이다. 한 번 기대치가 생기고 나면 이걸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나도 이 기대치를 충족시킬까?'라는 욕망이 생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기대치를 넘은 경우만을 더 주의깊게 보면서 이런 상황만을 접하면 접할수록 어느 순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선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런 친구들을 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많을수록 불행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준선이 높을수록 기대를 충족시키는 상황보다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더 많아질테니.



몇 주전 흐드러지게 핀 벚꽃구경을 하면서, 사람들이 이리도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면서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에서 갑자기 분홍빛 꽃부터 피우니까! 기나긴 겨울에 우리의 기대치가 앙상한 나뭇가지일 때, 새잎이 돋기 전에 벚꽂, 개나리, 목련이 고개를 드는 모습에 우리는 매년 감탄하고 환영한다. 그리고 4월초 반짝 봄이 오는 풍경과 함께 꽃구경을 즐기며 1-2주가 지나면, 모두가 푸르른 시야가 이제는 당연한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연히 한 생태학자가 인간의 지각작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글귀를 봤다.


"인간의 지각작용은 기대에 의존한다. 즉, 이미 갖고 있는 이미지에 약간의 새로운 정보를 더해 업데이트 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게 처음부터 새롭게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표현해보면 인간은 0에서부터의 절대값보다 본인이 가진 상대적인 이미지에서부터의 변화량을 "자극"으로 받아들인다. 이 글귀를 생각하며 최근에 우리가 봄을 맞이하던 감동을 기울기로 표현해보자. 절대적인 시간 변화량을 x축, 풍경을 보며 느끼는 자극을 y축으로 각각 설정한다. 시간 변화량이 똑같이 일주일이더라도 고개를 내미는 벚꽃을 보던 4월 첫 주의 기울기가 1 정도라면 만개한 벚꽃잎이 떨어지고 푸른 잎이 돋기 시작하는 4 월 둘째주는 0으로 수렴할 것이다.




각자가 만드는 기준치는 상대적이기에 기대치를 낮추면서 변화량의 기울기를 키울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스스로 계속 자문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연한건가?, 이게 진짜 당연한걸까?"


* 엄마가 반찬을 가져다준 덕분에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것, 당연한건가?

*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시는 상쾌한 공기와 맑은 하늘, 당연한건가?

*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며 오늘은 가로수 잎사귀가 얼마나 자랐나, 얘네가 이만큼 자란게 당연한건가?

* 떠오른 생각을 브런치에 씀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 당연한건가?


수도 없이 많은 질문을 만들면 만들수록 당연하지 않기에 내가 만든 상대적 기준선은 사라지고 주변의 모든 현상이 절대값으로 와닿으며 감동이 되살아난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그러니 가끔은 주변 사람들과 너무 많은 대화를 하거나 인터넷과 SNS로 너무 많은 정보를 머릿 속에 입력하며 자기 기준선을 높이는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주위를 돌아보며 당연한지 되물어보자.

기준선을 낮추고 없애다보면 나의 감동 기울기가 커지다 못해 무한대로 발산하지 않을까?

지고한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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