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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 Ayu Nov 09. 2023

원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법

인정욕구와 헤어지기

오늘 달리기를 하다가 재미난 일이 생겨서 기록하고자 한다! 여느 때와 같이 인터벌 러닝을 하며 공원을 뛰고 있었는데, 걷는 시점에 맞추어 도착한 곳에서 여러 명의 아줌마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뚜리아 공원에는 요가, 크로스핏, 댄스 등등 여러 액티비티를 즐기는 소그룹도 많이 보이는데 하루는 공원 어딘가에 달려있는 플라잉요가 스트랩을 봤을 때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플라잉요가 스트랩을 공공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한국에선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니까.


아무튼! 분위기가 활기차보이길래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그쪽으로 슬슬 걸어갔는데 오마이갓... 라틴음악이 나오는 게 아닌가. 라틴음악을 좋아하고, 발리에서 살사 수업을 즐겼던 사람으로서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후, 그냥 자연스레 걸어가려 했던 건데, 내 다리는 둠칫둠칫 박자를 타고 있었고 그걸 본 근처에 있던 아줌마가 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결국 꼽사리 껴서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자리를 잡은 나를 보곤 선생님이 따봉을 날려주었다... 쿠바여자 같았는데 '남미사람은 따봉 날리는 것도 쌔끈하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나도 지금만큼은 쌔끈한 남미여자!라고 상상하며 재미있게 춤을 췄다.


한 곡이 끝나고, 현금을 가져오지 않아 '다음에 와야지' 생각하며 자리를 뜨려는데, 두세 명이 나를 바라보며 계속 더 추라고 하는 것도 모자라, 한 아줌마는 달려와 나에게 정말 같이 수업을 들어도 된다고, 선생님 착하다며 내 옷깃을 붙잡아 결국 20분 간 같이 즐겁게 춤을 췄다.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이 지나가고 눈앞의 환경이 익숙해질 즈음,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춤을 추는 순간은 정말 즐거웠다.


노래 중간중간 한 두 분씩 다가와서는 영어는 좀 알아듣나? 라며 언제 언제 수업이 있다고 알려주시고, 또 다른 분은 몸이 참 건강해 보인다고 칭찬도 해주고, 수업에 참여한 사람이 20명이 넘어 보였는데 끝나고 모두가 모이자 여러 명이 내 목덜미를 잡아 볼뽀뽀를 하는 바람에 '강아지 10마리가 내 얼굴에 달려든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은 경험을 인생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인생은 정말 재미있다. 왜냐하면 나는 최근에 춤을 배워야겠다고 계속 머릿속에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렌시아에 와서 주기적으로 요가원을 다닐 마음이 사라졌는데, 그 이유라면 6-7군데의 요가원을 가보았지만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다. 좌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서양에서의 요가수업은 수업 난이도가 비교적 낮거나, 너무 피트니스적으로 접근하는 수업이 많다. 그리고 바닥난방이 없는 여기서 겨울에 요가스튜디오를 가서 수업을 듣는다는 걸 상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든다. 결국 요가는 집에서 혼자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현지사람들을 사귈 방안을 모색하다가 떠올린 게 댄스였다.


댄스학원을 인터넷으로 찾아봤자, 한국에서처럼 홈페이지나 사진만 보고선 익숙하게 '음, 이런 분위기이군?'라고 읽을 수 없었기에 찾다가 미루던 요즘이었다. 공원에서 춤을 가르치고 배우는 소그룹도 적지 않게 봤지만 그렇게 끌리지가 않아서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오늘에서야 딱 마음이 끌리고, 나를 환영해 주는 그룹을 만난 것이다!




2년 전 소진된 상태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당장 무얼 하고 싶은가 떠올렸을 때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여행도, 새로운 걸 배우는 것도, 새로운 직업을 떠올리는 것도 어려웠고, 어떤 욕구도 메마른 채 인정욕구만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 당시 내 일상은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난 언제부터 '하고 싶은 것'과 '해내면 인정받을 것'들을 구분하지 못한 채 마음 한 구석을 마비시키고 있었나. 씁쓸해졌다.


2022년 5월 두 달의 발리여행을 계획했던 이유도 사실 그랬다. 난 그때 당시 한국을 떠나기 두려웠는데, 그렇다고 회계사로서 다른 회사를 재입사를 당장 하자니 눈앞에 아른거리게 자유로운 해외여행이었다. 출발 며칠 전부터는 (내가 벌린 일이지만) 억지로 나를 도전에 몰아붙이는 이 상황에 순응하고자, 자기 계발서 <타이탄의 도구들>을 붙잡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6주 이상의 배낭여행을 한댔어. 나는 더 강해지고 성공하기 위해 가는 거야.'라고 다짐했었다.


우려와 다르게 두 달간 발리여정은 환상적이었고, 그렇게 나의 가치관과 운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었다.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인정욕구가 빠르게 충족되었고, 인정욕구를 따질 필요가 없으니 진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게 돌아가는 비행기를 취소하고 발리살이를 2달 연장하는 결정과, 발리에서 만난 S와의 인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지금 스페인에 오게 되기까지의 최근 약 1년간 과정 속에서 내가 원하는 걸 생생히 느낄 것을 허락함과 그것들을 선택함으로써 내가 지금까지 품어온 인정욕구라는 낡은 믿음을 버릴 결단력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은 소중한 태도가 하나 있는데, 일을 벌이기보다는 벌어진 일 안에서 내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일을 벌일 때, 나는 주체적으로 산다고 생각했지만 그 주체성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모르고 해낸다면, 목적 없이 떠돌다 소중한 에너지를 소진해 버리기 일쑤다. 재충전의 기간 동안 끊임없이 나는 언제 행복했었나. 나는 언제 반짝반짝 빛났었나를 돌아보고 과거만을 회상해 오다, 뿌리 자체가 나를 위한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걸 버리기 위해 여태껏 나라고 믿어온 모든 것을 비워야만 했다.


발리를 떠나며 일시적으로나마 조건 없이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품도 떠나야 했지만,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이 어떤 모습인지어떤 순간을 움켜쥐는 게 오롯이 나를 위한 선택인지를 배웠다.


오늘의 댄스도 그렇다. 언제 마음이 내키는지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발전시켰기에, 그 순간이 왔을 때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고 마음 한편에 원하던 것을 쟁취해 낸 것이 아닌가!




오늘의 발렌시아 공원에서의 댄스수업은 꼭, 마치 발리에서 자주 겪었던 일처럼 느껴졌다. 굳이 발리를 가지 않아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발리를 꺼내보다 못해, 거기서의 내 모습을 소환시켜 어디에서든 발리에서처럼 환영받는 기쁨을 경험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잘 이루어나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오늘 꿈이 하나 생겼다.

2016년에 미국여행을 하며 버스킹 연주에 자유롭게 춤을 추는 미국인들을 보며 참 자유롭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내키면 언제든 자유롭게 춤을 추는 스킬은 오늘로써 습득한 것 같다.

이거 말고, 다른 꿈이 있는데... 눈앞에 벌어지는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누리고 싶다. 그 모습 자체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생각과 고민 없이 현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연인 듯 보이지만 필연인” 그 찰나의 즐거움으로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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