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여행-룬데토른 천문대

19.05.09 코펜하겐 3일차

by 김지현
가장 힘이 되는 것은 함께 길을 헤매는 나와 같은 체온을 가진 단 한 명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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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은 덴마크의 수도로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였다. 하지만 서울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매연을 뿜으며 아슬아슬 곡예 운전을 하는 자동차 행렬 대신 힘차게 운동하는 자전거 행렬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몸과 몸으로 꽉 낀 열차 대신 여유로운 대중교통 안, 사람이 붐비는 시내 한복판도 한국과 비교하면 조금 큰 동네 수준이었다. 부산에서도 꽤 한적한 동네에서 평생 살아온 나는 흥미로운 시내의 얼굴을 하고도 여유로운 코펜하겐에 빠져들었다. 룬데토른 천문대(Rundetaarn)의 전망대에 올라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한가로운 코펜하겐 전경을 만끽했다. 곁에는 여행 온 가족들과 사랑을 듬뿍 실어 키스하는 연인이 있었다.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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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을 간질이는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덴마크로 떠나온 것은 어쩌면 이 바람을 찾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이 햇살과 이 여유로움과 행복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찾아서인지도 모른다고. 로맨스 영화를 처음 본 사람처럼 촌스럽게 나는 서로를 끌어안은 연인을 힐끔거렸다. 눈동자 가득 오직 그 사람만을 담아 충분히 서로의 사랑을 느끼고 마음을 전하는 그들을 보며 행복해진 것은 나였다. 일상의 찰나에 애써 틈을 내어 소중한 이를 위해 충분히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삶. 그것이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다면 지금 저들처럼 미소지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절실하게 누군가가 그리워졌다.



실은 덴마크로 떠나온 것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생활을 정리하고 긴 여행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군말 없이 지지해 준 이가 있었다. 그는 주저않고 나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그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또한 그것은 내겐 또 다른 여행이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이와 매일매일을 함께 지내고 함께 일하며 함께 먹는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내게 덴마크행은 떠나옴 자체로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떠나온 지 겨우 3일 만에 첫 경보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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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계에 첫발을 들인 사람의 모든 결정과 행동에는 생존에 대한 무의식이 드리워있다. 비싼 음식, 낯선 거리, 자주 잃는 길, 긴장감, 피로감, 설렘 또는 과잉된 감정 상태 같은 것들은 평소 서로를 배려하기 바빴던 관계조차도 맨얼굴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혹은 서로의 진심 따위 가려버리는 왜곡된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어쨌거나 쉐얀과 나는 앞으로 남은 더 긴 시간을 위해 하루만큼은 자신을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각자 따로 여행길에 올랐고 나는 전망대에 앉아 그와 헤어진지 1시간 만에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생존에 대한 긴장은 잠시 멈추고, 그제야 곁에 함께 길을 나선 이의 체온을 느꼈다. 시간의 틈새에 떠오르는 감정은 대부분 후회와 반성이므로, 나는 예민할대로 예민해져 있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안개가 드리운 길 위에서는 철저한 계획도 예민한 지각상태도 소용없다. 가장 힘이 되는 것은 함께 길을 헤매는 나와 같은 체온을 가진 단 한 명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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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절실히 체감했다. 꼭 그와 함께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마음에 꼭 드는 카페에 앉아 있는데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쉐얀은 이미 자신의 여행을 접고 나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우린 재회했고 손을 맞잡았다. 멀리서 그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온몸에 번지던 안도감을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룬데토른(Rundetaarn)

주소: Købmagergade 52A, 1150 Københa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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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udan Bog & Café

주소: Fiolstræde 10, 1171 Københa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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