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리
6주 간의 발리여행을 마무리하고 비행길에 올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발리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평소처럼 무얼 했고, 어딜 갔고, 뭘 먹었는지도 기록하고 싶었지만, 글을 쓰면 마음속에 잔상이 남을 걸 알기에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받아들이고 싶어 여행 중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여행초반에 느꼈던 두려움, 그리고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여행에 올라왔던 속상함, 새로운 지역에 살아보면서 느꼈던 기대와 설렘, 절대 못할 것 같았던 스노클링을 하면서 느낀 행복함, 우연이라 하기엔 인연처럼 마주치는 작년에 추억을 나눴던 사람들까지.
돌아보니 참 선물 같았고, 기대치 않게 내적으로 성장한 시간들이었다.
한 번도 발리를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발리!
전통과 힌두교로 똘똘 뭉친 발리니즈들의 커뮤니티와 문화에 매료되어 발리여행을 왔다가 발리에 정착하는 외국인이 상당하다. 그렇게 또 외국인들끼리 생성한 커뮤니티는 관광객의 발길을 두 번 세 번 돌려 발리에 정착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하지만 역효과도 있다. 관광객이 많은 건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해도 너무 많은 요가원, 요가강사자격증, 각종 워크숍들이 액티비티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상당한 피곤함을 안겨주었다.
Spiritual materialism
3년 전 나의 선생님과 요가 수련할 때, 선생님이 말했다. 마놀로블라닉 구두와 프라다 가방을 넘치도록 소유하는 것만이 물질 만능주의가 아니고, 요가를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에고의 먹이로 사용하면 그것도 물질주의와 다를 게 없다며 정신 만능주의(spiritual materialism)에 대해 설명하신 게 이번 발리여행을 하면서 자꾸 떠올랐다.
작년 발리여행의 화두는 “자기 사랑”이었는데 이번 여행의 화두는 “지금”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걱정과 후회 등의 생각에 빠지지 않고 현재에 있는 것에 대해 자주 관조하고 연습했다.
발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요가수업에서 수업을 시작하며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눈을 감고 합장을 한 후,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옴-‘하고 다 같이 내뱉는 그 순간, 나의 가슴에서 울리는 진동과 부드럽게 얼굴에 날아오던 바람의 촉감,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던 잎사귀들의 소리.
그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지금 존재하는 연습이 빛을 발했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Do something simple and enjoy it.
이번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문장이다. 지금, 여기에 있기 위한 조건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앞으로 발리에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정리할 생각에 설렌다. 글을 쓰는 나도, 읽는 사람들도 산뜻하게 즐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